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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박 터지게 따져 보라/이동구 편집국 에디터

    [서울광장] 박 터지게 따져 보라/이동구 편집국 에디터

    20대 대선은 왜 비호감 선거가 됐나. 1차적 원인 제공은 후보들과 그 배우자들이었겠지만 정당과 언론, 극성 지지자들의 언행도 비호감을 부채질했다. 정당 간 비방전과 고소·고발도 치열했고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 인신공격까지 비일비재했다. 결국 1% 포인트에도 못 미치는 표차로 승패가 갈렸으니 비호감의 정도 또한 별 차이가 없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대선이 끝나자마자 양 진영에서는 ‘국민통합’과 ‘협치’를 외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여야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상대방과의 충돌을 자제하는 듯했으나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한국은행 총재 등 인사권, 청와대 이전 문제 등으로 지금까지 의례적인 만남조차 갖지 않는 등 신구 권력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볼썽사나운 정권교체기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배경에는 0.73% 포인트라는 표차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대 가장 근소한 표차는 대선 기간 내내 각종 의혹과 고소·고발만 난무했지만 제대로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 유권자들은 어느 쪽의 주장을 믿어야 할지 판단하지도 못한 채 투표했다.
  • [서울광장] 586의 버티기, 민주당엔 악몽이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586의 버티기, 민주당엔 악몽이다/임창용 논설위원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됐던 ‘586 용퇴론’이 힘을 얻었다면 대선이 어떻게 됐을까? 지난 일을 가정하는 게 부질없긴 하지만 결과가 달라졌을 거라고 확신한다. 586세대 정치인들의 기득권 이미지에 거부감이 큰 중도층 표를 더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퇴론은 송영길 대표의 ‘반짝쇼’에 그쳤다. 외려 우상호 의원이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 등 586 정치인들이 선대위 요직을 맡아 선거를 지휘했다.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을 통해 역전을 노렸지만 중도층 표심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필자는 지난해 1월 칼럼에서 586 정치인들에게 부여했던 집권 엘리트로서의 지위를 거둬들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청와대와 민주당 핵심 포스트에 포진한 586 정치인들이 주도한 정책은 이미 실패했으며, 전문성과 실천적·절차적 민주주의 가치로 무장한 인재들로 교체해 어긋난 국정을 바로잡으라고 했다. 하지만 586 정치인들은 그 후로도 건재했고, 문 대통령은 국정 실패 만회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일반적인 정치 이력이나 행정 경험을 쌓아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게 아니다. 권투선수로 치면 맷집 좋은 초보 선수가 링에 올라 두들겨 맞다 보니
  • [서울광장] “서서히, 그러더니 갑자기”/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서서히, 그러더니 갑자기”/문소영 논설위원

    로버트 케이건은 ‘밀림의 귀환’에서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인용했다. 소설 속 인물은 왜 파산했느냐는 질문에 “서서히, 그러더니 갑자기”라고 답했단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위원인 케이건은 지난 70년간 미국이 ‘세계의 정원사’를 자처했기에 전 세계에 민주 정체가 확산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면서 미국의 쇠퇴가 예견되는 지금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서서히, 그러더니 갑자기’ 세계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3차 세계대전을 우려하는 탓에 파국의 작동 방식에 유의할 필요를 느낀다. 이 “서서히, 그러더니 갑자기”는 국제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는 역대 최고의 비호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영에 속한 유권자들 이야기다. 중간지대의 스윙보터들은 “여야 어느 당 소속의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자유롭게 투표했다. 그간 보수 진영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이 들어서면 좌파 포퓰리즘 탓에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처럼 경제가 망할 것처럼 선동해 댔다. 진보 진영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친일친미적인 적폐세력이라며 나라를 팔아먹을 것이라고
  • [서울광장] 외교안보 ‘작은 생선 다루듯’ 하라/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외교안보 ‘작은 생선 다루듯’ 하라/오일만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면한 대외 환경은 어느 정권 때보다 엄혹하다. 남북 관계는 물론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전체가 요동치는 한복판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세계질서는 미국의 일극주의가 저물고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지역 맹주들이 고개를 드는 다극주의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외정책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공약 핵심은 ‘당당한 외교와 튼튼한 안보’로 요약된다. 그는 후보 시절 한미동맹 재건을 통한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처, 상호존중의 한중 관계 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성과에만 집착해 한미동맹 관계가 훼손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논란이 됐던 대북 선제타격론이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강력한 외교안보 정책들이 등장한 배경일 것이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선거 전쟁’에서 유권자들의 감성과 표심을 자극하는 구호성 대외정책도 필요하지만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대외정책이 이뤄지면 국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주권국가로서 당당한 외교를 펼쳐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단선적인 사고는 종합적 판단을 저해
  • [서울광장] 이제 잊을 건 모두 잊자/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제 잊을 건 모두 잊자/서동철 논설위원

