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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팀워크/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팀워크/황성기 논설위원

    팝 음악의 전설 비틀스는 팀워크의 상징이다. 영국 리버풀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4명 개개인의 실력은 정상급이 아니었다. 개성도 강해 번번이 충돌하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음악이란 목표를 향한 이들의 창의성과 팀워크는 20세기 최고의 그룹을 창조했다. 컨설턴트인 앤드루 소벨은 비틀스의 성공을 분석해 ‘비틀스 원칙’을 내놓았다. 첫째, 구성원들끼리 많은 시간을 보내라. 둘째, 새로운 시각, 흥분,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라. 셋째, 구성원들에게 개별적인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주고 팀에서 각자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라. 넷째,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라. 2011년 타계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독불장군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은 팀워크를 중시한 리더였다. 애플의 성장에는 경영철학은 정반대였지만 최고경영자(CEO) 팀 쿡과의 팀워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잡스 또한 비즈니스의 롤모델로 비틀스를 꼽았는데 “멤버 개인보다 팀 전체가 더 뛰어나다”고 칭찬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선수를 모아 놓는 정책인 ‘갈락티고’로 유명한 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통산 12회 우승이란 독보적인 전적을 보유하고
  • [씨줄날줄] 엥겔계수의 상승/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엥겔계수의 상승/임창용 논설위원

    살림살이가 팍팍해져도 줄이기 어려운 게 먹거리 지출이다. 여행이나 영화 관람은 못 해도 밥은 굶을 수 없으니 당연한 이치다. 가계에서 식료품비 지출은 이처럼 어느 정도 고정비의 특성을 갖는다. 1857년 독일의 사회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은 이런 이치를 담은 ‘엥겔계수’를 만들었다. 가계의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저소득 가계일수록 높고 고소득 가계일수록 낮다는 ‘엥겔의 법칙’도 이때부터 쓰였다. 우리나라에선 6·25전쟁 이후 50%가 넘던 엥겔계수가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급속하게 낮아졌다.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1970~80년대만 해도 엥겔계수가 30~40%였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가구를 대상으로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진 2000년 이후에도 엥겔계수는 꾸준히 낮아졌다. 2000년 13.9%에서 2005년 12.3%로 떨어졌고, 2007년 최저치(11.8%)를 찍었다. 특이한 점은 그 이후 엥겔계수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12.0%, 2011년 13.0%, 2016년 13.6%로 증가했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민계정 통계
  • [씨줄날줄] 포스트 콜럼바인세대/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포스트 콜럼바인세대/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당신들 조의와 기도에 넌덜머리가 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라.” 지난 14일(현지시간) 학생 등 17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연일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교의 학생들은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 집회에 참석하고 시사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성세대에 얼마나 더 많은 어린 생명이 희생돼야 총기규제를 강화할 것이냐며 절규했다. 이번 총격 사건은 설 연휴와 평창올림픽에 묻혀 국내에서는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다. 15일 총격 사건과 함께 매년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3만명 이상이 숨진다는 뉴스에 “또야”, “미국에서는 무서워 학교에 못 보내겠네”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우리도 미국의 학교 총격 사건에 본의 아니게 ‘익숙’해졌다. 그런데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에는 기존의 사건들 때와는 다르다며 주목하고 있다. 주목하는 이유의 중심에 ‘포스트 콜럼바인세대’가 있다. 포스트 콜럼바인세대는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주 콜럼바인고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이후 태어나 유치원 때부터 학교에서 총격 사건 대피훈련인 ‘코드 레드’가 몸에 배어 있고, 방탄 백팩에
  • [씨줄날줄] 평창·평양·환호·땀·갑질/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평창·평양·환호·땀·갑질/김성곤 논설위원

