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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국립무형유산원 작명론/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립무형유산원 작명론/서동철 논설위원

    지금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는 ‘장인이 피워 낸 꽃’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꽃문화’를 한자리에 모아 벌써부터 화제를 모았다. 국화와 연꽃으로 다산과 장수를 축원한 복건과 안녕과 평안을 전한 매화 무늬 편지지, 모란·작약·국화로 부부 화합과 부귀장수를 염원한 머릿장 등 생활 속의 꽃 장식이 망라됐다. 영산재의 제단을 장식하는 종이꽃과 동해안별신굿에서 죽은 이를 극락으로 태우고 가는 용선(龍船)을 꾸민 종이꽃까지 전통 의례에 쓰이는 꽃 장식의 양상도 확인할 수 있다. 특별전이 열리는 제1상설전시장 입구 유리방에서는 꽃 관련 공예품을 직접 만드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 개막식 날에는 중요무형문화재 갓일의 박형박 이수자가 갓 제작 과정을 시연했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 박창영 선생의 아들인 그는 현재 국립무형유산원의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다. 특별전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과 토요일 오후에는 나전·자수·화각 분야의 전승자들이 ‘장인의 공방’에 참여하고 있다. 무형문화유산에 관한 한 국립무형유산원의 권위는 한마디로 최고다. 보존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다고 국가적으로 공인된 프로그램만이 이곳 전시장이
  • [씨줄날줄] 서울 인구 감소의 두 얼굴/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울 인구 감소의 두 얼굴/강동형 논설위원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수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5160만 1265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월평균 1만 4921명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35년쯤 5500만명 선에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서울의 인구는 1988년 1000만명을 돌파한 뒤 28년 만에 1000만명 선이 무너졌다고 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서울의 주민등록 인구는 999만 5874명으로 집계됐다. 저출산과 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고려하면 서울 인구는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1000만명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민등록상 인구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27만여명을 포함하면 서울 인구는 1000만명 이상이다. 실거주자 중심의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서울시 인구는 이미 2000년부터 1000만명 선이 깨졌다. 2000년 989만 5217명, 2005년 982만 171명, 2010년 979만4304명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어떤 통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외국인을 포함하느냐 여부에 따라 1000만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다르다. 분명한 것은 서울 인구가 현재 감소 추
  • [씨줄날줄] 기본소득 300만원 보장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기본소득 300만원 보장 논란/임창용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기본소득’이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 언론이 ‘핀란드에서 조만간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는 보도를 쏟아내면서부터다. 핀란드 정부가 국민에게 월 80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핀란드 사회보험공단은 올해 11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일정까지 밝혔다. 국내외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영국의 사회 분야 싱크탱크 네스타는 올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10가지 트렌드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꼽기도 했다. 올해부터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나라가 나올 것으로 본 것 같다. 스위스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5일 실시한다. 성인에게는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 미성년자에게는 월 650스위스프랑(약 78만원)을 보장해 주는 게 핵심이다. 기본소득보다 적게 버는 사람에게 차액만큼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는 6대4 정도로 부결을 점친다. 부결되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첫 국가는 11월 투표가 실시되는 핀란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핀란드에선 7대3 정도로 찬성 의견이 많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조건 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액 이상 지급하는 소득이다.
  • [씨줄날줄] 포스트잇 메시지 현상/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포스트잇 메시지 현상/박홍기 논설위원