    선거는 끝났다. 유례가 없는 초접전이었으니 개표가 이루어지는 밤새 마음을 졸인 사람이 많았다. 밤잠을 잊은 보람을 찾지 못한 사람도 딱 그만큼이었다. 그럴수록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개표 과정은 과거 어떤 선거보다는 흥미진진한 한판의 빅게임이었다. 민심이 반으로 쪼개졌다는 이유로 이번 대선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평가엔 찬동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같은 사실상의 양당 정치 체체에서는 어떤 선거에서도 반으로 나눠지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오히려 1% 포인트도 되지 않는 표 차이로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흔쾌히 패배를 인정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크게 성숙했음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감동적이었다. 물론 웬만큼 수그러들었을 것으로 지레짐작했던 지역감정은 뚜껑을 열어 보니 여전히 완고하기만 했고, 60대 이상과 40대는 완전히 정치적 반대 세력이 되어 싸우다시피 했다. 여기에 젊은층의 ‘젠더 갈등’까지 가세했으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그만큼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윤 당선인이 ‘국민 통합’을 일성(一聲)으로 내놓은 것도 무엇이 시급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 [서울광장]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김성수 논설위원

    “김○○씨가 영부인이라고 대통령 전용기 트랩에서 내리며 손을 흔드는 장면은 상상만 해 봐도 끔찍하고 창피하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 그는 실명을 콕 집어서 말했다. 그간 드러난 흠결 때문일 게다. 그런데 ‘김○○’씨는 다른 사람으로 얼마든지 치환이 가능하다. 유력 두 후보의 배우자 모두 김씨다. 두 후보의 부인은 모두 선거 내내 입길에 올랐다. 한 사람은 ‘황제의전’, 법인카드 유용이 불거져 진땀을 뺐다. 다른 쪽은 경력과 학력 허위 의혹, 주가 조작 논란에 시달렸다.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두 명 모두 마지못해 사과 기자회견을 했던 것까지 공교롭게 똑같다. 물론 대통령 부인이 정치인은 아니다. 부인을 보고 대통령을 뽑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에게 부인은 ‘감표’ 요인이었다. 그래선지 배우자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우자가 있는데도 선거 지원 활동을 전혀 안 한 ‘이상한’ 대선은 처음이다. 국가적 어젠다를 논하는 거대 담론이 사라진 대선도 처음이다. 생활공약이라는 명분하에 선심성 공약만 난무했다. 오죽하면 ‘동네선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런데도 공약에 쏟아부을 돈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자
  • [서울광장] ‘환율주권’과 MSCI/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환율주권’과 MSCI/전경하 논설위원

    원·달러 환율은 양날의 칼이다. 원화 가치가 내리면 환율이 올라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국내 물가도 오른다. 반면 수출품 가격은 내려 경쟁력이 커진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환율이 내려 수입품 가격이 내리고 물가가 안정된다. 반면 수출품 가격은 비싸져 수출 경쟁에 불리하다. 환율은 장기적 흐름도 중요하지만 단기적 변동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매매계약 등 사업은 최소 몇 달 이상에 걸쳐 있는데 그동안 환율이 크게 변하면 손익 여부를 가늠하기가 어려워지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해서 환율이 많이 오르거나 내리면 외환당국은 ‘지켜보고 있다’, ‘안정화 조치를 하겠다’는 등 구두 개입을 한다. 그래도 안정되지 않으면 특정 금융기관을 통해 달러를 사고파는 미세 조정을 한다. 대놓고 환율을 조정하면 ‘환율조작국’이 되지만 어느 정도의 미세 조정은 국제적으로 용인된다. 이런 시장 개입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거래되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이뤄진다. 정부가 주식시장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로 올리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 강도를 줄이겠단다. 2008년부터 추진했으나 2014년 예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서도 빠진 MSCI 선진국지수를
  • [서울광장] 20대의 대선 무관심, 무엇이 문제인가/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20대의 대선 무관심, 무엇이 문제인가/박현갑 논설위원

