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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부모 찬스/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부모 찬스/전경하 논설위원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7㎡를 27억 4000만원에 매매계약한 A씨는 30대 초반이다. 은행 대출 없이 산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다. ‘평당 1억원’인 아크로리버파크를 올 들어 산 사람 중에는 30대가 제법 있다. 국세청은 어제 올 들어 9월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를 산 사람 중 30대 이하가 31.1%라고 밝혔다. 대다수가 사회 초년생으로 자산 형성 초기인 경우가 많아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있단다. 이른바 ‘부모 찬스’를 썼는지에 대한 검증이다. 30대라도 사업에 성공했거나, 상속(증여)세를 제대로 내고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연봉 많이 주는 회사에 취직해 돈이 많을 수 있다. 세금을 제대로 안 냈다면 국세청 조사에서 발각되겠지만 행여 회사 취업에 부모 찬스가 쓰였다면 발견이 쉽지 않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말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에 벌금 630만 달러(약 73억원)를 부과했다. 바클레이스가 고객사 임원 자녀나 지인을 인턴이나 정직원으로 불법 채용하고 대신 채권 발행 주관사로 선정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당 고객사에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채
  • [씨줄날줄] 보잉의 땜질 처방/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보잉의 땜질 처방/장세훈 논설위원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는 글로벌 항공기 제작 시장에서 양대 산맥이자 숙명의 라이벌이다. 연륜만 놓고 보면 보잉과 에어버스는 ‘할아버지와 손자’ 격이다. 1916년 설립된 보잉은 항공산업의 역사 그 자체다. 에어버스는 프랑스·독일·영국 등의 업체들이 손을 잡고 1969년 공식 출범했다. 미국 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대항마였다. 이후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보잉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2000년대 들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2000년대 초반 보잉은 당초 추진해 온 500석 규모의 초대형 여객기 ‘747X’ 시리즈 개발 계획을 보류하는 대신 크기는 작지만, 음속에 버금가는 속도로 비행하는 `소닉 크루저’ 개발에 주력했다. 반면 에어버스는 2005년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을 발표하면서 대형 장거리 여객기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국제 유가 상승은 ‘빠르게’에 주력했던 보잉이 아닌 ‘싸게’에 초점을 맞춘 에어버스의 손을 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2010년대에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급성장, 지역과 지역을 잇는 이른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항공운송 전략 등과 맞물려 두 업체의 경쟁이 다양한 기종으로 확
  • [씨줄날줄] 형제복지원과 해외 입양/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형제복지원과 해외 입양/전경하 논설위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양아는 681명으로 이 중 해외 입양이 303명(44.5%)이다.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고자 2007년부터 국내 입양을 5개월간 먼저 추진하고 그 이후 해외 입양을 추진하도록 관련법이 바뀌면서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보다 많아지긴 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2위인 한국이 여전히 고아 수백명을 해외로 보낸다. 입양아는 부모가 양육을 포기한 경우도 있지만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 경찰청이 최근 한국 출신 미국 입양인이 만든 비영리단체 325KAMRA와 협력해 국내 장기실종 아동 가족의 유전자를 채취, 해외 거주 입양인과 대조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10년 이상 실종자가 540여명이라는데 정부의 입양아 유전자 대조가 막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나 싶다. AP통신이 지난 9일(현지시간) 부산의 형제복지원이 돈벌이를 위해 아동들을 해외 입양시켰다고 보도했다. 입양아 19명에 대한 직접 증거를 확보했고, 이들 외에 51명 이상을 해외 입양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간접 증거도 찾았다고 전했다. 형제복지원에서 노역을 했던 이재식·김상하씨는 갓 태어난 아기부터 4살 정도까지 아이 8
  • [씨줄날줄] ‘펭수’의 진화/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펭수’의 진화/박록삼 논설위원

