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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박지원 후보자가 갖는 몇 가지 함의/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지원 후보자가 갖는 몇 가지 함의/이종락 논설위원

    1990년쯤 평민당(평화민주당) 시절 3년 전 평민당에 입당했던 박지원이 당시 김대중(DJ) 총재에게 말했다. “총재님, 만약 예수가 부활한다면 제일성으로 뭐라 할지 아십니까?” 그러자 김 총재가 “뭐여~”라고 답변을 구하자 박지원은 “기자 왔니?”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예수가 부활하더라도 기자가 오기 전에 부활 소식을 알려선 안 되죠.” 이 일화는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의 언론관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박 후보자는 당대변인 시절 새벽 4시쯤 일어나 12개 조간신문을 모두 읽은 뒤 6시 30분에 동교동에 가서 DJ에게 보고했다. 이후 현안에 대해 DJ의 견해와 지시를 들은 뒤 기자들에게 DJ의 생각은 물론 숨소리까지 그대로 전달했다. 대표적인 ‘언론 프렌들리’ 정치인 박지원이 국정원장에 내정된 며칠 뒤 전화를 걸었다. DJ의 가신으로, 동교동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문재인 정부하에 국정원장을 지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박 후보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박 후보자는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는 기간에는 일체의 언론과의 전화 소통과 SNS 활동을 안 하겠다는 말씀 들으셨죠. 내가 국정원장이 된 의미는 이 위원이 절 잘 아시니 그대로
  • [서울광장] 네오콘 볼턴과 극우 아베의 합작품/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네오콘 볼턴과 극우 아베의 합작품/오일만 논설위원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의 일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워싱턴으로 기수를 돌렸다. 북미 종전선언에 사인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류하기 위함이다. 아베의 노력(?) 덕인지 한국전쟁 종전선언은 유예됐고 이후 북미 관계는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노딜로 막을 내렸다. 2018년 4월 미일 정상회담 직후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은 미국이 최대의 압박과 압도적 군사력 위협을 가해야 할 대상”이라고 속삭였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진전을 막으려는 이런 아베 총리의 필사적 방해 공작은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최근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 담긴 내용이다. 볼턴이란 인물은 알다시피 신보수주의자 네오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하면서 세계 패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네오콘의 이런 세계 전략은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서 무기 장사에 나서는 군산복합체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이른바 정상국가가 돼야 한다는 일본 극우세력을 상징
  • [서울광장] 윤석열,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윤석열,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박록삼 논설위원

    1961년 5월 18일 전두환 대위를 비롯한 200여 젊은 장교들은 육사생도 800명을 이끌고 시가행진에 나섰다. 전두환 대위가 육사 교장인 강영훈 중장을 겁박해 만든 결과물이었다. 서울 동대문을 지나 남대문, 시청까지 이어진 ‘5·16 쿠데타 지지 데모’였다. 한국전쟁 휴전을 선언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시기 이들의 늠름한 모습을 본 시민들은 영문이야 몰랐지만 절로 박수를 쳤고, 이는 마치 민심이 박정희의 쿠데타에 우호적인 듯 비쳐졌으며, 미국 CIA보고서에도 그렇게 작성됐다. 육사생도들의 시가행진은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은 중요한 전환점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전두환은 19년 뒤인 1980년 5월 18일 광주 시민의 피를 뒤집어쓰며 12·12 쿠데타를 완성했다. 박정희에 이어 한국 역사상 두 번째 헌정 질서 문란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980년 광주 이후로 40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 사회에 쿠데타는 없었다. 특히 1987년 이래로 민주주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동안 설령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할지언정 모두 법체계와 질서를 존중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지난 2일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청법 8조에 근거해
  • [서울광장] 어린이 백과사전식 민주주의/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어린이 백과사전식 민주주의/이지운 논설위원

