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 [데스크 시각] 손학규 대표에 대한 기대와 우려/이도운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손학규 대표에 대한 기대와 우려/이도운 정치부장

    지난해 10월 26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관훈클럽 토론회에 초청됐다. 이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하면서 정치인 손학규에 대해 잠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손 대표가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야권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면서 몇 가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된다. 첫번째 기대는 손 대표가 “나는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가 아니라 수도권(경기도 시흥) 출신이어서 국민통합의 적임자”라고 강조해 왔다는 점이다. 이승만 대통령 이래 9명의 대통령과 총리가 국가 지도자가 됐지만, 이채롭게도 서울·경기 출신은 단 1명도 없었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이후 선출된 한국의 대통령은 영남 출신이 6명, 호남 출신이 1명이었다. ‘망국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한 지역갈등 문제를 해소하려면 한번쯤 수도권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지난 몇 십년간 고착된 대선에서의 지역 구도를 손 대표가 과연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 두번째 기대는 손 대표가 나름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온 ‘엘리트’라는 점이다. 손 대표는 경기중·고등학교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옥스퍼드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 [데스크 시각] 휘둘리는 역사교육에 관한 단상/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휘둘리는 역사교육에 관한 단상/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이성을 깨우는 교육이 이념이나 사상의 윗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념이나 사상의 상투를 틀어쥔 부류는 한사코 교육을 비좁은 이념과 사상의 틀에 욱여넣으려 한다. 교육의 왜곡, 역사의 좌굴(挫屈)은 이렇게 시작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역사 교육 강화 방안’은 ‘머지않아 다시 바뀔 정책’이라는 관행적 예단 때문에 발표 현장의 뒷배경으로 삼은 경천사지 10층 석탑의 그림자보다 긴 아쉬움을 드리웠다. 그날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천사지 10층 석탑 앞에 섰다. 아마도 역사의 현장성을 빌려 역사 교육 강화의 당위성을 말하고 싶었으리라. 이번 역사 교육 강화 방안의 요체는 고교에서 한국사를 필수 교과목으로 하고, 공무원 시험에서 한국사 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교과부의 선택이 새삼 놀라울 것도, 신선할 것도 없는 것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단행한 2009년 교육과정 개정 때 이전에 필수 과목이었던 한국사를 선택 과목으로 ‘강등’시켰다가 다시 설득력 없는 이유를 들어 이를 필수 과목으로 ‘특진’시킨 전력 때문이다. 그들이 역사를 작위적으로 강등시켰던 2009년은 중국의 동북공정
  • [데스크 시각] 반면교사 삼아야 할 풍도/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반면교사 삼아야 할 풍도/손원천 문화부 부장급

    새삼스러운 얘기 하나 하자. 자연을 아끼자는 것이다. 요즘 얼마나 많은 이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애쓰는데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힐난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서해에 풍도(豊島)라는 작은 섬이 있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다. 승봉도와 대난지도 등 서해의 명승지와 인접한 섬으로, 주변에 수산자원이 풍부해 ‘풍(豊)도’라 불린다. 풍도가 뭍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무엇보다 이른 봄 피어나는 야생화의 공이 크다. 복수초, 노루귀, 변산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등이 양지바른 언덕에 많이 자란다.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도 두 종이나 길러냈다.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이다. 풍도가 ‘야생화의 천국’이라 불려 온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그 탓에 섬이 몸살을 앓는 역설도 생겼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양탄자처럼 숲을 뒤덮었던 몇해 전과 달리, 최근엔 야생화 개체수가 확연히 줄었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숲 사이로 ‘번듯한’ 오솔길도 생겼다. 한 사람이 걸어 간 흔적을 따라 뒷사람이 걷고, 그러다 보니 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야생화를 뿌리째 캐 가기도 하고 꽃을 보호하는 낙엽도 흩어 버린다며
  • [데스크 시각] 미스라타와 후쿠시마 단상/박찬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미스라타와 후쿠시마 단상/박찬구 국제부 차장

    리비아 서북부의 지중해 항구도시 미스라타가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불과 한두달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미스라타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대와 무장 시민군의 사활을 건 혈전과 카디피군의 무차별 학살로 외신의 국제면을 달구고 있다. 반군 근거지인 벵가지에서 긴급 투입된 지원병들이 채 48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철수할 정도로 전장은 처참하고 무자비하다고 외신은 전한다. 식품점 앞에서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이 포탄 세례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혁명의 ‘동력’인지, ‘도구’(툴·tool)인지를 두고 서방 언론에서 논쟁의 도마에 올랐던 소셜네트워크도, 전략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도 유령도시의 잔혹성을 제어하지는 못하고 있다. 수주째 카다피군의 포위 공격을 받으며 최소한의 생존 조건도 보장되지 않는 곳, 포로로 붙잡힌 10대 카다피 병사가 ‘지옥’(hell)이라며 몸서리치는 곳, 그런 미스라타에서 무엇이 시민군의 저항을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 리비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미스라타의 시민들은 42년 독재를 청산할 정치체제로 미국식 민주주의가 좋은지, 유럽식 민주주의가 바람직한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카
  • [데스크 시각] 검찰이 기댈 곳은 국민뿐/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검찰이 기댈 곳은 국민뿐/이기철 사회부 차장