    작은 종이 한 장의 힘은 엄청났다. 노랗거나 파란, 형형색색의 종이들이 붙은 게시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종이 속에 적힌 짧은 글, ‘손편지’는 목이 터져라 외치는 구호나 선동적인 연설과는 또 다른 큰 울림이 있다. 꾸밈이 없고 진솔한 까닭에 읽는 이가 누구든 가슴에 닿았다. 말 그대로 감정의 공유, 공감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출구에 세워진 게시판에 작은 종이들이 빼곡했다. 역내 9-4 승강장의 스크린도어(안전문)에도 촘촘히 붙어 있다. 지난달 28일 19세의 정비 용역업체 직원이 작업을 하다 지하철에 변을 당한 곳이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가 더 안전하고 나은 세상을 만들게요’, ‘그곳에서는 부디 컵라면 말고 따뜻한 밥 챙겨 드세요’라는 등의 글귀들이다. 추모의 글이자 분노의 글이다. 집단행동이나 말이 아닌 글을 통한 묵언의 시위다. 앞서 강남역 화장실 여성 살인사건 때 처음 나타난 사회 현상이다. 작은 종이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포스트잇(Post-it)’이다. 접착식 쪽지다. 포스트잇은 다국적 기업 3M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가 1968년 만든 제품이다. 실패의 산물이다. 실버는 애초 강력 접착제를 개발할 작정이었다.
  • [씨줄날줄] 사바나의 지열발전소/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사바나의 지열발전소/구본영 논설고문

    사바나는 사막과 열대 우림 사이에 펼쳐진 초지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보듯 동물의 왕국이다. 다만 무덥고 건기엔 물이 부족해 주거지로서 쾌적한 환경은 아니다. 이런 사바나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케냐에서 5100억원 규모의 지열발전소를 우리 기업이 건설할 가능성이 커졌단다.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케냐 현지에서 양국 간 ‘전력·원자력 양해각서’가 체결되면서다. 지금은 설득력을 잃었지만 1960∼70년대 ‘종속이론’이 풍미한 적이 있었다. 단순화하면 선진국들이 후진국의 자원을 헐값으로 사서 상품으로 가공해 비싸게 되파는 식으로 착취한다는 도식이다. 한·케냐 지역발전소 건설 협력은 그런 얼치기 이론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매우 바람직하다. 저개발국의 자원을 현지에서 활용함으로써 제국주의적 자원 수탈과는 거리가 먼 협력 방식인 까닭이다. 물론 지열발전이 에너지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만능열쇠는 아니다. 지구상의 지열을 모두 활용하면 다른 에너지원은 필요 없다는 논리는 탁상공론일 뿐이다. 지열발전은 지하의 고온층으로부터 열을 받아 발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증기나 뜨거운 물이 있는 고온층까지 파내려 가는데 드는 에너지가 더 비싸다면 경제성
  • [씨줄날줄] ‘진짜’ 천안 명물 호두과자/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진짜’ 천안 명물 호두과자/서동철 논설위원

    호두는 이란·이라크와 터키,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같은 러시아 남부 지역이 원산지라고 한다. 흔히 페르시아 호두(Persian walnut)라 부르는 것은 일찍부터 페르시아 상인들에 의해 교역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를 거쳐 지중해 연안으로 재배가 확산되면서 영국 호두(English walnut)로도 불렸는데, 이 역시 영국이 무역을 주도한 결과라는 것이다. 호두는 일찌감치 중국에도 전해졌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제단에도 올렸다는 신성한 먹거리를 페르시아 상인들이 교역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호두가 중국에 전해졌다는 한나라(BC 202~AD 220) 시대에는 실크로드를 이용한 동서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출발지는 다르지만 인도 불교가 실크로드로 중국에 전해진 것도 한나라 시대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엉뚱하게 미국산 호두다. 미국 호두의 역사는 이 나라의 다른 역사와 마찬가지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 중엽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도사들이 유럽에서 호두를 가져간 것이 시초라고 한다. 19세기 중엽 지중해 연안과 기후 조건이 비슷한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를 본격화하면서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지난해 캘
  • [씨줄날줄] 문 닫는  파주 영어마을/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문 닫는 파주 영어마을/구본영 논설고문

    얼마 전 한강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반갑고도 경이로웠던 기억이 새롭다.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의 작품성이 수상의 원동력일진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뿌듯했을 게다. 다만 한국 유학 경험이라곤 없는 젊은 영국 여성이 미려한 번역으로 수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비영어권 작가들이 권위 있는 국제 문학상을 받는 데 가장 큰 애로 요인이 뭐겠나. 모국어에 깃들인 미묘한 감성을 영어로 제대로 옮기기 쉽지 않다는 점일 게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 여성 데버러 스미스는 런던대에서 한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기 전엔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21세 이전에는 영어만 할 줄 아는 ‘모노 링구얼’이었지만, 대신 이 ‘늦깎이’ 한국어 번역가는 상당한 문학적 감수성을 길렀던 모양이다. 한강이 이런 뛰어난 번역가를 만난 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아직 인공지능(AI)이 예술과 감성의 영역을 넘볼 단계는 아닌 까닭이다. 구글의 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지만, ‘구글 번역기’는 여전히 얼치기 번역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번역기 자판에 “그녀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라
  • [씨줄날줄] 퍼스트 젠틀맨의 역할/최광숙 논설위원