    일본 정치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우월감 중 하나가 자신들의 정치체제라고 한다. ‘의회제’(Parliamentary system)는 다수파가 형성되지 않으면 종종 연합정부(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때로는 이념 성향상 대척점에 있는 정당과의 연립정부도 생겨난다. 이렇다 보니 합의를 해야 할 일이 많고, 원치 않는 ‘협치’(協治)도 해야 할 때가 많다. 이 과정에서 ‘높은 민도와 성숙한 정치력’이 필요한데, ‘한국은 그런 것을 갖출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내각제는 구조적으로 부패, 독재 등에 빠질 위험이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을 제외하고는 선진국 대부분은 의회제 국가이고, 가난한 독재국가는 대부분 대통령제를 채택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체제 자체로 사회 간 우월성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의 생각은 학문적 논증을 거칠 일이되 일본도 서양으로부터 ‘정권 교체도 변변히 못 하는 나라’로 조롱받는 걸 잘 알고 있을 게다. 그래도 남는 건 ‘성숙한 정치력’이라는 해묵은 숙제다. 한국 사회가 최소 지난 30년간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도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기 위해서였다. 나아가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극
  • [서울광장] 청년들의 분노,이유 있다/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서울광장] 청년들의 분노,이유 있다/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청년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때문이다. 비정규직인 보안검색 담당 직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해 준 게 사달이 났다. 3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사흘 만에 제일 먼저 이 회사로 달려가서 ‘비정규직 제로(0)’를 약속했을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토익공부하느라 밤잠 못 자고 노력한 사람들은 뭐가 되나.” “청년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보다 재수 좋은 ‘알바’들이 성공하는 나라는 처음 겪는다.” “구청에서 ‘알바’했는데 9급 공무원 시켜 달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취업커뮤니티 등에는 성난 목소리가 이어진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라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사흘 만에 20만명을 넘었다. 감정싸움이 격해지면서 논쟁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정치인들이 숟가락을 얹으면서다. ‘가짜뉴스’ 탓이라더니 이젠 “조금 더 배웠다고 두 배의 임금을 받는 게 더 불공정하다”라는 주장까지 펴는 여당 의원이 등장했다. 2030들은 격분하는데 정작 청와대나 정부, 여당은 민심을 제대로 못 읽는 것 같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건 좋은 일인데 왜 이러느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보면
  • [서울광장] ‘공영 버스’에 올라탄 사모펀드/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영 버스’에 올라탄 사모펀드/전경하 논설위원

    1조 6000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펀드투자하려다 실패한 수원여객운수에서 241억원을 횡령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수원여객은 환승할인, 유류, 천연가스버스 취득 등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2018년 108억원, 2019년 356억원 각각 받았다. 민간회사가 버스 운행을 책임지면 적자를 보전해 주는 버스준공영제를 수원시는 시행하지 않는다. 그래도 수원시 버스회사들은 각종 보조금을 받는다. 감사원은 2014년 12월 서울·인천·부산·대구·광주시의 버스 보조금 집행 실태를, 올 5월 인천시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둘 다 재정보조금이 과도하게 지원되니 효율적 방법을 찾으라는 권고가 담겼다. 버스준공영제는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2018년 경기도(일부 지역)까지 8개 지자체가 운영 중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도입 요구가 높다. 감사원에 따르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회사는 203개로 전체 버스회사(503)의 38.0%다.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어 일부 버스회사는 운전기사 월급을 걱정하지만 준공영제 버스회사는 예외다. 준공영제는 2009년에 폐지된 최소운영
  • [서울광장] 파사현정 드라마의 해피엔딩/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파사현정 드라마의 해피엔딩/박홍환 논설위원