    1980년대 TV 프로그램 ‘뽀뽀뽀’ 속 ‘뽀미 언니’의 말은 절대진리였다. 뽀미 언니는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면 안 되고 약속을 잘 지켜야 하며, 만나고 헤어질 때 반갑게 인사해야 하며, 친구들과 싸우더라도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일상의 도덕률을 충실히 가르쳤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뽀미 언니와 자연스럽게 헤어졌겠지만, 어른이 된 뒤에도 많은 이가 여전히 그 가르침의 자장 안에서 지내고 있다. 어린이들의 절대 캐릭터는 이후로 쉼없이 바뀌어 왔다. 1990년대 뚝딱이가 잠시 인기를 얻었고, 2000년대 들어 방귀대장 뿡뿡이와 짜잔형이 왔다 갔고, 번개맨이 정의와 도덕의 수호자로 나타났다. 2003년 뽀로로가 아이들 사회를 평정하기 전까지 유년기 사회화 교육을 담당했던 이들이다. 이상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펭수’다. ‘우주 대스타’가 되려고 남극에서 왔다는 10살 펭귄. 교육방송(EBS)에 나타난 캐릭터임에도 별로 교육적이지 않다. 방탄소년단(BTS)만큼 유명해지고 싶다는 펭수의 말과 행동에는 교훈적 내용 따위는 없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무례하게 생겼다’고도 말하지만 생긴 게 무례할 리 없다. 그저 내숭 없이 속내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며,
  • [씨줄날줄] 놀아난 국민 프로듀서/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놀아난 국민 프로듀서/이종락 논설위원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웨덴의 한 방송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방송사 PD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연예인 출연진을 찾지 못한 제작진이 급하게 일반인을 등용한 데서 시작됐다. 이후 영국과 미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와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영국의 ITV와 아일랜드의 TV3가 방영하는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유럽 전역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돼 결승전은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는 연인원 7억 5000만명이 전화·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투표에 참여한다. 30초짜리 광고 한 편이 70만 달러(약 8억 9000만원)에 달했고, 결승전 방영 때에는 130만 달러(약 15억원)까지 치솟았다. 미 폭스TV가 방영한 ‘아메리칸 아이돌’은 전성기 때인 2006년에는 시청자 수가 주당 평균 3740만명을 돌파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부터 케이블TV 엠넷(Mnet)의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허각,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솔로로 독립한 장범준, 로이킴 등이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 [씨줄날줄] 행운의 상징 ‘아기상어’/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행운의 상징 ‘아기상어’/이동구 논설위원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린 먼로가 뭇 남성의 연인으로 사랑받았다면, 비슷한 시기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세계 여성팬들의 로망이었다. ‘상류사회’(1956년)라는 뮤지컬 영화에 출연한 뒤 모나코 왕자와 결혼하면서 당대의 신데렐라가 됐다. 특히 이 영화에서 행운의 징표로 받은 지폐 덕분에 신데렐라가 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2달러 지폐’가 행운의 상징이 됐다. 1928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에서 최초로 발행한 2달러짜리 지폐는 지불 수단으로는 불편함이 많아 사실 잘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후 지금까지 국가에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념으로 발행되고 있다. 유럽인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네잎클로버’는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해 준 일화가 알려지면서 행운의 상징이 됐다. 몽골인들은 어깨 위에 독수리를 올려놓으면 1년 동안 행운이 함께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태국과 미얀마에서는 코끼리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며, 코를 높이 든 코끼리일수록 큰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일본과 러시아에서는 인사하는 고양이 ‘마네키나코라’와 나무 인형 ‘마트료시카’가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한 출판사가 제작한 동요 ‘아기상어’(Baby Sh
  • [씨줄날줄] 술병 연예인/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술병 연예인/장세훈 논설위원