    고대 올림픽은 기원전 776년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첫 종목은 192m 달리기였고, 참가자는 나체로 뛰었다. 당연히 여성은 참가도, 구경도 못 했다. 고대 올림픽은 394년 기독교 국가인 로마 테오도시우스 황제에 의해 폐지된다. 이교도들의 종교행사라는 것이었다. 근대 올림픽은 쿠베르탱에 의해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처음 시작됐다. 여성 선수 참가가 허용된 것은 8년 뒤인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올림픽부터였다. 동계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처음 열렸다. 올림픽은 금역을 깨는 역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창의 열기가 뜨겁다. 짧은 설 연휴 나흘 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아 맨 것은 설원에서, 빙판에서 혼신의 힘을 쏟아낸 선수들이었다. 스켈레톤에서 첫 금메달을 딴 윤성빈,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한 최민정, 은퇴무대인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아쉽게 2위를 하고 눈물을 쏟은 이상화는 큰 감동을 선사했다. 선전에도 불구하고 메달권에서 멀어진 선수에게는 안타까움이 쏟아졌다. 한때 평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무안할 정도다. 북한 응원단은 평창에 있지만, 그들은 올림픽 주연인 선수들의 선전에
  • [씨줄날줄] 日 동네 책방 실험/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日 동네 책방 실험/황성기 논설위원

    동네 책방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는 보도(서울신문 2018년 2월 9일자 28면)를 읽고, 내가 사는 동네에도 조그만 책방이 있을까 찾았더니 진짜 있다. 몰랐을 뿐 지하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골목에 들어선 책방이 대형 서점과는 다른 생존의 길을 걷고 있다는 보도처럼 우리 동네 책방도 비슷했다. 잘 팔리는 실용서나 학습서,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방 주인의 취향을 고집한 책들을 늘어놓고 손님을 맞는다. “돈을 주고 책을 사는 행위보다는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신경 썼다”는 책방 주인의 말은 도발적으로 들린다. 일본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동네 책방이 기대반 우려반 속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오모리현 하치노헤(八戶)시는 2016년 12월 ‘하치노헤 북센터’를 개점했다. 책 읽는 사람을 늘리고, 글 쓰는 사람을 늘려, 책으로 동네를 활기차게 만든다는 취지의 시장 공약 사항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인구 23만명의 중소도시에 시가 손수 운영하는 서점이라니, 한 해 6000만엔의 비용이 들어가 세금 낭비가 아니냐며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개점 1년의 결과는 놀랍다. 1년간(개관 31
  • [씨줄날줄] 굿바이~영창/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굿바이~영창/진경호 논설위원

    대한민국 남자들이 가장 많이 꾸고, 대한민국 남자들만(?) 꾸는 꿈이 있다. 군대 가는 꿈, 정확하게는 군대 다시 가는 꿈이다. 육군 병장으로 전역한 기자도 제대 30년이 다 됐건만 한두 해에 한 번쯤은 이 꿈을 꾼다. 군 생활이 마음 깊숙이 새겨 놓은 억압과 구속의 흔적이다. 심리적으로 대형 재난을 겪은 뒤의 트라우마와 맥이 닿아 있다는 점에서 징병제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그늘인 셈이다. 한데 흥미로운 점은 군대 가는 꿈을 꿨다는 사람은 많아도 영창 가는 꿈을 꿨다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영창에 구금되는 병사는 한 해에만 1만명을 웃돈다. 2001년엔 1만 2746명, 2006년엔 1만 264명, 2011년엔 1만 4546명이 영창 신세를 졌다. 2016년만 해도 육군 1만 185명, 해군 1096명, 공군 369명 등 총 1만 1650명이 짧게는 사흘, 길게는 15일간 영창에 수용됐다.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줄잡아 20만명이 영창을 다녀온 셈으로, 매년 현역 입영자 수가 25만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병사 100명 중 4명은 영창 신세를 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상이 이런데도 군 생활 힘들었다고 입에 거품 무는 사람은 많아도
  • [씨줄날줄] AI 면접관/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AI 면접관/김균미 수석논설위원

    “학창 시절 취업과 자기 개발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말하세요.” 구직자는 자신이 얼마나 입사 준비를 열심히 해 왔는지 조근조근 답하고 있었다. 면접관이 아니라 스마트폰 화면에 대고. 일본 언론들이 전한 지난해 말 열린 ‘AI 면접 체험회’의 한 장면이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NEC 등이 지난해부터 AI로 서류전형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보조 수단에 그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2008년부터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직원들을 뽑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직원 채용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미국 워싱턴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머신러닝’(빅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것) 기반 채용 프로그램은 이력서 분석은 기본이고, 전화 인터뷰와 화상 면접까지 맡아서 한다. AI는 전화 인터뷰에서 질문과 답의 상관성, 지원자가 사용한 어휘 등을 분석해 사고능력과 지원업무에 대한 이해도 등을 평가한다. AI와의 전화 면접을 통과하면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직접 인터뷰를 하거나 AI와 화상면접을 한다. 이때 AI는 지원자의 표정까지 진단한다고 한다. AI 채용은 최소 3개월 걸리던 채용 기간을 한 달 이내로 단축했다. 소
  • [씨줄날줄] 인면조/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면조/이순녀 논설위원