    간혹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현실을 직시할 때가 있다. 최근 흥미롭게 시청한 중국 드라마 한 편도 그중 하나다. 중국 무협소설의 거장 진융(金庸) 원작의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 2019년판이다. 거의 5년 주기로 리메이크되는 인기 드라마인데 이번에는 총 50부작으로 제작됐다. 중원 무림의 6대 명문정파와 명교 등이 힘을 합쳐 원나라의 폭정을 끝장낸다는 설정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주인공인 명교 교주 장무기와 수하 고수들이 대업을 완수한 뒤 황궁에서 황상을 앞에 두고 나누는 대화 장면이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해 가며 설명하면 이렇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니 황상에 앉아 어진 정치를 베풀라는 수하들의 간청에 장무기는 무림의 보도(寶刀) 도룡도를 꺼내들고 외친다. “부귀공명은 뜬구름과 같거늘 지금까지 우리가 해 온 일이 고달픈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고작 저깟 의자 때문이었나?” 그러면서 수하들에게 이 같은 다짐을 받는다. “앞으로 누가 새 황제가 되든 백성을 위하지 않는다면 명교가 그를 심판할 것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의 대업을 이룬 후 평민으로 돌아가는 해피엔딩이 신선하다. 이런 멋진 장면이
  • [서울광장] 그 많던 ‘진중권들’ 다 어디 갔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그 많던 ‘진중권들’ 다 어디 갔나/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여당 소속 외교통일위원장은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했다. 바로 전날 176석의 거대 여당은 헌정 사상 처음 6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옹색하게 계급장을 단 외통위원장의 안보 인식에 실소가 터지려 할 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건물 해체하는 데 대포 쏘는 나라도 있나” 페이스북에서 공박했다. 한 줄짜리 비판이라도 없었다면. 밤잠 설쳤을 사람, 부지기수였다.  진보·보수를 감별하는 진단 시약이 지금 ‘진중권’이다. 진보 논객이었던 그는 조국 사태 말미에 맹렬 진보 비판자로 돌아섰다. 그의 페이스북 직설 메시지에 반응은 쫙 갈라진다. “변절자”라고 핏대 올리면, 자칭 진보. “구구절절 사이다”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보수 쪽. 대체 무엇이 진보 미학자를 독설의 진보 저격수로 만들었나. 그런 생각을 한다면, 중도층 언저리.  사회 주류를 차지한 진보 진영에서 볼 때 진중권은 밥그릇 속의 모래다. 언제 씹힐지 몰라 밥숟갈 뜰 때마다 찜찜한데, 밥그릇째 엎어버릴 수도 없게 하는 깔깔한 모래 한 알. 안팎 비판에 죄다 빗장을 건 거대 여당에 입바른 소리를 날려 주니 “덕분에 숨쉬고 산다”는 사람이 많다. 진보
  • [서울광장] 김종인, 보수를 살릴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종인, 보수를 살릴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요즘 여의도에서 최고로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삼고초려’해 모셔온 김 비대위원장은 예상대로 파격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여 야당은 물론 여권까지 들썩이게 하더니 전일보육제 등 과감한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비대위 내 정강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강정책 내에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보검처럼 여겨지던 분배와 보육, 노동 등의 담론을 보수진영으로 끌어옴으로써 ‘보수 꼰대’ 꼬리표를 떼어내고 실용적 경제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의 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의 깜짝 행보에 일부 당내외 인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은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보 정당보다 더 앞서가는 걸 할 수 있다”며 ‘마이웨이’를 걸을 태세다. 보수당인 통합당에 대해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을 주창하는 김 비
  • [서울광장] 세계가 겪는 ‘트럼프 리스크’/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계가 겪는 ‘트럼프 리스크’/박록삼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가리켜 누군가는 전두환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합쳐 놓은 듯하다고 했다. 직관적인 비유지만 그럴싸하다. 최근의 그를 보고 있노라면 40년 전 광주에서 국민을 총칼로 학살하고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의 수괴’ 전씨(대통령 예우를 박탈)의 만행에 대한 기억이 바로 소환될 수밖에 없다. 백인 경찰이 체포 과정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한 데 대한 미국 사회의 항의 및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놓고 지난달 30일 “각 주에서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개입해 군대의 무제한적인 힘을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민을 총으로 겁박할 수 있음에 대한 확신은 둘 다 마찬가지다. 그뿐만 아니다. 최초의 재벌 출신 대통령인 그의 모습에서 대기업 사장 출신인 이 전 대통령(재판 중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이 장사꾼 이미지로 함께 겹쳐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테다. 이 전 대통령은 금융회사 회장을 임명할 때도, 퇴임 후 사저를 마련할 때도, 침체된 자동차 산업을 활성화시키려 할 때도 사사건건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놓고 움직였다. 현재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
  • [서울광장] 뉴라이트와 일본 극우세력/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뉴라이트와 일본 극우세력/오일만 논설위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파문 이후 숨죽이던 한일 양국의 극우세력들이 준동하고 있다. 군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심지어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뉴라이트의 핵심이자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교수 등을 비롯한 다양한 친일 단체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위안부업은 기존 공창제에서 비롯됐고 여인들의 의지와 선택에 따른 소영업”이라는 주장을 폈다. 한 술 더 떠 ‘일본군에 의해서 통제된 위안소라는 점은 본질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일본 극우의 주장까지 답습한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교학사 교과서, 국정 교과서 등을 주도했지만 지나친 친일·독재 미화와 함량 미달로 폐기처분됐다. 학문적으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음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뉴라이트 세력이 고개를 드는 근본적 이유는 식민사관에 있다. 해방 후 식민사관을 청산하지 못한 업보인 셈이다. 이승만 정권의 친일파 등용은 경찰·관료·군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역사학계도 식민사관의 제조기였던 조선사편수회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이들은 교육부 장관·학술원장 등의 권력을 통해 소위 ‘이병도·신석호 사단’을 만들어 냈고 현재까지 역사학계 주류세력의 뿌리가 됐다. 식민사관은 주지하다시피
  • [서울광장] 먹거리로 꿈꾸는 새로운 세상/장세훈 논설위원