    소비재를 제조·판매하는 기업들은 포장을 중시한다. ‘포장은 침묵의 판매원이다’라는 표현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포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한다. 포장은 원래 상품 파손을 막고 운반·보관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됐으나 지금은 판촉 마케팅의 핵심 요인으로도 자리잡았다. 포장이 지나치면 소비자 불만을 낳을 수 있다. 한때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준다’는 냉소를 불러왔던 국내 과자류와 과대 포장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명절용 선물세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포장에서도 이른바 ‘골디락스 전략’이 요구된다.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 동화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경제에서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을 빗댄 것이다. 주류 포장에서 핵심 요소는 라벨이다. 병의 모양이나 색상으로도 차별화를 이끌어 내지만, 라벨은 해당 술의 핵심 정보를 담고 있고 가치를 상징한다. 라벨을 제대로 볼 줄 안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에도 도움이 된다. 와인이나 위스키 등이 대표적이다. 라벨의 사전적 의미는 ‘종이 등에 물건에 대한 정보를 적어 붙여 놓은 표’다. 하지만 상품과 무관한 정보가 담기기도 한다. 최근 보해양조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손을 잡고 소주와
  • [씨줄날줄] ‘밈’(Meme) 공장, 틱톡틱톡/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밈’(Meme) 공장, 틱톡틱톡/이지운 논설위원

    ‘밈’(Meme)은 “웃기고, 재미있고, 희화화된 것”이다. ‘인터넷 밈’은 “기존의 유행어ㆍ행동 등을 모방 또는 재가공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나 영상”을 말한다. 오래된 TV 광고가 재가공, ‘2차 창작’ 과정을 거쳐 다시 인기를 끄는 요즘 현상이 그러한 것이다. 미국 잡지 뉴요커는 일전에 ‘밈 공장(팩토리)’으로 비디오 공유 앱 ‘틱톡’(Tiktok)을 지목했었다. 당연히 청소년들이 주 사용층이다. 미국에서만 2650만명이 애용 중이다. 이 중 약 60%가 16∼24세다. 2017년 출시 이후 10억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다운로드 1위였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을 통해 또 한번 이름을 날렸다. 지난 9월 계정 개설 3시간31분 만에 팔로어 100만명을 돌파했다. 1개월 뒤에는 1800만명이 됐다. 모기업은 ‘바이트댄스’로,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기업 가치는 780억 달러(약 91조원) 이상으로 평가됐다. 내년 초쯤 홍콩 증시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틱톡 스스로는 자신들의 장점을 이렇게 홍보한다. 우선 ‘자동 번역
  • [씨줄날줄]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중국 고전 ‘삼국지연의’ 속 유비가 제갈공명을 책사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세 번 찾아가 결국 마음을 되돌렸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고사는 익히 알려져 있다. 유비의 인재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제 땅 한 뼘도 없이 ‘한(漢) 왕실의 후손’이라는 껍데기뿐이던 유비는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로 조조, 손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륙을 정족지세(鼎足之勢) 형국으로 만들어 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 시절부터 정치적 위기 혹은 도전의 시기마다 인재 영입의 승부수로 정국을 헤쳐 갔다. 1987년 대선 패배 직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을 제1 야당으로 만들 때도, 1992년 정계 은퇴 약속을 번복한 뒤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도 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면서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MBC 앵커로 인기를 누리던 정동영, 재야의 거목 김근태, 천정배 변호사, 추미애 변호사, 소설가 김한길, 학생운동의 스타였던 김민석ㆍ임종석ㆍ이인영 등 ‘젊은피’ 수혈은 정치인 김대중의 든든한 자산이 됐다. 중도층으로 지지를 넓혀 가면서 재야와 나누고 있던 민주세력의 대표성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정치권의 인재 영입은 지지세력을 확장할 뿐 아니라 정당의 정체성을 더
  • [씨줄날줄] 면세점 수난시대/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면세점 수난시대/전경하 논설위원