    필립공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곁에서 64년째 ‘그림자 외조’를 하는 최장수 퍼스트 젠틀맨으로 있다. 퍼스트 젠틀맨은 여성 정상들의 남편을 말한다. 그는 “영국에서 자식에게 성을 물려주지 못한 유일한 남자”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한 적도 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는 자세로 임한다. 그러니 여왕이 남편을 “자신의 힘의 원천이자 안식처”라고 할 만하다. ‘정계의 필립’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남편 데니스 대처경도 조용히 외조했다. 부인에게 짐이 될까 사업도 접고 집에서 아내가 각료회의를 하면 각료 부인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대처는 남편을 “최고의 친구이자 후원자, 비서”라며 고마워했지만 영국 언론들은 “남편의 꼼꼼한 배려와 넉넉한 재력이 철의 여인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총리 13년째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남편인 세계적인 양자화학자 요아힘 자우어 교수는 부인의 세 차례 취임식에도 불참할 정도로 은둔형이다. 이 때문에 메르켈은 부부 동반의 최고 의전은 주로 독일 연방 대통령에게 맡겼다. 그런 남편이 최근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 [씨줄날줄] 스타벅스와 전통 색채/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스타벅스와 전통 색채/서동철 논설위원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은 고딕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두오모라고도 불리는 대성당의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상점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오른쪽의 라 리나첸테 백화점에는 패스트푸드 버거킹의 체인점이 자리잡고 있다. 패스트푸드를 즐기지 않아도 빨간색이 많이 들어간 이 회사의 간판 디자인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장식이 없는 베이지색 천에 검은색 글자만 특유의 타이포그래피로 써 넣은 밀라노 대성당 광장의 버거킹 간판은 세계 어느 곳의 그것과도 달라서 오히려 인상적이다. 동시에 튀는 색채로 유서 깊은 문화유산 밀집 지역의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깨지 말아야겠다는 밀라노 사람들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슬로푸드 지향의 먹거리 문화가 햄버거 같은 미국식 패스트푸드 문화에 ‘오염’되는 것을 우려하는 유럽이었다. 국제슬로푸드운동본부가 있는 브라에서 멀지 않은 밀라노는 지난해 ‘음식’을 주제로 엑스포를 열었을 만큼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고장이다. 그렇다고 패스트푸드 문화 자체를 규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두오모 광장의 맥도널드 간판은 현지 문화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외래 문화에 요구한 결과다. 패스트푸드는 유럽
  • [씨줄날줄] 정동 야행과 밤 축제/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동 야행과 밤 축제/강동형 논설위원

    서울 중구 정동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정동(貞洞)의 ‘정’은 ‘정숙하다’는 뜻을 지녔다. 정숙하다는 말은 여성에게 그것도 나이가 지긋한 부인에게 주로 사용한다. 조선시대 당상관의 부인을 높여 정경부인(貞敬夫人)이라 부른 것도 정숙함을 부인의 덕목으로 삼았던 그 시대의 유물일 것이다. 이것만 봐도 ‘정동’이라는 지명의 ‘정’이 여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숙한 부인의 무덤’이라는 의미의 정릉(貞陵)에서 유래했다. 원래 이곳에 정릉이 있었지만 태종이 즉위하면서 정릉을 도성 밖인 현재의 성북구 정릉으로 옮겼다.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처음에는 대정동과 소정동으로 분리했다가 1914년 정동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덕수궁을 품고 있는 정동은 왕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미국공사관과 러시아공사관, 배재학당, 경성방송국, 손탁호텔, 정동 제일교회 등 각종 유서 깊은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정동 일대에서 오늘부터 이틀 동안 ‘정동 야행’ 행사가 열린다. 지난해 시작한 정동 야행은 봄, 가을 두 차례 열리며 지난가을 정동 야행 때는 10만명이 다녀가 한국을 대
  • [씨줄날줄] 반가사유상/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가사유상/서동철 논설위원