    [서울광장] 먹거리로 꿈꾸는 새로운 세상/장세훈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농민과 자영업자가 위기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농민은 농산물 판로가 막히고,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그러나 역으로 ‘농민과 자영업자의 위기가 아닌 때도 있었냐’는 질문에 답을 내놓기도 궁색하다. 그만큼 고질적인 문제이자 외부 충격에 취약한 영역이란 것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한국 사회가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품격’을 보여 줬지만, 농민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약속한 농업·자영업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면 농민과 자영업자가 잘사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간단히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해가 얽히고설켜 있다는 사실은 당사자들이 먼저 알고 있다. 농민들은 수입 농산물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외식업체는 비용 상승과 매출 감소로 맥을 못 추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농업·임업·어업 등 1차 산업의 인구는 269만여명, 관련 취업자 수는 134만여명이다. 조직화·규모화가 이뤄진 농어업법인 종사자는 16만 8000여명에 불과해 대다수가 ‘1인 경작’, ‘가족 영농’의 틀에서
  • [서울광장] 홍콩! 어느새 먹구름은 가득하고…/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홍콩! 어느새 먹구름은 가득하고…/이지운 논설위원

    2008년 5월 쓰촨(四川) 대지진의 현장을 떠나며 ‘다난흥방’(多亂興邦)을 주제로 칼럼을 썼다. ‘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나라를 일으킬 자극을 받게 된다’고. 실로 당시 중국은 그러했다. 칼럼은 ‘국가의 재발견’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생명을 구하러 달려온 모습을, 모든 구성원이, 처음으로 확인한 현장이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국가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 요인으로는 ‘공개성’을 꼽았다. ‘다난’(多亂)의 역사 가운데, 고통의 현장이 온 국민에게 그렇게 열렸던 적은 없었다. 그랬기에 그 효과는 더없이 극적이었다. 이 장면은 중국 현대사의 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한번 열린 ‘개방의 문’이 다시 닫히지 않았듯, ‘공개’도 역행은 쉽지 않으리라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발견된 새로운 국가의 모습이 어떻게 진화·발전할 것인지 내내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2020년 중국 양회(兩會)의 1성(聲)은 홍콩이었다. 그리고 홍콩 말고는 없었다. 양회에 이렇게 뉴스가 빈약했던 적이 있었을까. 비전과 계획이 쏟아지고 의미를 부여하는 해설과 전망이 뒤쫓기 바쁜 행사다. 세계가 궁금해하는 경제성장 예상치나 코로나19 이후 대책 같은 것은 내놓지도 않았다.
  • [서울광장] 기업을 ‘으쌰으쌰’하게 만들라/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서울광장] 기업을 ‘으쌰으쌰’하게 만들라/김성수 부국장·산업부장

