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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WP와 NYT의 디지털 전쟁/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WP와 NYT의 디지털 전쟁/임창용 논설위원

    ‘진화하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얼마 전 새 건물로 둥지를 옮긴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회의실에 가면 이 문구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고 한다. 문구의 주인공은 제프 베저스. 온라인 유통업계의 글로벌 공룡 아마존의 창업자다. 그는 2013년 유력 신문인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였고, 쇠락하는 종이신문에 ‘디지털 DNA’를 주입하는 데 전력을 다해 왔다. 신문시장의 침체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온라인 유통업계의 황제’ 베저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는 과연 성공하고 있을까. 최근 미국의 미디어 전문매체인 ‘디지데이’의 분석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데이는 뉴욕타임스(NYT)와 몇 가지 분야를 비교해 워싱턴포스트를 해부했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5월 ‘혁신보고서’에서 디지털 중심의 진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우선 뉴스 트래픽에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를 압도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사이트 방문자에서 워싱턴포스트는 7600만, 뉴욕타임스는 7020만을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록의 출판’이라는 뉴욕타임스의 위상을 끌어내리려고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
  • [씨줄날줄] 도요타의 새 도전/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도요타의 새 도전/박홍기 논설위원

    1973년 제1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1979년 다시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자동차 산업에 치명적이었다. 일요일이나 휴일의 경우 주유소에 휴업 조치가 내려졌다. 가솔린 가격도 2배 이상 뛰었다. 일찍이 자동차 배출가스에 따른 대기 오염과 교통사고 사망자의 증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터다. 1970년대 미국의 풍경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연비가 높은, 즉 적은 기름으로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차량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본 자동차는 오일쇼크 이후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 친환경을 맞췄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질주는 괄목할 만했다. ‘환경 대응 없이는 미래도 없다.’ 도요타의 캐치프레이즈다. 도요타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다. 1997년 출시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는 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가려서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를 대량 생산, 상용화를 가능케 했다. 획기적일 만큼 저렴한 연료비로 친환경차라는 찬사를 받았다. ‘꿈의 차’라는 별칭도 붙었다. 도요타는 2007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1200만대라는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졌다. 가속 페달이 들러붙는 현상으로 급발진·급가속 문
  • [씨줄날줄] 혼밥보다 ‘혼밥’/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혼밥보다 ‘혼밥’/황수정 논설위원

    “덕선아! 숟가락 좀 놔라~”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의 집 담장 너머 울려 퍼지는 엄마의 대사다. 해거름 골목길을 비출 뿐인데, 숟가락의 웅변은 대단하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두레반에 가족 수만큼 수저가 놓이고, 둘러앉은 식구들이 정수리를 비벼 가며 저녁밥 먹는 장면을. 한 밥상에서 온 가족이 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는 그 자체로 ‘복고’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세태는 어제오늘 다르다. ‘혼밥’(혼자 먹는 밥)이라는 조어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벌써 익숙하다. 혼밥의 극복 여부에 따라 세대가 갈린다. 혼자 먹기가 무안해서 끼니를 건너뛴다면 꼼짝없이 구세대다. 요즘 세대라면 낯설거나 불편하지 않다. 더 맛있는 혼밥을 즐길 수 있게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많다. 그런 풍속에 스스로 ‘미식 유목민’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부른다. 혼밥용 그릇까지 인기 있다니 설명이 더 필요 없겠다. 20~30대에게 나 홀로 문화가 뿌리내리는 속도는 무섭다.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혼자만의 쇼핑을 즐기는 ‘혼쇼’가 대세로 자리 잡는다. 이러니 나 홀로 소비를 겨냥한 시장 마케팅에 불꽃이 튈 수밖에 없다. 간단히 혼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
  • [씨줄날줄] 피로사회와 박카스/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피로사회와 박카스/박홍기 논설위원