    싯다르타 태자는 벌레가 새에게 쪼아 먹히고, 새는 다시 맹금류에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비참함에 눈뜬다.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어 가는 모습에서는 더욱 고뇌한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깊이 사유하게 됐다. 지금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일부 지역인 간다라에서 나타난 반가사유상은 이렇듯 깊은 고뇌에 잠긴 싯다르타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결국 출가를 결심하는데, 경주 석굴암의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본존불은 바로 깨달음을 이루는 순간 석가모니의 모습이다. 반가사유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채 오른 손가락을 왼쪽 뺨에 살짝 대어 깊이 사유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반가(半跏)는 아래로 내린 왼쪽 다리의 무릎 위에 오른 다리를 올린 모습을 말한다. 반가는 반가부좌의 줄임말이다. 반가사유상에 ‘미륵보살’이라는 표현을 덧붙였던 시절도 있었다. 일본 오사카의 야추지(野中寺)에 전하는 반가사유상의 발바닥에 ‘병인년’(666년)과 함께 ‘미륵’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반가사유상은 곧 미륵보살’이라는 등식이 한동안 통용됐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반가사유상 역시 미륵보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 반가사유상의 제작
  • [씨줄날줄] 베트남과 미국 대통령/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베트남과 미국 대통령/최광숙 논설위원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야당이던 민주당 사무실을 불법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받아 임기 중에 사퇴했다. 하지만 그 일만으로 그를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는 몇 가지 업적이 있다. 하나는 ‘핑퐁외교’(1971년)로 죽의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을 국제무대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게 밑거름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는 또 그동안 금을 기준으로 하던 금본위제를 폐지(1971년)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이는 금융사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베트남전을 종식(1975년)시킨 것도 다름 아닌 닉슨이다. 앞서 미국이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지게 된 것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미국이 본격적으로 베트남전에 개입한 것은 케네디의 죽음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존슨 전 대통령 때다. 1964년 베트남 동쪽 통킹만에서 북베트남 경비정이 미군 구축함을 선제 공격한 통킹만 사건을 빌미로 미국은 북베트남에 대대적으로 폭격을 가하며 북베트남과의 전면전에 뛰어들었다. 훗날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는 회고록에서 이 전
  • [씨줄날줄] 우공이산/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우공이산/강동형 논설위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중국의 ‘열자’라는 책 탕문편(하나라 탕왕이 신하들과 주고받은 이야기)에 이 이야기가 있다. 중국 허베이성 지저우와 허난성 허양 사이에 태행산과 북산이라는 큰 산이 있었다. 산 아래 나이가 아흔인 우공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산이 가로막아 멀리 돌아다니는 게 불편해 어느 날 두 산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반대하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보다 못한 식구들이 돌과 흙을 발해에 버리기로 하고 일을 시작하자 이웃도 돕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은 더뎠고 단 한번도 발해에 흙을 버리지 못했다. 이때 지수라는 사람이 “풀 한 포기 뽑지 못할 늙은이가 산을 옮기다니 참으로 어리석도다”라고 한탄했다. 그러자 우공은 “당신이 답답하다. 내 대에는 안 되겠지만 자자손손 이어 가면 안 될 것이 없다”고 대답하자 지수가 말문이 막혔다고 하다. 이에 천신(天神)이 감복해 두 아들을 내려보내 산을 메어다 옮겨 놓게 했다는 이야기다. 산을 옮겨 바다에 이른다는 ‘이산도해’(移山倒海)도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일흔셋의 나이에 변호사에서 물리학자가 된 강봉수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인터뷰 기사를
  • [씨줄날줄] 메이리다오(美麗島)의 봄/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메이리다오(美麗島)의 봄/구본영 논설고문

