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욱일기 금지법/이순녀 논설위원
올 초에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독일, 이탈리아, 멕시코, 인도 등 4개국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흥이 많은 멕시코인들이 여행 가방에서 국기를 꺼내 숙소 여기저기에 걸자 독일인들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독일이 국기를 들고 오는 건 그렇게 좋지 않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서의 죄책감 때문에 국기를 내세우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평범한 독일인의 사고가 새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독일 국민성이 유난히 이성적이거나 양심적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전후 수십 년에 걸친 철저한 자기반성과 과거 청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2차 대전 직후 독일은 전범기인 갈고리 십자가 모양의 하켄크로이츠 문양 등 나치 상징물 사용을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나치식 경례, 구호를 외치거나 휘장, 배지, 깃발 등을 공공장소에 전시할 경우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극우 세력이 확산하면서 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 나치 문양은 금기다.
일본의 욱일기는 하켄크로이츠와 마찬가지로 제국주의 침략을 상징하는 전범기다. 일본은 이 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