    한국 사회는 얽히고설킨 탓에 콕 집어 정의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 때문에 위험사회, 분노사회, 닫힌 사회, 권위사회, 절벽사회, 탐욕사회, 절망사회라는 등의 표현이 자주 입길에 오르내렸다. 피로사회는 무한경쟁과 성과경쟁 속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다. ‘존재하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사는 사회를 일컫는다. 그렇기에 시대와 상황에 맞춰 해석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 ‘최고, 1등’을 좇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까닭에서다. 한마디로 지친 사회다. 독일 베를린예술대학 한병철 교수는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성을 근간으로 삼던 규율사회가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이 지배하는 성과사회로 바뀌었다고 갈파했다. 능력과 성과를 통해 주체로서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 사회라는 게 한 교수의 논리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착취하는 까닭에
  • [씨줄날줄] 핵우산론 & 핵무장론/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핵우산론 & 핵무장론/구본영 논설고문

    그제 오전 미국의 B52가 오산기지 상공을 선회했다. 한반도 위기 때마다 출격해 온 전략폭격기로 스트래토포트리스(Stratofortress)란 이름 그대로 ‘하늘의 요새’다. ‘버프’(못난이 뚱보 친구·Big Ugly Fat Fellow)란 별칭처럼 무장능력에서 여타 기종을 압도한다. 특히 공대지 핵미사일을 비롯해 지하 60m를 관통하는 벙커버스터 등을 탑재, 북한 수뇌부로선 가장 두려운 존재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4일 만에 B52가 한반도에 출현한 것은 뭘 말하나. 일차적으론 북한이 또 도발할 경우 한·미 연합 차원의 강력 대응을 예고하는 무력시위다. 다른 한편으론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이 이른바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과시다. 핵무기가 없는 우리의 입장에서 미국이 받쳐주는, 핵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받은 형국이다. 강력한 핵을 보유한 동맹국으로부터 북핵에 대한 사전·사후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앞으로 미군의 전략자산인 B2 스텔스폭격기와 핵 잠수함이 차례로 한반도에 투입되면 ‘핵우산 3종 세트’가 가동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하자는 핵무장론에 비해 핵우산론이 비(非)자주적 담
  • [씨줄날줄] 남북 소통과 임진강/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남북 소통과 임진강/서동철 논설위원

    남북 분단의 상징과도 다름없는 임진강은 삼국시대에도 고구려·백제·신라의 경계였다. 고구려 장수왕(재위 412~491)은 백제와 대치하던 임진강을 돌파해 한강을 차지한다. 이때 백제가 위례성을 버리고 지금의 공주인 웅진으로 수도를 옮긴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고구려는 충주와 대전 일대까지 장악하기도 하지만, 진흥왕(재위 540~576)의 신라에 한강유역을 다시 내주게 된다. 이후 임진강은 고구려와 신라의 국경선이 됐다. 고구려와 신라가 각각 대군(大軍)을 배치하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매우 높아졌다. 고구려는 임진강 북쪽에 호로고루와 당포성, 은대리성처럼 규모가 큰 방어시설 말고도 여러 곳에 보루(堡壘)를 구축했고, 신라도 남쪽에 칠중성 등을 쌓아 공세에 대비했다. 고구려와 신라의 군사 유적이 모두 임진강 중·상류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북쪽의 경기 연천군 군남면, 남쪽의 파주시 적성면 일대다.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의 남북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곳이다. 강원도 서북쪽 두류산에서 발원해 서해로 흘러드는 임진강에서 배를 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최하류가 이 지역이다. 20세기 이후 한반도의 남북을 잇는 가장 중요
  • [씨줄날줄] 소통에 대한 오해/임창용 논설위원