    지난 주말 TV 화면에 비친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취임식이 퍽 인상적이었다. 당나라 측천무후 이래 중화권 첫 여성 정상답게 매우 섬세한 ‘미란다’(감정적 상징 조작)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대만의 독립과 민주화를 상징하는 메이리다오(美麗島)를 제창하면서다. 1590년 대만을 찾은 포르투갈인들은 이 섬을 ‘일라 포모사’라고 불렀다.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메이리다오가 되는 셈이다. 이 노래는 1970년대 중국에 의해 유엔에서 쫓겨나고 미국·일본 등과 외교관계가 끊기면서 대만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국민당 정부의 본토 수복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면서 다수 대만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마오쩌둥과의 국공 내전에서 진 장제스와 함께 대만으로 들어온 외성인(外省人)들은 논외로 치더라도. 2300여만명의 대만 인구 중 고산족 등 2% 원주민을 제외한 98%가 한족이지만, 이 중 85%는 명·청 교체기에 넘어온 객가족을 포함해 국민당 정권 출범 전에 건너온 본성인들이다. 차이 총통의 아버지도 객가족 후손이고 할머니는 원주민 파이완족 출신이다. 그런 그녀가 취임식장에서 메이리다오를 부른 것 자체가 강렬한 메시지다. 대만 독
  • [씨줄날줄] 미필적 고의, 여성혐오증/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미필적 고의, 여성혐오증/황수정 논설위원

    동네 극장에 갈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것이 화장실이다. 여자 화장실을 복도의 맨 끝에 배치한 까닭이 궁금해서다. 남자 화장실 앞을 거쳐 굳이 외진 자리에 앉힌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까. 건물 설계자는 남성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여성 공간을 최대한 구석진 곳에 마련해 행인들의 시선에서 비켜나게 해 주려는 배려였을까. 설계자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배려였더라도 결론은 ‘난감’이다. 인적 드문 심야시간대라면 복도 끝의 여자 화장실은 공포의 공간이다. 남자 화장실과 나란히 붙어 있기까지 하다면 공포지수는 수직 상승, 최악이다. 미심쩍은 동선이 한눈에 파악되도록 남녀 화장실은 뚝 떼어 놓는 것이 상책이다. 그럴 수 없다면 한 뼘이라도 덜 구석진 곳에 여자 화장실을 두는 것이 차선이다. 이건 ‘건축학 이론’이 아니다. 일상에서 피부로 절감하는 ‘생활의 발견’이다. 서울 강남의 공중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묻지마 범행에 희생됐다. 여성혐오 범죄인지 우발 범행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운 좋아 살아남았다”며 여성들은 자조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성별을 싸잡아 서로 비하하는 입씨름 판이 볼썽사납다. ‘한남충’(한국 남성 벌레)이라는 여성 네티즌들의
  • [씨줄날줄] 병역특례/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병역특례/임창용 논설위원

    한국인 남성에게 병역은 숙명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남자로 태어난 이상 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군대에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 때문에 병역에 예외를 두는 것은 아주 민감한 문제다. 나와 달리 누군가 특혜를 받는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이런 사례가 의외로 많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한 해 병역 자원은 60만명을 넘었다. 2014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군인의 숫자는 63만명이다. 현역병 복무 기간이 21개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절반 가까이는 현역으로 복무하지 않아도 됐던 셈이다. 그렇다 보니 온갖 이유로 병역에서 빠지는 특혜가 생겼고, 정부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이를 남발했다. 병역특례의 기준도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면서 누더기가 됐다. 대표적인 게 스포츠인에 대한 특례다. ‘국위 선양’의 대가라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사실상 병역을 면제해 주는 법이 1973년 탄생했다.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안청소년대회 입상자들에게 혜택이 주어졌다. 그러나 대상자가 늘면서 논란이 일자 1990년부터 올림
  •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대작(代作) 논란/강동형 논설위원

