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 중국의 ‘열자’라는 책 탕문편(하나라 탕왕이 신하들과 주고받은 이야기)에 이 이야기가 있다. 중국 허베이성 지저우와 허난성 허양 사이에 태행산과 북산이라는 큰 산이 있었다. 산 아래 나이가 아흔인 우공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산이 가로막아 멀리 돌아다니는 게 불편해 어느 날 두 산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반대하는데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보다 못한 식구들이 돌과 흙을 발해에 버리기로 하고 일을 시작하자 이웃도 돕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은 더뎠고 단 한번도 발해에 흙을 버리지 못했다. 이때 지수라는 사람이 “풀 한 포기 뽑지 못할 늙은이가 산을 옮기다니 참으로 어리석도다”라고 한탄했다. 그러자 우공은 “당신이 답답하다. 내 대에는 안 되겠지만 자자손손 이어 가면 안 될 것이 없다”고 대답하자 지수가 말문이 막혔다고 하다. 이에 천신(天神)이 감복해 두 아들을 내려보내 산을 메어다 옮겨 놓게 했다는 이야기다. 산을 옮겨 바다에 이른다는 ‘이산도해’(移山倒海)도 이 고사에서 유래했다.
일흔셋의 나이에 변호사에서 물리학자가 된 강봉수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우공이산’이 생각났다. 남이 보기엔 우둔해 보이지만 한 가지 일에 매진해 꿈을 이룬 강 변호사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우공이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판사 시절 판결문 쉽게 쓰기 운동을 펼치고 아내와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고 한다. 7년 전 유학길에 올랐다. 애초 계획했던 5년보다는 2년이 길어졌지만 마침내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논문 제목이다. ‘초전화된 전자파와 이를 응용한 입자 가속기’라고 한다. 인문학도로서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제목이다. 그의 포부는 현대 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분야인 양자중력 연구라고 하니 분명히 우공이 시작한 아흔 살 이전에 뭔가를 이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강 변호사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난 또 한 사람은 어제 7주기를 맞은, ‘바보’라는 별명을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별명이 바보인 것은 지역감정을 없애 보겠다며 야당의 불모지에서 무모한 도전을 거듭한 데서 붙여진 것이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한다. 그곳에 모인 정치인 중에 ‘바보 노무현’을 진심으로 추도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어떤 이에게는 극복의 대상이고, 어떤 이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다. 하지만 우공이산의 정신만은 모두에게 계승됐으면 한다.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인 중에서도 이정현 의원이나 김부겸 당선자처럼 더 많은 ‘바보’가 나올 날을 기다려 본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일흔셋의 나이에 변호사에서 물리학자가 된 강봉수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우공이산’이 생각났다. 남이 보기엔 우둔해 보이지만 한 가지 일에 매진해 꿈을 이룬 강 변호사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우공이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판사 시절 판결문 쉽게 쓰기 운동을 펼치고 아내와 봉사활동도 많이 했다고 한다. 7년 전 유학길에 올랐다. 애초 계획했던 5년보다는 2년이 길어졌지만 마침내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논문 제목이다. ‘초전화된 전자파와 이를 응용한 입자 가속기’라고 한다. 인문학도로서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제목이다. 그의 포부는 현대 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분야인 양자중력 연구라고 하니 분명히 우공이 시작한 아흔 살 이전에 뭔가를 이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강 변호사 기사를 읽으면서 생각난 또 한 사람은 어제 7주기를 맞은, ‘바보’라는 별명을 가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별명이 바보인 것은 지역감정을 없애 보겠다며 야당의 불모지에서 무모한 도전을 거듭한 데서 붙여진 것이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한다. 그곳에 모인 정치인 중에 ‘바보 노무현’을 진심으로 추도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어떤 이에게는 극복의 대상이고, 어떤 이에게는 혐오의 대상이다. 하지만 우공이산의 정신만은 모두에게 계승됐으면 한다. 국민은 물론이고 정치인 중에서도 이정현 의원이나 김부겸 당선자처럼 더 많은 ‘바보’가 나올 날을 기다려 본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5-24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