    2015년은 ‘면세점 대전(大戰)’의 해였다. 관세청은 그해 7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대기업 2, 중소·중견기업 1) 3곳, 11월 면세특허권이 끝나는 대기업 면세점 3곳의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신규에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화갤러리아가 HDC신라면세점과 함께 선정됐다. 11월의 롯데월드타워점 특허는 두산으로, SK워커힐 특허는 신세계DF로 넘어갔다. 한화와 두산의 등장에 면세점 지형이 어떻게 변할까에 관심이 쏠렸다. 한화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 영업을 끝냈다. 두산은 지난 29일 특허 반납을 결정해 서울 중구 두타몰면세점 영업을 내년 4월 말 끝낸다. 이 두 대기업은 특허 기간인 5년을 채우기도 전에 철수했거나 철수할 예정이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 탓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시장은 출혈 경쟁시장으로 바뀌었다. 면세점은 2013년 관세법 개정안에 따라 특허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자동 갱신되던 기존 업체 특허는 만기에 재심사를 받아야 했다. 2015년 11월이 개정안이 적용된 첫 심사였다.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6년 4개가 더 생겼다. 감사원의 2017년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 [씨줄날줄] 레깅스 논쟁/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레깅스 논쟁/이순녀 논설위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레깅스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해당 남성은 지난해 버스 안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다 적발됐다. 1심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벌금 70만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레깅스는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이용되고 있다. 몰래 촬영이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유발한 것은 분명하지만 성적 수치심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레깅스 패션이 유행하면서 공공장소에서 보기 민망하고, 불편하다는 비판과 패션의 자유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왔다. 미국처럼 패션에 상당히 개방적인 나라도 레깅스 논쟁은 골치 아픈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레깅스를 입은 10대 여성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했다가 곤혹을 치른 일이다. 지난 3월 인디애나주 가톨릭계 사립대인 노트르담대학 신문에 레깅스 패션을 ‘노예 의상’이라고 비판하는 기고문이 실리자 일부 학생들이 ‘레깅스를 입을 자유’를 외치는 ‘레깅스 프라이드
  • [씨줄날줄] 백악관 상황실/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백악관 상황실/전경하 논설위원

    2011년 5월 1일 미국 동부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정의는 실현됐다”며 9·11테러를 지휘한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며칠 뒤 사살 장면이 생중계된 백악관 상황실 사진이 공개되면서 오바마의 모습이 다시 이목을 끌었다. 현장 작전팀과 교신하는 합통특수작전사령부 부사령관 마셜 웹 준장이 군복을 입고 테이블 상석에 앉아 있었다. 최고 군 통수권자인 현직 대통령은 폴로 티셔츠에 잠바를 입고 구석에 놓인 접이식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테이블 옆에 있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보다 지위가 낮아 보였다. 백악관 전속 사진작가 피트 수자가 촬영한 이 사진에 얼굴이 조금이라도 나오는 사람은 13명.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모든 사람의 시선은 모니터 화면에 꽂혀 있었다. 백악관 상황실에는 여러 회의실이 있고 평상시에는 앉는 자리가 정해진 회의실에서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피트 수자는 빈라덴 사살 작전인 ‘넵튠의 창’을 보려고 안보팀이 작은 회의실로 옮겼고, 오바마 전
  • [씨줄날줄] 유통업계 골리앗의 변신/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통업계 골리앗의 변신/장세훈 논설위원

    백화점 매장 배치에는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녹아들어 있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쇼핑에 몰입할 수 있도록 창문이나 시계를 두지 않는 건 상식처럼 간주된다. 여성 매장은 낮은 층, 남성 매장은 높은 층에 각각 배치하는 것도 남녀의 소비 성향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체류 시간을 늘리고 판매 효율을 높이기 위해 1층에는 화장실을 좀처럼 두지 않는다. 휴게시설 역시 최소화하고, 이를 마련하더라도 불편하게 디자인하는 데는 고객들을 더 많이 돌아다니게 하려는 의도가 숨겨 있다. 하지만 국내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이 고정관념처럼 굳어져 있던 ‘입점 공식’ 깨기에 나섰다. 서울 소공동 본점 여성의류 매장에 베이커리를, 강남점 리빙매장, 광명점 패션매장에는 카페를 각각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 측은 고객과 매출이 동반 상승했다고 하니, 소비 패턴의 변화가 마케팅 기법까지 바꿔 놓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도 창사 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수혈했다. 이른바 ‘순혈주의’를 깬 배경에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영업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가 있다. 미국의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 공룡들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켜 냈음에도 소비 패
  • [씨줄날줄] 북미 친서와 두 유훈(遺訓)/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북미 친서와 두 유훈(遺訓)/이지운 논설위원