    글이나 노랫말의 표절처럼 회화에서는 위작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절과 위작은 범죄 행위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아직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고 원점을 맴돌고 있다. 그림을 모방하는 것은 그림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림을 베끼면서 색감이나 구도를 자연스럽게 터득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창작 세계를 구축하지 못한 작가 중 일부는 위작을 만들거나, 그림을 대신 그려 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화단에는 대작(代作) 논란이 뜨겁다. 한 무명 화가가 7년 동안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 300여점을 그려 줬다며 조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조씨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300여점은 터무니없고 조수가 대신 작업을 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화단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화단 관계자는 “유명세를 이용해 화단을 농단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화단에서 쉬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된 관행이라는 의견이다. 미술평론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순수 미술 분야에서는 대작의 관행도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현대
  • [씨줄날줄] 트럼프의 ‘상술 외교’/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트럼프의 ‘상술 외교’/구본영 논설고문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 전략을 둘러싼 베일이 살짝 걷혔다. 그제 그의 외교 담당 보좌역인 왈리드 파레스 미 BAU국제대학 부총장이 한·미 동맹과 북핵 해결 4단계 전략 등을 밝히면서다. 과도한 미국 중심주의와 거친 막말에 가려졌던 그의 외교 정책의 속살이 일부 드러난 셈이다. 파레스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동맹인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군 주둔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한·일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변해 온 트럼프의 종전 입장과는 대조적 자세였다. 트럼프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알 바 아니라는 투로 한·일 양국에 “행운을 빈다”고 냉소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외교 복심(腹心) 격인 파레스는 “북한이나 다른 국가로부터 위협을 받는다면 한국을 지킬 것”이라고 눙쳤다. 특히 “한국의 방위비 100% 부담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최대치”라며 협상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트럼프가 외교도 비즈니스 협상처럼 접근한다는 뜻일 게다. 미 정가의 이단아 트럼프가 집권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 우리 외교 당
  • [씨줄날줄] 리야드로/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리야드로/박홍기 논설위원

    한국에서는 확실히 ‘제2의 중동 붐’인 듯싶다. 중동의 양대 맹주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입길에 오르내려서다. 이란은 지난 1월 핵 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미국의 제재 굴레에서 벗어났다. 이후 각국이 이란의 잠재적 시장에 한껏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이란을 방문해 경제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란 특수’다. 사우디는 여전히 한국의 제1위 원유 수입국이자 주요 교역 대상국이다. 한·사우디의 무역 규모는 현재 한·이란 교역량의 세 배가량이다. 이란과 사우디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다. 이슬람권의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다. 종파가 다른 탓에 1400년째 앙숙이다. 사우디는 ‘공동체의 백성’이라는 뜻을 지닌 수니파에, 이란은 ‘알리의 무리’라는 시아파에 속해 있다. 중동 정세를 뒤흔들 만큼 휘발성이 강한 종파다. 갈등이 심각하다. 두 파의 분열은 다른 종교와 달리 교리나 교법이 아닌 이슬람 공동체를 이끌 지도자의 자격에서 비롯됐다. 선지자 마호메트를 따르는 수니파는 지도자 회의에서 적임자를 뽑는 반면 마호메트의 사위 알리를 추종하는 시아파는 마호메트의 혈육을 후계자로 삼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신도 수는 대략 8대2다
  •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과 윤상원/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과 윤상원/임창용 논설위원

    노동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성가(聖歌)에 가깝다. 특히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에겐 더 각별할 듯싶다. 집회 현장에서 따라 부르다 보면 비장함과 결연함이 고조되면서 뭔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듯한 분위기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민중가요 중에서도 독보적일 정도로 자주 불렸고 소리도 가장 우렁찼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임을 위한 행진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통하는 윤상원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위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윤상원은 1980년 5월 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총을 들고 싸우다 27일 새벽 계엄군에 의해 사살됐다. 당시 국내 언론이 눈감고 있을 때 광주의 학살극 현장이 외신을 탄 데는 시민군 대변인이던 그의 역할이 컸다. 미국 일간지 ‘볼티모어 선’ 마틴 브래들리 기자는 그해 5월 28일자 기사에서 26일 밤 마지막 그의 모습을 인상 깊게 묘사했다. 윤상원은 계엄군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총을 달라는 고등학생들에게 “우리들이 싸울 테니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은 역사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브래들리 기자는 ‘세계 어느 무장조직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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