    새해가 되니 여기저기서 신년 단합대회 소식이 들린다. 화합과 소통을 위해 단합대회는 꽤 필요한 행사다. 외동으로 큰 탓에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화합과 소통, 그리고 배려의 정신을 배울 수도 있다. 다만 그 방식에서 요즘의 단합대회가 정말 소통과 화합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소통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본질을 벗어난 행태나 말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탄절날 40대 초반의 가장이 회사 주최 등산에 나섰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신년 단합대회로 회사가 마련한 행사였다. 버스에서 쪽잠을 잔 뒤 새벽에 천왕봉에 오르다 심근경색을 일으켜 생을 마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을 때 이 회사 직원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험산에 올랐다. 회사 측은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과연 몇 명이나 성탄절에 산에 가고 싶었을까. 이날 행사가 정말 소통과 화합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원들이 있기는 한 걸까. 사고가 자주 나지 않을 뿐이지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사원 개인과 가정에 가장 소중한 시간인 한 해의 마지막날과 새해 첫날 극
  • [씨줄날줄] 김정은 ‘치킨게임’의 심리학/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이 그제 4차 핵실험을 단행한 뒤 “우리의 핵 포기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의 여하한 압력에도 맞서겠다는 예고였다. 북한의 이런 공식 성명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자필 서명 문구다. “당중앙은 수소탄 시험을 승인한다”며 김정은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치킨게임’의 주역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핵 개발도 이미 김일성 시대 때 시동이 걸렸지 않은가. 구소련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 블록이 무너진 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카드를 빼든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김씨 조선’의 3대 상속자 김정은이 이 시점에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이 궁금해진다. 그것도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면서까지 말이다. 지난달 그의 “수소탄의 폭음을 울리는 핵보유국”이라는 발언은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의 도화선이었다. 흔히 창업(創業)보다 수성(守城)이 더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나 국가를 경영할 때 통용되는 경구다. 김정은은 고립무원인 처지에서 그나마 후원국인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막 나가는 형국이다. 판로를
  • [씨줄날줄] 아이폰과 샤오미/최광숙 논설위원

    “아이폰의 국내 상륙을 막아라.”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처음으로 아이폰을 소개한 뒤 국내 통신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전화 통화나 하던 휴대전화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설치한 ‘손안의 컴퓨터’인 아이폰의 등장은 엄청난 충격이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세상 어떤 스마트폰보다 강력한 스마트폰을 만들라”고 주문한 것도 그래서다. 전 세계가 아이폰에 열광했지만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기까지는 장장 2년이나 걸렸다. 표면적으로는 전파인증·독점판매권 등의 문제가 진입의 걸림돌이라고 했지만 당시 통신제조업체의 방해 공작이 있었다는 설이 분분했다. 지금 아이폰의 국내 진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2007년 국내 통신업계가 혁신의 아이콘 아이폰이 두려웠다면 지금은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 경계령이 내려진 것 같다. 샤오미가 최근 온라인에서 최신 스마트폰 ‘홍미노트3’를 6만 9000원에 팔다가 하루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고 한다. 비슷한 성능의 우리 제품이 9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해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KT와 제휴해 이 제품을 팔던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는 판매 중단 사유
  • [씨줄날줄] 잭 도시와 임성기/임창용 논설위원

    “회사의 주인은 주주일까요, 아니면 사원들일까요?”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MBA)으로 꼽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경제학 교수인 프랭클린 앨런은 수업을 할 때 꼭 이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진다고 한다. 그러면 대개 미국 학생들은 주주가,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기업의 법적 소유자는 당연히 주주다. 그렇지만 주식을 사고팔며 차익만 챙겨 가는 주주보다는 평생 회사에 몸담고 회사 발전에 기여한 사원들이 진정한 주인이라는 의식이 아시아 출신 학생들에게 더 많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관점으로만 보면 직원들은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경영적 측면에서 아시아의 기업들에 비해 직원들을 쉽게 해고한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실현해 주지 못하면 자신이 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여 이런 논리가 꼭 맞는 것일까? 최근 디지털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트위터의 경우를 보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다. 지난해 10월 트위터의 종신 CEO로 선임된 잭 도시는 취임 후 전체 직원 중 8%를 해고하는 고강도의 구조
  • [씨줄날줄] 새해 소망/강동형 논설위원

    새해 소망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건강’과 ‘부자가 되는 꿈’, ‘가정의 행복’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새해 소망들이다. 트렌드 분석 회사인 다음소프트가 ‘병신년’과 ‘새해 소망’의 연관어를 분석, 새해 소망 우선순위를 발표했다. 트위터 21억 5378만 2549건, 블로그 1억 4605만 99건을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새해 소망 1위는 ‘건강’이 차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해 소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위는 ‘시험’이다. 다소 의외지만 인생에서 진학시험, 취업시험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 같다. 3위는 ‘안전’. 메르스 사태 등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프랑스 테러 등 각종 테러가 안전을 상위권에 올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4위는 ‘돈’이었다. 새해 인사로 ‘부자 되세요’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돈이 우선순위인 것은 당연한 결과다. 5위는 ‘다이어트’라고 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새해 소망은 그 대상이 제한돼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떤 새해 소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추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빅데이터 분석과는 달리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새해 소망 1위에 ‘이직’
  • [씨줄날줄] 혜경궁 홍씨와 노소영/최광숙 논설위원