    꿈을 포기한 세대, 저주받은 세대, 이대남, 이대녀. 20대를 설명하는 키워드들이다.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다. 취직했다고 하더라도 결혼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기도 언감생심이다. 변화와 희망의 세대이기도 하지만 젠더 갈등에 노출돼 있다. 20대 남자와 여자를 뜻하는 ‘이대남’과 ‘이대녀’ 간 인식 차이는 과거 지역 대립 못지않은 갈등 요인이다. 12일 뒤면 20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나의 절망감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날이다. 그런데 20대의 투표 의향이 낮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유권자들에게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83.0%였다. 이를 연령별로 나눈 결과 다른 연령대(81.7~90.7%)에 비해 18~29세는 66.4%로 유독 낮다.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적극 투표 의향은 82.8%였는데, 20대(84.2%)를 포함해 모든 연령대가 평균치와 비슷했다. 그리고 18대 대선(78.2%)부터 이번 대선까지 적극적 투표 의사를 보인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5년 사이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대 투표 의향만 뚝 떨어진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실마리는 투표 의향이
  • [서울광장] 우리 안의 트럼피즘/임병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 안의 트럼피즘/임병선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대 남자들, 특히 그들의 여론을 주도하는 30%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탁월한 21세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시작했다. 그러나 정치학자로서 대한민국에 대단히 위험한 트럼피즘이 상륙했다고 말씀드린다. 최근에 윤석열 후보는 반(反)이민까지 트럼피즘을 따라 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어마어마한 그늘을 드리우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전략이 먹히고 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지난 5일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내린 진단이다.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가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며 절감하고 우려하던 내용을 적확하게 지적했는데 악다구니로 치닫는 선거 와중에 누구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 안타깝다. 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트럼피즘을 달리 표현했다 할 수 있는 극우 포퓰리즘의 조건으로 “기성 정치에 불평불만을 가진 대중이 그 불만을 ‘국민의 의견’으로 착각해 이에 기반한 정체성을 구성하고 배타적 행동을 보이며, 자신들의 요구를 정책화할 신예 정치인을 찾았을 때”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확히 해당한다고 했다. 그런데
  • [서울광장] ‘검찰공화국’의 시민으로 산다는 것/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공화국’의 시민으로 산다는 것/박록삼 논설위원