    경보음을 뜻하는 영어 ‘사이렌’(Siren)의 어원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마녀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뱃사람들을 홀린 뒤 암초로 유인해 배를 난파시키는 치명적인 존재다. 세이렌을 최초로 언급한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는 구체적인 모습이 묘사돼 있지 않으나 고대 그리스 유적과 문학작품들에는 여성의 얼굴과 새의 몸, 혹은 여성의 몸과 새의 날개를 가진 반인반조(半人半鳥)의 모습으로 형상화돼 있다. 어린아이나 죽은 자의 영혼을 발톱으로 채 가는 악행을 일삼다 아르고호 원정대에 의해 추방된 그리스 신화 속 괴물 ‘하르피이아’도 여자 얼굴에 독수리 몸을 한 인면조(人面鳥)로 묘사된다. 욕심 많고, 심술궂은 여자를 일컫는 영어 단어 ‘하피’(harpy)가 여기에서 유래했다. 동양 신화에도 사람 얼굴과 새의 몸 형상을 한 상상 속 동물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면조가 불길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인 반면 동양에선 극락에 깃들여 사는 신성한 존재, 장수를 상징하는 길조로 여겨지는 게 다르다. 중국 고전 ‘산해경’에는 “머리 아홉 개에 사람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하고 있고 이름은 구봉이라 한다”는 등 인면조가 다양하게 소
  • [씨줄날줄] 어렵게 찾은 수소차 우위/김성곤 논설위원

    [씨줄날줄] 어렵게 찾은 수소차 우위/김성곤 논설위원

    현대차가 수소연료전기차(FCEV)를 개발한 것은 1998년이다. 기존 선진국 자동차 회사들을 맹추격할 때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일본, 독일 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았다. 전기자동차도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 이때 현대차가 한방에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 생각해 낸 게 FCEV다. 영국의 윌리엄 그로브가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결합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를 발견한 것이 1839년이다. 이로부터 127년 뒤인 1966년 GM이 5㎾급 FCEV를 개발한다. 하지만 환영받진 못한다. 기름값이 싸고, 충전소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묵묵히 FCEV 개발에 매달린다. 자동차 업계에선 ‘나중에 후회할 투자’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해 75㎾짜리 싼타페를 모델로 한 FCEV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어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투싼 FCEV 양산에 성공한다. 압축수소탱크의 안전성 기술도 확보한다. 반면 전기차에 방점을 둔 일본 업체들은 몇몇 회사만 FCEV 개발에 나선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선도 기업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 1억원대 중반의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가 걸림돌이었다. 수소충
  • [씨줄날줄] 가족돌봄 휴가/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가족돌봄 휴가/최광숙 논설위원

    2001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비행기를 탔을 때의 일이다. 한 승무원이 “암과 치매를 앓던 부모님의 마지막 며칠을 돌볼 사람은 자신과 언니밖에 없었다. 가족의료휴가법이 없었다면 곤란했을 것”이라고 클린턴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클린턴은 자신이 서명한 법안 중에서 가장 얘기를 많이 들은 법안이 바로 ‘가족의료휴가법’이라고 했다. 1993년 제정된 이 법안은 아이가 태어나거나 가족이 아플 때 최고 12주의 휴가를 보장하는 내용이다. 클린턴은 자서전 ‘마이 라이프’에서 “전임자인 부시 대통령은 이 법안이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두 번이나 행사했지만 아기나 병든 부모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생산성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선거 관련 공약으로 의회를 통과해 그가 처음으로 서명한 ‘1호 법안’이다. 미국은 선진국이면서도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복지 후진국’이다. 이 법에 따르면 출산휴가의 경우 직원 50인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경우에 한해 12주까지 허용한다. 그마저도 무급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개별적으로 유급 출산휴가를 도입할 뿐이다. 우리와 달리 기업들은 장례휴가를 줄 의무도 없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유급 육아
  • [씨줄날줄] 동북아국장 수난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동북아국장 수난 시대/황성기 논설위원