    롯데쇼핑이 올해 안에 백화점과 마트, 슈퍼, 롭스(LOHB’s) 등 120여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 원래는 전체 700여개 점포 중 장사가 안 되는 200여개를 3~5년간 차례차례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구조조정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회사는 문 닫는 매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다른 점포에 모두 재배치하고 인위적으로 사람을 자르는 일은 없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부문의 저조한 실적은 조만간 나아지기 어려운 구조다.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부터 최소 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흉흉한 전망까지 나온다. 돈줄이 마른 두산중공업도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명예퇴직으로 89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주부터는 350명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명예퇴직 신청자 중에는 20대 직원도 들어 있다. 기승을 부렸던 코로나의 기세가 한풀 꺾이자 재계에 ‘실직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항공사, 여행사, 호텔을 비롯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22년 전 외환위기 때처럼 휴업이나 희망퇴직은 일상이 됐다. 결국 나중엔 임금삭감에 이어 구조조정으로 갈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올 들어 4월까지 실업자 수는 역대 최고치인 208만명을
  • [서울광장] 2002년생이 무슨 죄인가/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2002년생이 무슨 죄인가/전경하 논설위원

    고3 학생 44만명이 지난 20일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등교 두 시간 만에 하교한 학교도 있지만 등교 다음날 학력평가를 치르는 등 고3 일정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고3은 ‘마루타’라고도 자조한다. 부모들은 ‘2002년에 낳아서 미안하다’고도 했다. 교육제도의 큰 변화를 먼저 겪었기 때문이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는 2014년 25%에서 실행되다가 2015년 80%로 급증하면서 체계가 완성돼 2016년 모든 중학교에 도입됐다. 자유학기제는 1학년부터 2학년 1학기까지 3학기 중 한 한기를 중간·기말시험을 보지 않고 다양한 체험·진로활동을 하도록 한 제도다. 자유학기제가 보편화된 2015년의 중1이 지금 고3이다. 2015년은 문·이과 통합을 목표로 한 교육과정개편이 발표된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3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라는 과목이 생겼다. 하지만 수능 개편은 연기됐고, 고3은 배우는 방식과 평가하는 방식이 다른 ‘엇박자 수능’ 세대가 됐다. 말이 통합이지 수업은 통합과학A·B·C·D, 통합사회A·B·C 등 기존 과목처럼 나눠져 각각 다른 교사가 한다. 여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수업, 분반수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
  • [서울광장] 시민신뢰 훼손의 죄? 그러면 시민은?/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시민신뢰 훼손의 죄? 그러면 시민은?/박홍환 논설위원