    국정원과 검찰의 합작품이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유우성씨는 2015년 10월 대법원 무죄 판결로 간첩 혐의를 벗었다.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직원은 4년 실형을 받았다. 관련 검사들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체면을 구긴 검찰은 2010년 이미 기소유예됐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를 다시 꺼내 유씨를 기소했다. 2021년 10월 14일 대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에 철퇴를 내렸다. 검찰의 해묵은 관행이었던 ‘보복 기소’를 대법원이 기각한 뒤에도 검찰은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재발 방지 대책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검찰의 ‘보복성 기소’는 늘 있어 왔다.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고 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유명한 발언도 있지만 보복의 의도는 쉽게 입증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9년 조국 전 법무장관의 배우자를 조사 없이 전격 기소한 것도, 70여곳의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별건에 별별건 수사까지 펼친 것도 모두 검찰개혁을 밀어붙인 조 전 장관에 대한 ‘보복 의도’가 명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은 검찰 스스로 이명박 정부와 정치적 운명을 공유하고 ‘보복의 주체이자 수단’으로 동원된 사례였다. 독재 정권 시절 ‘
  • [서울광장] 구둣발 민폐와 폭력 선생님 꿈/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구둣발 민폐와 폭력 선생님 꿈/임창용 논설위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얼마 전 열차 좌석에 구둣발을 올린 사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선거운동을 위해 빌린 ‘열정열차’에서 윤 후보가 맞은편 빈 좌석에 구두를 신은 채 발을 올려놓은 모습이 논란을 일으켰다. 보좌진 중 한 명이 홍보차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게 외려 탈이 난 모양이다. 윤 후보 측은 다리 경련으로 잠깐 다리를 올렸다며 유감을 표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타인에 대한 배려도 시민의식도 없다”, “평생 특권과 권위에 의지해 온 노매너와 몰상식이 놀랍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스펙과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인성이 나쁘면 아웃”이라고 직격했다. 다리 한번 잘못 올렸다가 평생 특권에 젖어 노매너로 일관해 온 인성 나쁜 사람으로 비난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사진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거북해 보이긴 한다. 당시 사정과 별개로 상식에 어긋난 행위로 비친다. 선거 정국에서 이런 모습은 상대 진영이 공격할 매우 좋은 소재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을 연상시키면서 사진 주인공의 비뚤어진 삶의 태도에 연결시키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자주 돌리는 ‘도리도리’나 다리를 벌리고 앉는 ‘쩍벌’ 습
  • [서울광장] 미래세대 부담 줄이기/이동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래세대 부담 줄이기/이동구 논설위원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을 때의 기억이다. 남녀 경찰관 20여명이 사무실을 채우고 있었는데 민원인은 1~2명에 불과했다. 필요한 서류 등 민원 처리를 마칠 때까지도 민원실은 조용하다 못해 한적한 분위기 그대로였다. 경찰서 민원실이 조용하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안정된 것이라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나, 별 일거리도 없는데 커다란 사무실에 경찰관들만 가득한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최일선 행정기관인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은 어떨까. 전체 직원 1200여명 정도 되는 서울의 한 구청은 현재 250여명의 직원이 장기 휴직이나 휴가 중이라고 한다. 육아휴직 등 법으로 인정되는 휴직, 휴가라고는 하나 개인회사 등은 엄두도 못 낼 휴가자 비율이라 놀랍다. 자치단체 대부분에서 이런 사정이 엇비슷하다고 한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가용 인력이 여유로운 데다 별다른 불이익도 없으니 ‘신의 직장’이라 좋아할까. 주변 동료들의 휴직과 휴가는 열심히 일할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방역 업무 등 특정 업무를 제외하면 일을 열심히 하려는 동료를 찾기가 어렵다. 40대의 지방 공무원은 “국회의원, 지방의원, 구청장 등 정치권에 잘 보이려는 공무원들만 득실거릴 뿐 기계적이고 의례적으로 일을 하는 영혼
  • [서울광장] 여성들이여, 반드시 투표하자/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여성들이여, 반드시 투표하자/문소영 논설위원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고 투표권도 절반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치권이 여성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행동하는 탓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 지배하던 시절에도 이렇게 대놓고 공개적·공식적으로 여성을 차별하지는 않았다. 여성차별은 암묵적이거나 사적인 영역이었다. 그런데 요즘 정치권은 왜 이러는가.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는 특정 정부 부처를 없애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 배제라는 상징이 담겨 있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대남’, 즉 20대 남성을 차별받는 계층으로 쏘아 올렸다. 마치 20대의 고통은 남성만의 것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국민의힘이 볼 때 이대남은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당선시킨 주역이자 이준석 대표가 주창하는 ‘세대 포위론’의 주력군이니 편애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인 남성 노동자들의 분노를 활용한 정치수법과 비슷하다. 정치권이 각별해할 만큼 한국의 2030세대 남성이 4050세대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행정안전부 2021년 통계에 따르면 20대 665만여명 중 남성(349만여명)은 여성(316만여명)보
  • [서울광장] 사도광산 사태와 역사전쟁/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도광산 사태와 역사전쟁/오일만 논설위원