    외교부 동북아국, 국을 이끄는 국장의 수난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 같으면 미국 근무를 주로 한 ‘워싱턴 스쿨’의 꽃인 북미국장과 함께 일본 근무가 주된 외교관 경력인 ‘재팬 스쿨’의 봉우리인 동북아국장은 출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동북아국 자체를 “폐기 처분된 집단”이라고 자조 섞인 말로 비하하는 재팬 스쿨 외교관까지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대일 외교의 중요성이 떨어진 시대의 변화로 위상이 낮아진 데다 2010년대 들어 동북아국장 자리에 앉은 외교관 가운데 박준용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빼고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부의 고질적인 폐쇄주의, 순혈주의를 타파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외교부 주류는 북미라인 즉 워싱턴 스쿨이다. 임성남 1차관과 차관급인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차관보급 주요 보직에 워싱턴 스쿨이 기세 좋게 포진해 있다. 1990년대 이후 동북아국장(옛 아주국장) 출신으로 장관 자리에 오른 이는 공노명씨가 유일하다. 유명환 전 장관은 출발은 재팬 스쿨이었지만 워싱턴 스쿨로 갈아타 북미국장, 주일 대사를 거쳐 장관을 했다. 장택상 초대 장관부터 현 강경화 장관에 이르기까지 직업 외교관 출신 장관은 20명이다. 이
  • [씨줄날줄] 국명 분쟁/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명 분쟁/이순녀 논설위원

    흑해 연안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조지아의 역사는 기원전 4세기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 있어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받은 조지아는 1008년 통일 왕국을 세운 뒤 현재의 아제르바이잔 서부와 터키 동부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황금기를 잠깐 누리기도 했으나 몽골의 침입으로 쇠퇴하기 시작해 분열의 길을 걷게 됐다. 러시아 제국이 멸망한 1918년 조지아공화국을 세웠지만 4년 뒤 소비에트연방에 흡수됐고, 구소련이 붕괴한 1991년에서야 비로소 독립국이 됐다. 그러나 조지아란 국명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다. 미국 조지아주(州)와 혼동하기 일쑤다. 조지아는 독립 당시 영어식 표기인 조지아(Georgia)로 불리길 원했으나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러시아식 명칭인 그루지야를 계속 사용한 탓이 크다. 2010년 조지아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어 국명 표기가 공식적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두 개의 이름이 혼용되는 실정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늦은 2015년에 조지아로 공식 변경했다.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동구권 붕괴에 따라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마케도니아가 국명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마케도니아 국명 사용에 반대하는 그리스
  • [씨줄날줄] 자율동아리/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율동아리/김균미 수석논설위원

    8~9년 전 미국에서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할 때다. 미국 공립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운영에서부터 특별활동, 자원봉사 지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딸이나 아들이 참여하는 특별활동을 1학기 또는 1년 동안 지도하는데 열정이 대단하다 싶었다. 대학 갈 때 에세이에 한 줄 걸치기 위한 의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릴 때부터 자원봉사를 강조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다. 미국에서도 부모들이 나서 동아리를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대입을 앞둔 고교생 부모가 그렇다. 특색 있는 활동을 최소 2~3년 지속적으로 해야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를 작성할 수 있어 학년별로 구성원을 안배해 일종의 품앗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문에 활동 기사가 나면 더욱 좋다. 부모의 ‘네트워크’는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교육열이 높은 유대계 부모들의 열정은 아시아계 부모는 저리 가라 할 정도라 했던 한국계 엄마들의 말이 생각난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도와주지 못하는 부모는 어떡하라고.’ 그때 내뱉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 [씨줄날줄] 마크롱의 개혁/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마크롱의 개혁/최광숙 논설위원