    현 국면에서의 북미 외교는 친서(親書)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양국 정상은 관계 개선에 고비를 겪을 때마다 친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지난해 6월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들려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아본 뒤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했다. 뒤이어 그해 7월 초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가방에도 김 위원장의 친서가 들어 있었다. 미 국무장관의 방북에 ‘빈손’ 논란이 일었던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뒤 친서를 보낸 일을 공개하며 협상의 끈을 이어갔다. 하노이 2차 북미 회담의 물꼬를 튼 것도, 3차 정상회담의 기대를 높인 것도 친서였다. 두 정상들이 몇 차례나 친서를 교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친서 전달 사실은 대내외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만 공개하기 때문이다. 북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고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을 노동신문 1면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에 내보낸 적이 있다. 공개된 10차례 서신 교환 외에, 지난 8월에는 김 위원장이 일주일 간격으로
  • [씨줄날줄] 아파트 통매각/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파트 통매각/장세훈 논설위원

    부동산 시장에서 ‘일반분양 통매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통매각 제도는 미분양 해소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2011년 도입됐다. 2015년부터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도 적용됐다. 정비사업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실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 관악구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17년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했다. 하지만 현재의 논란은 제도 도입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일반분양분 통매각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에게 일반분양분 364가구를 8000억원에 넘긴다는 목표다. 현행법상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임대사업자에게 통매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용 지역 지정 전에 처분하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에게 팔 때는 가격 제한이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일반분양가는 3.3㎡당 3000만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합은 통매각으로 60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임대사업자는 8년 임대 후 1억원 안팎의 가격으로 되팔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전국 재건축·재개발조합 120여곳의 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도 최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 청원서를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 [씨줄날줄] 49년 마르지 않던 샘터/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49년 마르지 않던 샘터/박록삼 논설위원

    한국의 근대는 ‘잡지의 시대’였다. 1896년 당시 일본 유학생들이 만든 ‘대조선일본유학생친목회보’를 국내 최초의 잡지로 꼽는다. 국한문 혼용체의 이 계간 잡지는 교육·국방·정치·외교·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새로운 견해와 방향을 담은 독립사상, 개화사상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도, 해방 이후에도 여러 분야와 내용의 잡지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앎에 목마른 이들에게 또 다른 언론으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고, 특정한 전문적인 분야의 식견과 깊이를 더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전쟁 중에도 잡지 발행의 맥은 끊기지 않았다. 마종기, 윤후명, 황동규, 이승훈, 최인호 등 이름 짜한 시인, 소설가를 배출한 잡지 ‘학원’도 피난 중 창간됐다. 군사독재 불의에 맞서 시대의 어둠을 밝힌 잡지 ‘사상계’의 시작도 한국전쟁 중이었다. 오히려 세월이 흐른 1980년대가 잡지의 암흑기였다. 신군부는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뿌리깊은나무’ 등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잡지들을 줄줄이 폐간시켰다. 출판사와 작가들은 1980년 ‘실천문학’처럼 정기간행물이 아닌 ‘무크’(매거진+북) 운동으로 양심과 지성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세상 물정 몰랐던 어린이들
  • [씨줄날줄] 텔로미어와 벤저민 버튼/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텔로미어와 벤저민 버튼/박록삼 논설위원

    ‘… 해가 갈수록 벌꿀 같던 그녀의 머리칼은 지루한 갈색이 되었고, 푸른 에나멜 같던 눈동자는 싸구려 도자기처럼 광채를 잃었다. … 그녀는 따분할 만큼 안정된 생활을 했고, 어떤 일에도 흥분하지 않는 데다가 얌전하기 그지없는 취미활동만 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단편소설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묘사하는 중년 아내 ‘힐데가드’의 모습이다. 이 대목에서 먼저 드러나는 건 전형적인 외모의 노화다. 생명의 절대법칙인 생로병사를 담은 인생을 사는 이로서 당연한 일이다. 또 하나는 세상의 운영 질서에 익숙해졌기에 들뜨지 않는 내면의 차분함이다. 청춘의 시절처럼 휘몰아치는 격정은 없지만, 깊은 지혜에 눈을 뜰 수 있는 성찰의 모습이기도 하다. 평범하게 서로 아끼며 해로(偕老)한다면 별 문제가 없으련만, 중년의 아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데서 불행의 기운이 짐작된다. 남편 벤저민 버튼은 시간이 흐를수록 거꾸로 젊어진다는 데서 이 부부의 비극이 출발한다. 벤저민 버튼은 젊음을 만끽했고, 늙어 가는 아내를 멀리했다. 피츠제럴드는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과학 용어를 빌리자면 ‘
  • [씨줄날줄] 영화 ‘신문기자’/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영화 ‘신문기자’/황성기 논설위원