    “천은(天恩)으로 세손을 보전하여 주시길 바라나이다.” 비운의 사도세자 부인 혜경궁 홍씨가 남편이 뒤주에 갇히자 시아버지인 영조에게 올린 글이다. 뒤주에 갇혀 더위와 허기 속에 남편이 죽는, 망극한 일을 겪고도 그가 가장 먼저 염려한 것은 열한 살 아들 세손의 앞날이었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죽은 지 두 달여 지난 후 홍씨의 아들을 왕위를 이을 동궁으로 책봉한다. 아들이 동궁이 됐다고 홍씨의 근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동궁 책봉은 왕이 되기 위한 첫걸음일 뿐 그 후의 갈 길은 더욱 멀고도 험했다. 세손은 ‘죄인’ 사도세자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홍씨는 남편이 죽은 뒤 처음 영조를 만난 자리에서 아들 세손을 영조가 있는 경희궁으로 데려가 가르치길 간청한다. 영조가 “네 세손을 보내고 견딜까 싶으냐”고 걱정해도 “떠나 섭섭하기는 작은 일이요, 위로 모셔 배우기는 큰일이로소이다”라며 영조의 품으로 아들을 보낸다. 아들의 운명이 영조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홍씨는 영조가 어머니를 보고 싶어 우는 어린 세손이 마음 아파 도로 데려가라고 해도 어미를 그리는 것은 사사로운 정이고, 할아버지를 받들어 정사며 나랏일을 배우는 것이 옳다고 마다한다. 홍씨
  • [씨줄날줄] 친북국가의 ‘유턴’/구본영 논설고문

    아프리카 하면 무더위와 전염병을 먼저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릇된 선입견일 뿐이다. 천연자원이 넘쳐나고 기후도 온화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보라. 살기 좋은 여건이라면 짐바브웨도 마찬가지다. 석탄과 금 등 광물이 풍부한 데다 면화로 가득한 드넓은 초지도 있다. 유럽인들이 남아공과 과거 로데시아로 불렸던 짐바브웨로 몰려들었던 이유다. 두 나라는 백인들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공통점은 있지만, 이후 궤적은 딴판이다. 남아공은 안정 궤도에서 발전하고 있지만, 짐바브웨는 아직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축에 든다. 남아공은 시장경제, 특히 넬슨 만델라 집권 이후 관용적인 다원주의를 추구한 반면 짐바브웨는 한때 생뚱맞게도 북한의 ‘주체경제’를 롤모델로 삼았다. 무가베 정권이 1980년 집권한 뒤 주체사상에 경도되면서다. 무가베는 평양을 방문한 뒤 주체사상 서적을 번역하면서 김일성식 일당독재를 벤치마킹하려 했다. 김일성도 1981년 내전 중인 짐바브웨에 군사 고문단과 무기를 지원했다. 하지만 ‘줄을 잘못 선’ 결과는 혹독했다. 최근 일본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대한민국은 2만 7970달러로 세계 23위였다. 그러나 짐바브웨는 아직
  • [씨줄날줄] 정명훈 이후/서동철 논설위원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박현정 전 대표의 성희롱 및 막말 파문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그다. 부인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더해지면서 결심을 굳힌 것이 아닌가 싶다. 정 감독이 2006년 취임한 이후 서울시향은 놀랍게 성장했다. 서울시향이 한국의 대표적인 교향악단으로 자리를 굳힌 것은 물론 교향악계 전체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그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정 감독과 서울시향의 동거는 처음부터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았다. 정 감독은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이 출범한 이후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자리에서 정 감독보다 많이 받은 사람은 없었다. 대통령이나 이른바 5부 요인의 연봉 또한 정 감독의 그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마에스트로 정 자신은 매우 합당한 대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날 문제의 원인이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대도시의 이름을 딴 두 교향악단을 비교해 보자. 뉴욕필하모닉의 한 해 예산은 7000만 달러(약 821억원) 안팎이다. 시민과 기업의 기부금이 3000만 달러(약 352억원)를 넘지만 뉴욕시의 지원금은 20만 달러(약 2억 3
  • [씨줄날줄] 재벌가의 혼외자/김성수 논설위원