    지난해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마크롱은 힘을 꽉 주는 것도 모자라 악수하던 손을 빼려는 트럼프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레이저 눈빛’을 발사했다. 공격적인 악수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던 트럼프를 향해 마크롱이 ‘한 방’ 먹인 것이다. 프랑스 최연소(39세)로 대통령이 된 마크롱. 능력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그는 전 세계에 일깨우고 있는 중이다. 그는 트럼프만이 아니라 악명 높은 프랑스 노조와의 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과거 프랑스 대통령들이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한 노동개혁에 그는 정면 승부를 건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 승인 없이 행정명령으로 추진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노동계와는 300시간 대화하며 설득했다. 결국 기업의 고용과 해고가 용이해졌고, 50인 이하 기업은 노조가 아닌 근로자 대표들과 교섭할 수 있게 해 노조의 힘을 뺐다. 연간 3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내는 프랑스 최대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앵그룹이 지난달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었던 것도 마크롱의 노동법 덕분이다. 마크롱은 특히 경제 살리기를
  • [씨줄날줄] 교복 ‘치마 인권’/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교복 ‘치마 인권’/황수정 논설위원

    중·고교 등하교길은 남극 같다. 검은색 롱패딩이 십대들에게 크게 유행하다 보니 교문 앞 풍경은 펭귄 떼의 대이동이 따로 없다. 가격이 비싸 일각에서는 ‘(부모)등골 브레이커’라 부르는 것이 롱패딩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반쪽짜리 진실이다. 중고생 딸을 둔 엄마들에게 올겨울 롱패딩은 구원투수(?)다. 교복 치마 한 장 달랑 입고 역대급 한파 속으로 나서는 딸이 엄마들은 안쓰럽다. 딸들의 종아리까지 ‘합법적’으로 감싸 주는 롱패딩은 든든한 방한 장비다. 교복 치마 논란이 또 시끌벅적하다. 중고교 입학생들은 이즈음이 한창 새 교복을 사야 할 때다. 교복 매장에서는 “이 추위를 해마다 겪을 텐데, 여학생은 왜 교복 바지를 못 입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들린다. 신입생 예비소집에서 대부분의 학교들은 교복 구매 기준안을 이미 제시했다.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여학생들에게 교복 치마만 입게 학칙으로 규정한 학교들이 거의 전부인 듯하다. 남녀 공용인 생활복 바지를 구매할 수 있되 체육시간에나 입는 현실이다. 무릎 담요는 그래서 여학생들의 겨울 필수품이다. 교실에서 짧은 치마의 무릎을 가리는 궁여지책이었다가 아예 패션으로 둔갑했다. 교복 치마 허리춤에 질끈 묶어 발목까지
  • [씨줄날줄] 황병기, 오에 겐자부로/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황병기, 오에 겐자부로/황성기 논설위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83)에게 아들과 딸 두 자녀가 있는데 딸의 딸, 즉 손녀의 이름이 가야(伽耶)이다. 가야란 이름은 오에가 가야금의 명인 고 황병기 선생의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붙였다. 가야금(伽耶琴)의 가야에서 딴 것이다. 오에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1995년 처음 그와 만나게 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일본문학)는 “십수년 전 오에 선생에게서 손녀 얘기를 듣고는 황병기 선생의 CD를 사서 드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오에는 일찍이 우리의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 일본의 음악평론가 아키 미쓰오는 ‘한국 음악의 선열함, 판소리를 듣다’란 1982년 글에 이렇게 쓰고 있다. “1980년 10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판소리를 듣는 모임’이란 공연이 열렸다. 음악과 연극, 문학이 섞여 만들어 내는 판소리의 원초적인 우주론에 주목한 오에 겐자부로 등이 발기인이 되어 김소희라는 한국의 1인자를 불러 가진 공연이었다.” 오에는 2000년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와 가진 대담(요미우리신문)에서 장애인인 아들 얘기를 꺼내며 “아들은 인간의 말은 잘 이해 못 하지만 음악의 말은 정확히 이해합니다. 그가 음악을 열중해서 듣게 되어서 나와 아내에게 기쁨이 돌
  • [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자인간 기본권/진경호 논설위원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로봇 3원칙’을 제시한 때는 1950년이다. 로봇이 뭔지도 몰랐을 68년 전에 이 선각자는 저서 ’아이 로봇’을 통해 로봇의 행동을 규제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반드시 복종해야 한다.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아시모프의 이 로봇 3원칙은 인간을 중심에 둔 개념, 로봇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개념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이 인간 지시를 단순히 이행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강지능’의 단계로 나아가면서 이런 로봇 담론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로봇의 권리, 즉 로봇을 인간과 대등한 ‘전자인간’으로 간주하고 그에 상응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 하와이대학의 미래학자 짐 데이토 교수가 2007년 ‘로봇 권리장전’ 제정을 촉구하면서 촉발된 이 ‘전자인간 기본권’ 논의는 2016년 6월 EU 의회 법사위원회가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의 권리와 의무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마련한 뒤로 본격화하고 있다. EU의 이 보고서
  • [씨줄날줄] 인체 실험/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체 실험/이순녀 논설위원