    사도(佐渡) 광산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일본 보수 주류들의 무리수 탓이다. 당초 일본 내각은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미국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자민당 내 강경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급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와 수차례 통화를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조선시대 수렴청정과 오버랩된다. ‘사도 사태’의 숨은 연출자는 아베 전 총리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는 자민당 보수우익을 대표한다. 지난해 11월 자민당 최대 파벌이자 일본 극우의 본산인 세이와정책연구회의 수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집권 내내 전후 보통국가론을 앞세워 강경한 탈(脫)자학사관을 주도했다. 한일합방은 서구 열강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방어 차원이었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역시 생존을 위한 자위전쟁이라는 논리를 폈다. 아베 사상의 뿌리는 일본 근대화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는 요시다 쇼인이란 인물이다. 그는 막부 정권을 타도하고 천황 중심의 국수주의적 중앙집권 국가를 꿈꿨다. 이런 그가 최근 페이스북에 “(한국이) 역사전(歷史戰)을 걸어오는 이상 피해서는
  • [서울광장] 경주 황리단길, 황룡사 터를 살리다/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경주 황리단길, 황룡사 터를 살리다/서동철 논설위원

    어제 둘러본 경주시청 문화관광 누리집의 ‘일간 검색 순위’ 1위는 황리단길이었다. 3위는 경주 지도, 4위는 디저트, 5위는 음식이다. 그 유수한 문화유산 가운데는 불국사가 2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천년신라’가 상징하는 역사도시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어 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석굴암, 첨성대, 대릉원, 동궁과 월지, 분황사, 국립경주박물관 같은 ‘전통적 강자’들이 더욱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다. 경주박물관의 관람객 통계를 보자. 2016년 59만명이던 관람객이 2017년에는 96만명, 2018년에는 103만명, 2019년에는 125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관람객이 2020년 37만명에 이어 지난해 65만명에 그친 것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불가피했다. 경주박물관 관람객 증가 추이는 황남동 일원에 들어선 이른바 ‘황리단길’이 명성을 높여 가는 시기와 정확히 그 궤적이 일치한다. 황리단길은 금령총 남쪽 내남사거리에서 첨성로 입구 황남동고분군에 이르는 ‘황남 큰길’에 개성 있는 카페와 식당 등이 들어서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불어닥친 새로운 바람이 전통 있는 교촌한옥마을로 이어지면서 거대한 문화의 거리로 발전하고 있다. 문화유산
  • [서울광장] ‘코로나 블랙’과 사법부 역할/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코로나 블랙’과 사법부 역할/박현갑 논설위원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모범국가로 통한다. 하지만 20세기 중반까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성 흑백분리 정책이 존재했다. 1950년대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시는 버스에 백인 자리와 유색인 자리를 따로 두는 차별 정책을 펴고 있었다. 버스 이용객의 75%가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은 빈자리가 있을 때는 앉더라도, 백인이 타면 자리를 양보해야 했고 만원이 되면 내려야 했다. 이러한 인종차별적인 교통이용 정책은 1955년 큰 변화를 맞는다. 퇴근길 버스에 탄 흑인이 백인의 자리 양보 요구를 거부했다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흑인들의 버스 타기 거부운동으로 번졌다. 1년 뒤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비롯한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들이 버스 이용의 흑백 분리는 위헌이라며 연방대법원에 위헌심판을 청구했다. 결국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을 계기로 흑인 인권운동이 들불처럼 번졌고 인권신장이 이뤄졌다. 행정부의 규제 못지않게 사법부 판결이나 결정도 시대 흐름을 바꾼다. 최근 나온 사법부의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도 그러한 사례다.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 적용 조치를 본안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중단시키는 결정을
  • [서울광장] 자랑 말고 실패백서 만들라/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랑 말고 실패백서 만들라/김성수 논설위원

    “주거 안정에서 웃고 갑니다. 정권 바뀌면 개그맨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부동산 대책 때문에 당신도 집 못 구해 쩔쩔매지 않았소? 자영업자들 앞에서 ‘우리 경제정책 잘했죠’ 한번 해 보세요.” “고용지표는 사기 수준이지. 동네 봉사활동하던 노인분들 구청에서 일당 주고는 고용지표 올리더라. 부끄럽지 않나?”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점잖은 표현을 찾은 게 이렇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부터 ‘문재인 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에 대해 페이스북에 시리즈로 글을 올리자 나온 댓글이다. 가물에 콩 나듯 칭찬도 있긴 하다. 하지만 절대다수 의견은 필설로 옮기기조차 힘든 욕설과 비난이다. 분노한 민심을 불러온 건 사실 왜곡이다. ‘빚투’, ‘영끌’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는데, 36대 성과에 버젓이 ‘주거 안정 도모’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안정’을 ‘도모’한 건 사실이 아니냐고 강변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시도를 했다고 해도 성과는 아니다. ‘제2벤처붐 확산’, ‘선제적 규제혁신 추진’이라는 항목도 팩트가 아니다. 벤처 규제를 풀어 준 건 이전 박근혜 정부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주52시간
  • [서울광장] 동의와 승복 가능한 수능을 위해/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동의와 승복 가능한 수능을 위해/전경하 논설위원