    ‘시앗’은 남편의 첩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남편이 첩을 얻게 되면 ‘시앗 보다’라는 표현을 쓴다. ‘시앗 싸움에 요강 장수’라는 말도 있다. 본처와 첩이 싸우다 요강이 깨지면 제3자인 요강 장수만 득을 본다는 뜻이다. 어부지리라는 소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축첩(蓄妾)은 최고위층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돈만 있다면 상당수 남성들이 두 집 살림을 했다. 가정불화의 원인이었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축첩축출을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다. ‘축첩 공무원 모두 해면(解免·물러나게 함)키로, 이미 1385명 적발’…. 1961년 6월 초 한 조간신문 기사 제목이 당시 사회상을 보여 준다. 이중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부정을 범하게 된다는 점을 들어 축첩 공무원을 쫓아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과 권력, 명예를 쥔 남성들은 부인 외의 여성을 탐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까지…. 불륜은 필연적으로 ‘혼외 자녀’를 낳았다. 미국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은 10여명의 사생아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은 혼외 딸을 20년이나 넘게
  • [씨줄날줄] 덕담(德談)/강동형 논설위원

    글피면 병신(丙申)년 새해다. 엄격히 말하면 ‘병신년’은 아니다. 병신년은 설날인 2월 8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양력 1월 1일부터 ‘○○년 새해’라고 부르는 데 익숙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인사를 양력 1월 1일과 설날 아침 두 번 하게 된다. 음력과 양력이 비빔밥처럼 뒤섞이면서 생겨난 새 풍속도다. 설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건네는 축복과 축하의 말을 덕담이라고 한다. 요즘은 아랫사람이 어른에게 하는 기원도 덕담이다. 그런데 설날에 주고받는 축복과 기원을 뜻하는 단어를 하필이면 ‘덕담’(德談)이라고 했는지 그 어원이 궁금한 적이 있다. 고대 중국의 점치는 행위에서 나왔다는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수긍할 만한 답은 찾지 못했다. 논어 학이편을 읽으면서 ‘신종추원 민덕귀후의’(愼終追遠 民德歸厚矣)라는 문장에서 덕담이라는 단어가 유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신종추원’은 부모나 조상의 제사를 정성스럽게 지낸다는 뜻이다. ‘민덕귀후의’는 백성의 덕이 두터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 문장에서 ‘제사를 정성스럽게 지내는 행위’와 ‘덕’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관계를 짓고 있다. 이 때문에 “설날 차례를 지낸 뒤 세배를 하면
  • [씨줄날줄] 송년 음악회와 합창 교향곡/서동철 논설위원

    송년 음악회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서양 음악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 ‘합창 교향곡’ 연주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전곡 초연은 1948년 11월 27일 서울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에서 이루어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는 다른 악단이다. 지휘는 미군정청이 파견한 서울중앙방송국 고문 롤프 제이컵이 맡았다. ‘합창 교향곡’의 연주 시간은 일반적으로 75분을 넘고, 지휘자에 따라서는 80분을 넘기기도 한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바리톤 등 4명의 독창자가 필요한 데다 합창단 인원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피콜로와 콘트라바순, 베이스트롬본 같은 특수악기도 들어간다. 더불어 무궁무진한 스케일의 음악을 건실하게 완성해가려면 상당한 음악적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시 ‘합창 교향곡’의 초연을 소개한 신문 기사는 ‘출연자는 동 악단원과 합창단원을 합하여 무려 300명이라 하는데, 이와 같은 대기획은 우리나라 양악단(洋樂團) 최초의 성사(成事)’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독창자로는 소프라노 김천애, 메조소프라노 김혜란, 테너 이인범, 베이스 김형노 등 당대 최고의 성악가들이 나섰다. 합창은 ‘예술
  • [씨줄날줄] 올해의 신조어/임창용 논설위원