    국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일본 영화 ‘신문기자’는 내용에 기시감이 있고, ‘노 재팬’의 영향이 있는지 뚜껑을 열어 보니 뜻밖에 고전 중이다. 대형 영화관의 예매율은 20일 기준 CGV 0.6%(7위), 메가박스 0.4%(18위), 롯데시네마 0.1%(17위)이다. 개봉한 17일부터 19일까지 불과 5062명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런 푸대접이 안타깝게 느껴질 만큼 ‘신문기자’는 괜찮은 일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아베 신조 정권에서 벌어진 가케학원 사학 비리를 모티브로 한 ‘신문기자’에는 민간인 사찰, 댓글 조작, 가짜뉴스 생산이 등장한다. 저예산 정치 영화치고는 46만명의 일본인이 보고 수익분기점을 넘어 5억 5000만엔의 수입도 거둬들였다. 일본인에게는 실화에 바탕한 영화 내용이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겠지만 87년 민주화를 쟁취하고, 고비마다 촛불을 든 한국인에게는 다소 식상한 테마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정권 비리를 파헤치는 기자와 보도를 말살하는 국가 권력과 언론의 팽팽한 대결도 흥미로운 데다 살아 있는 권력을 비판하는 영화에 용기를 내 출연한 스타 배우들의 명연기도 볼만하다. 애니메이션과 사소설적 감정 묘사 작품이 주류를
  • [씨줄날줄] 탈(脫)항공여행/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탈(脫)항공여행/이순녀 논설위원

    사용 금액에 비례해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신용카드를 오래전부터 애용하고 있다. 1000원당 1마일씩 1000만원을 결제하면 1만 마일이 쌓여 국내선 일반석 왕복 항공권(비성수기)을 보너스로 받을 수 있다. 1~2년마다 공짜 비행기표가 생기니 연회비가 비싸도 만족한다. 마일리지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면 만족감은 배가된다. 마일리지를 가장 빨리 모으는 방법은 당연하게도 비행기를 많이 타는 것이다. 잦은 항공여행이 마일리지를 불리고, 그렇게 쌓인 마일리지를 활용해 또 항공여행을 떠나는 사이클이 형성된다. 최근 영국 정부 자문기구인 ‘기후변화위원회’가 항공기 단골 승객의 마일리지 제도를 금지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유는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비행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운송 수단으로 꼽힌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85g이다. 버스(68g)보다 4배, 기차(14g)보다 무려 20배나 많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항공여행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추세다. 항공 마일리지 금지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승
  • [씨줄날줄] 명품백 사랑/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명품백 사랑/이동구 수석논설위원

    프랑스대혁명 당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죄목에는 사치가 포함됐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그녀가 그다지 사치스런 생활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왕실과 호사스런 생활을 했던 왕비를 국가재정 파탄의 원흉으로 몰아 처형까지 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녀는 사치와 화려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며 뮤지컬과 영화 등 각종 예술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나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는 21세기의 마리 앙투아네트로 비유되며 전 세계의 언론을 장식했다. 지난해 5월 말레이시아 경찰이 그녀의 집과 사무실 등 6곳을 3일 동안 압수 수색한 결과 명품 핸드백이 담긴 상자만 무려 285개나 됐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의 연봉 10만 달러(당시 약 1억원 상당) 외엔 별다른 소득이나 물려받은 재산도 없었으나 에르메스 버킨백 등 다량의 명품백이나 다이아몬드 등을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경찰 압수수색을 통해 그 실체가 확인되면서 말레이시아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들은 그녀의 사치 행각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로스마가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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