    2011년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1992년 1월 시작해 1000회째인 이날 수요시위는 특별했다. 시민들의 헌금으로 만든 첫 번째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복동·김순옥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명은 당신들을 닮은 소녀상을 끌어안은 채 “늙은이 죽기 전 사죄하라”고 일본 정부를 향해 피를 토하며 일갈했지만 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도 일본은 요지부동이다. 사회자 권해효가 “소원이 있다면 다음주에는 수요시위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만 여지껏 그 소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0차 수요시위 이튿날 소녀상은 한 시민이 씌워 준 목도리로 영하의 추위를 견뎌 내고 있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주최로 열린 제1차 수요시위에는 일부 할머니들만 참석했다. 하지만 차수를 거듭할수록 시민과 청소년들의 연대가 이어졌다. 피해자와 시민이 함께, 국경을 넘어서까지 여성인권과 평화를 외치는 이런 최장기 시위는 인류 역사상 전무하다고 한다.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에 대한 살아 있는 역사교육의 현장인 셈이다. 이번 주 수요시위는 제144
  • [서울광장] “어용 시민이 어때서…”/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어용 시민이 어때서…”/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여권 유력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 태종에 비유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남은 임기는 세종처럼 마쳤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시민주권이 핵심가치인 진보정권에서 군왕을 노래하자고 하니. 궁궐 잔치의 작취미성(昨醉未醒). 덜 깬 술은 날 밝으면 해결될 일이나, 취한 것이 권력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180석을 집권당에 몰아준 국민이 아슬아슬 지켜보고 있다. 지금 취한 게 승리의 한 잔인지 완강해진 권력인지.  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60%를 넘는다. 문 대통령은 풍운의 정치가다. 제 앞가림도 못하다 녹아버린 야당 복에다 ‘시절 복’까지 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불행한 대통령”이라 불렀다. 퇴임 이후의 고민을 기록한 책 ‘진보의 미래’에 비애의 육성이 담겨 있다. “분배는 해보지도 못하고 분배 정부라고 뭇매만 맞았던 대통령”이라 자평했다. “보수시대의 진보 대통령이었기에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자기한계의 비감이다.  발목 묶였던 진보시대를 문 대통령은 활짝 열린 문으로 갈아탔다. 총선 결과가 증명했다. 진보보다 보수가 많아지는 유권자의 연령 분기점은 8년 전 47세였던 것이 지금은 57세. 무려 10년치나 확장했다. 진보의 토
  • [서울광장] 까칠한 이해찬에 대한 까칠한 평가/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까칠한 이해찬에 대한 까칠한 평가/이종락 논설위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15 총선에서 여권이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진두지휘했다. 180석 획득은 지난 1988년 평민당에 입당하면서 시작한 이 대표의 32년간 정치이력에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이었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 진출한 ‘재야 민주화운동 1세대’다. 그의 정치이력이 한국 진보정치의 도전과 시련, 성과를 모은 압축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우리나라 진보진영의 외연을 이렇게나 넓혀 놓은 일등공신이다. 그는 재야세력이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이 기존 정치권에 합류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7선 의원을 거치며 탁월한 의정활동은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출중한 행정능력을 보였다. 2008년 이후 보수정권이 집권한 뒤로 진보 세력이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지자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진열정비와 외연확대를 꾸준히 전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에 앞서 불출마 선언을 한 뒤 “대표가 마지막 자리”라며 ‘공천 잡음’을 사전에 차단했다.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86세대 교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천 시비로 몸살을 앓은 미래통합당에 비해 파열음이 덜했다. ‘계파 활동을 경멸한다’는 그의 까칠한 성격은 실제
  • [서울광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법/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법/오일만 논설위원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아직까지 세계는 기나긴 터널에 갇혀 있다. 미증유의 재앙을 맞아 우리를 포함한 세계적 수준의 동시다발적 인식의 대변환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 경제, 산업, 교육, 보건, 환경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새로운 인식의 변화와 새로운 질서의 흐름이 형성되는 흔적이 뚜렷하다. 이른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바꿔 놓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이런 공통의 인식 체험은 우리를 지배하는 정신세계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세에 창궐했던 흑사병이었다. 14세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1가량이 죽었다는 통계도 있다. 신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신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싹텄다. 신의 대리자를 자처하는 성직자들이 무더기로 죽어 가는 것을 목도한 민중들의 마음은 교회에서 멀어졌고 급기야 신권(神權)의 몰락은 필연의 수순을 밟는다. 신권의 토대였던 정치·경제 권력도 함께 허물어졌다. 흑사병 창궐로 농노 인구가 격감되자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가져왔고 봉건경제가 해체의 길로 들어서면서 봉건영주의 권력도 스러져 갔다. 대신 베
  • [서울광장] 김정은 뉴스 앞 ‘소설’ 미디어 전락한 언론/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은 뉴스 앞 ‘소설’ 미디어 전락한 언론/박록삼 논설위원

    311만명 넘게 감염됐고 21만명 이상이 죽었다.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세계 최대 감염국 미국에서는 폭동을 염려하며 총기류를 앞다퉈 사재기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나서서 살균제 인체 주사를 언급한다. 중동 어느 나라에선 바이러스를 막겠다며 소독용 알코올을 마셔 525명이 숨졌다. 주요 2개국(G2)을 자처하는 중국은 최초 바이러스 확산 국가라는 혐의를 떨치려 음모론을 제기하며 미국에 책임을 물으려 한다. 묵시록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비현실적 상황의 연속이다. 무인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화성 이주를 계획하는 대명천지 21세기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현실이다. 인류의 생명과 미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이겨낼 만한 관심사는 없었다. 그런데 또 다른 뉴스 하나가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CNN 보도가 출발점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보면 21대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4일 저녁 돌기 시작한 정체불명의 ‘지라시’(정보지)가 진짜 방아쇠였다. ‘김정은 수술 중 뇌사, 후계 구도, 중국 움직임…’ 등이 담겼다. 선거의 불리함을 느낀 정당 쪽에서 판을 흔들어 보려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여겨졌기에 별 파장은 없었다. 그런데, 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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