    올해를 빛낸 인물은? 지난 1년을 잘 나타낸 사자성어는? 연말이 가까워 오니 한 해를 정리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달이 차고 계절이 바뀌면 한 해가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지만, 해를 넘기기 전에 무언가 정리하고픈 인간의 욕구 때문인 듯싶다. 그중 눈에 들어온 게 ‘올해의 신조어’다. 대부분 표준어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고 재미를 느낀 단어들이다. 상당수는 젊은 층의 생각과 사회 변화의 흐름을 보여 준다. 톡톡 튀는 감각이 웃음을 주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찾아본 신조어는 ‘덕력’(德力)이다. 덕력은 ‘덕후의 공력’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덕후는 한 분야에 미칠 정도로 빠진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말 ‘오타쿠’의 줄임말이다. 덕력을 갖춘 사람은 한 분야의 고수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 덕후라는 사실을 밝힌 연예인 심형탁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주 검색됐다. 덕력이란 신조어가 유행하면서 자신이 한 분야에서 덕력의 소유자인지를 스스로 체크해 보는 덕력 테스트도 인기를 끌었다. 덕력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단어는 ‘뇌섹남’이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인 말이다. 지적이면서
  • [씨줄날줄] 마천루/강동형 논설위원

    인간은 태곳적부터 하늘을 우러러봤다. 구름과 날개 달린 백마, 청용을 타고 하늘 저 끝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상상하는 천국으로 올라가는 꿈을 꿔 왔다. 고대 바빌론의 바벨탑은 인류 역사상 인간이 신을 만나기 위해 벽돌로 쌓기 시작한 마천루일 것이다. 이는 구약 성경 창세기 11장에 왜 탑을 쌓기 시작했는지, 왜 신이 탑을 쌓지 못하게 했는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마천루라 부르는 초고층 건물을 중국에서는 마천대루(摩天大樓)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하늘에 닿을 수 있는 큰 건축물을 의미한다. 영미권에서는 이를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라고 하는데 ‘스카이’는 하늘이고, ‘스크래퍼’는 ‘긁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갈다’라는 뜻을 가진 마(摩)와 의미가 서로 통한다고 할 것이다. 건축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보통 200m 이상 고층 건물을 마천루라고 한다. 과거 사람들이 고층 건축물을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생각했다면 요즘 사람들은 기술 발전과 나라의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상징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며칠 전 롯데월드타워 123층에 마지막 대들보를 얹는 상량식이 열렸다. 롯데타워 높이는 555m(첨탑높이, 건축물 높이는 508m)로 우리나라에
  • [씨줄날줄] 흑인 헤르미온느/박홍기 논설위원

    영화 ‘슈렉’(2001)에 피오나 공주가 등장한다. 피오나 공주는 지금껏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날려 버린다. 피오나 공주는 처음에는 예쁘고 청순한 듯하다. 곧 본색을 드러낸다. 숲 속에서 노래를 부르다 고음으로 새를 터뜨린다든가,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양발 차기 무술실력도 뽐낸다. 엽기적인 데다 연약하지도 않다. 더욱이 낮엔 예쁜 공주지만 날만 저물면 슈렉과 같은 푸른 괴물로 바뀐다. 그리고 피오나 공주는 슈렉과 사랑에 빠져 예쁜 외모가 아닌 못생긴 괴물로 남는다. 공주에 대한 기존 틀을 보란 듯이 깬 것이다. 인식의 전환인 까닭에 참신했다.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은 흑인 차별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정면으로 다뤘다. 평범하고 쾌활한 백인 처녀 조이와 사별한 흑인 의사 존의 인종을 뛰어넘는 사랑 얘기다. 부유한 조이의 부모가 존을 탐탁하지 않게 여김은 시대 상황에 비춰 당연하다. 존의 부모 측도 마찬가지다. 고심 끝에 내린 조이 아버지의 결론은 두 사람의 사랑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두 유쾌한 저녁 식사를 시작한다. 파격적이었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2005)에서 해리포터의 첫 사랑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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