    19세기 미국의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스는 ‘웃음가스’로 불리는 이산화질소가 고통을 못 느끼게 하는 환각 효과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자 이산화질소를 들이마신 뒤 조수에게 치아를 뽑게 했다. 고통 없이 발치에 성공했지만 이후 공개 실험은 이산화질소의 정확한 양을 알지 못해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이어 갔고, 사후에 마취에 관한 의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호흡생리학의 권위자인 영국의 존 스콧 홀데인(1860~1936)은 광부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탄광으로 달려가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직접 일산화탄소를 흡입했다. 그의 연구는 당시 심각한 문제였던 광부와 잠수부들의 사망률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과학자들을 다룬 책 ‘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레슬리 댄디·멜 보링 지음)에 등장하는 사례들이다. 인류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며 ‘셀프 인체 실험’을 마다하지 않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생명과 의료윤리가 정립되지 않은 시대여서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보통 인체 실험이라고 하면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과 일제 731부대가 자행한 악명 높은 생체실험이 떠오른다. 나치 독일
  • [씨줄날줄] 고속도로 무료 통행/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속도로 무료 통행/서동철 논설위원

    얼마 전 강원도 삼척에 다녀오던 때의 이야기다. 휴일 교통체증을 피해 오전 6시 반쯤 서울을 출발했다. 중부와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죽서루에 닿기까지 238㎞를 달리는 데 3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런데 오후 늦은 시간 서울로 돌아올 때는 상황이 달랐다. 내비게이션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나 국도를 타는 것이나 비슷하게 시간이 걸릴 것이라 안내했다. 삼척에서 태백을 거쳐 제천까지는 국도, 다시 평택~제천 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오는 데 6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238㎞라고 했다. 영동 지역에 갈 때마다 교통 상황은 엇비슷하다. 최근 강릉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곳곳에 놓인 안내판이 일러주는 대로 우회 국도를 상당 구간 이용했다. 영동고속도로가 놓이기 전 강릉에 다녀오는 것과 다름없었다. 산 넘고 물 건너는 국도는 피곤하기는 해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보다 달리는 맛이 있어 좋지 않으냐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했을 때도 평소에도 불편하기만 한 영동고속도로가 마음에 걸렸다. 그동안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됐고, 서울~강릉 간 KTX 선로도 놓
  • [씨줄날줄] 고려시대 천자문/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려시대 천자문/서동철 논설위원

    ‘종로봉비 동작류시’(鐘路逢批 銅雀流視)는 ‘종로에서 빰 맞고, 동작에서 흘겨본다’는 우리 속담이다. ‘대동천자문’(大東千字文)의 한 대목이다. ‘개성을 서울로 삼은 나라와 한양을 도읍으로 삼은 나라는 석가와 공자를 받들어 종교가 달랐다’는 ‘개경한도 공석교수’(開京漢都 孔釋敎殊)처럼 우리 역사도 다루었다. ‘대동천자문’의 서두는 ‘천지복재 일월조현’(天地覆載 日月照縣)이다. ‘하늘은 만물을 덮고 땅은 만물을 실었는데 해와 달은 하늘에서 비친다’는 뜻이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런데 우주는 넓고 커서 끝이 없다’는 ‘천지현황 우주홍황’(天地玄黃 宇宙洪荒)으로 시작하는 ‘천자문’을 떠올리게 한다. ‘대동천자문’은 유학자 염재 김균(1888~1978)이 1948년 완성한 것이다. 1000개 한자를 네 자씩 조합해 250구절을 만든 것도 ‘천자문’과 같다. ‘천자문’은 중국의 양무제(502~549)가 왕자들에게 글씨를 가르치고자 은철석(殷鐵石)에게 위나라 종요(鍾繇)와 동진 왕희지(王羲之)의 글씨 1000자를 중복되지 않도록 탑본해 오도록 했고, 이를 다시 주흥사(周興嗣)에게 운문(韻文)으로 짓도록 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물론 한자문화권 전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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