    2022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과목을 풀어 봤다. 학창 시절 ‘수포자’(수학 포기 학생)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수학과는 먼 삶을 살았으니 수학 문제들은 그저 숫자와 기호의 조합으로 보인다. 문과생이었으니 과학탐구는 더욱 언감생심. 상대평가인 국어와 사회탐구에 이르러선 ‘무엇을 측정하려는 거지?’, 짜증이 난다. 절대평가인 영어 문제만은 제대로 실력을 측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갈고 닦은 실력을 재는 ‘수학’(修學)이어야 할 시험이 배배 꼬인 문제를 손으로 풀어야 하는 ‘수학’(手學)이 된 듯싶다. 1994학년에 도입된 수능은 올 11월 17일 2023학년 수능을 치르면 서른 살이 된다. 30여년 동안 부분 개편을 통해 일부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올해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2028학년에 또 한 차례 바뀌어야 한다. 올해 중학교 신입생이 치르는 2028학년 대입 제도는 2024년 발표된다. 이들은 전면적인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는 세대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국영수 공통과목 평가 중심인 지금의 수능과 양립할 수 없다. 수능 강의의 ‘1타 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수능 붕괴’를 말하기
  • [서울광장] 길을 잃은 사람들/임병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길을 잃은 사람들/임병선 논설위원

    길을 잃은 이들이 제법 있다. 유력 두 후보 중 한쪽을 선택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들의 견고한 틈바구니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다. 부동층과 또 다르다. 그저 대통령 선거 판을 조금 더 큰 그림으로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넌더리를 내는 것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구조다. 기득권을 주고받아 온 양대 세력은 ‘적대적 공존’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1980년의 ‘서울역 회군’과 1987년 6월 항쟁, 2016년 탄핵 국면에 기득권 정당은 늘 국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을 자신들의 이득으로 바꿔 버렸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결함투성이 후보를 내놓고 지지하라고 한다. 투표를 앞두고는 사탕발림으로 기만하고, 선거가 끝나면 전권을 부여받았다며 모든 것을 재단하는 행태를 되풀이할 것이다. 유력한 두 후보의 언급들만 보더라도 당선되면 상대의 적폐부터 손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일 것만 같다. 취약한 정당 내 지지 기반에도 후보를 옹립해 오늘에 이르게 한 핵심 지지층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부채질을 해댈 것이다. 제3의 길을 표방한 이들은 좀처럼 제자리를 잡지 못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이 두 자릿수가 됐지만 국민이 제3 지대를 갈망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 [서울광장] ‘처음 윤석열’과 ‘변화된 윤석열’/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처음 윤석열’과 ‘변화된 윤석열’/박록삼 논설위원

    충분히 자존심 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80대 노(老)정객은 선대위가 써 준 대로 연기나 하라고 말하질 않나, 30대 당대표는 사사건건 입바른 소리에 파워게임을 하려 하질 않나 하니 말이다. 비록 그동안 대본 없이는 말을 못 한다거나 엉뚱한 동문서답을 한다는 등 비판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대본만큼은 충실히 읽으려고 노력해 왔다. 또한 전두환 찬양, 개사과, 토론 거부, 구직 앱 출현 예언, 혐중 발언 등등 온갖 실언과 망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당선 가능성 높은 야당 대선후보다. 그런데 당 바깥도 아닌, 내부에서 자신을 괴뢰(傀儡), 즉 꼭두각시로만 취급하니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테다. 지난 5일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힘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처음 윤석열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당대표를 내친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또 과거 정치 지망생 시절 ‘처음 윤석열’이 누렸던 영화를 복원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1년 전 이맘때.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의 앞길은 장밋빛 그 자체였다. 그는 2021년 1월 신년사에서 “검찰개혁의 목적과 방향은 ‘국민의 검찰’이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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