    ‘서초동’이 사면초가다.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전체에 정치권이 메스를 들이댄다. 초미의 관심사는 검찰관계법 개정안이다. 국회 사개특위 6인 소위가 마련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검·경 수사권 조정, 특별수사청 신설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런 안들은 이번에 처음 제시된 것이 아니다. 역대 정권의 사개특위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부작용이 너무 많다는 반론에 밀려 용도폐기된 사안들이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은 금방이라도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반면 검찰은 손오공의 머리띠 ‘금고아’에 해당한다며 거세게 반발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양측의 논리가 평행선을 달린다. 논의의 중심축에 국민을 두면 실마리가 보일 듯하다. 즉, 국민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풀어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이나 검찰의 수사권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기 때문이다. 중수부 폐지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자. 중수부는 일반 범죄가 아니라 이른바 ‘우리 사회의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수사기관이다. 과거 많은 실적을 쌓았다. 하지만 ‘정권의 시녀’라는 비아냥을 듣는 등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에 이르게 했던
  • [데스크 시각] 학생을 강물에 던진 하버드와 카이스트/이도운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학생을 강물에 던진 하버드와 카이스트/이도운 정치부장

    “하버드는 학생들을 그냥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수영을 할 줄 아느냐고 묻지도 않아요. 죽을 힘을 다해서 강을 빠져나오죠. 그러면 학교는 ‘너 수영할 줄 아는구나’ 하면서 곧바로 학생들을 바다에 던집니다.” 워싱턴 특파원이던 2006년 1월부터 6월까지 하버드와 예일, 프린스턴, 매사추세츠공대(MIT), 뉴욕대 등 세계 최고의 대학들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취재를 기획하면서 기존에 나왔던 대학 기사들과는 차별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해당 대학의 가장 대표적인 단과대학 학장을 인터뷰하고, 대표적인 수업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전세계 대학 가운데 하버드는 비즈니스 스쿨(HBS·경영대학원)이 1위, 예일대는 로 스쿨(법학대학원)이 1위, 프린스턴은 칼리지(학부)가 1위, MIT는 엔지니어링 스쿨(공대)이 1위, 뉴욕대는 티시 스쿨(예술대학)이 최상위권이었다. 당시 예일대 로 스쿨의 학장은 한국계인 헤럴드 고(고홍주·현 국무부 법률고문)였다. 그는 예일대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열심히, ‘정말로’ 열심히 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수업도 로 스쿨 1호 강의실에서 고 학장의 국제법 수업을 들었다. 프린스턴 칼리지에서는 “한국인 졸업생 가운데
  • [데스크 시각] 모든 것이 미끼다/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모든 것이 미끼다/박상숙 산업부 차장

    포장 삼겹살을 사와 집에서 뜯어 보니 겉과 속이 다르다. 먹음직스러운 일등급 고기는 전면에만 올려져 있을 뿐, 안에는 척 보아도 식욕을 떨어뜨리는 불량육이 포개져 있다. 보기 좋은 것들을 위에 올리고, 작고 못난 ‘허섭스레기’들을 깔아놓는 미끼전략에 당했다는 씁쓸함이 밀려온다. 미끼 상품은 특정 상품 가격을 큰 폭으로 내려 한정·한시적으로 파는 품목이다. 대형마트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면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미끼 상품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라면이 가장 흔했지만 요즘 금값으로 대접받는 삼겹살뿐 아니라 골프채도 미끼 대열에 올랐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화제를 뿌린 미끼상품이라면 ‘통큰 치킨’을 따라갈 수 없다. 비난과 찬사 속에 일주일 만에 막을 내린 통큰 치킨 이후에도 1㎝ 더 큰 피자니 1000원짜리 생닭이니 9900원짜리 청바지니 하는 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싼 제품을 찾아 대장정을 나섰다가 빈손으로 되돌아오는 소비자들이 허다하다. 싸다는 것만을 내세울 뿐 정확히 몇명의 소비자가 그 제품을 손에 넣을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고객들을 유인하고 보자는 미끼 상술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싼 까닭이다. 물론 업체들은 수개월 전부터
  • [데스크 시각] ‘기름값 100원 인하’ 관전법/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기름값 100원 인하’ 관전법/김태균 온라인뉴스부장

    뛰는 물가를 잡고 싶은 정부의 절박한 사정을 현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있다. 정부의 일시적인 가격 통제가 시간이 흐른 뒤 또 다른 물가 불안으로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는 지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민생 안정을 정권의 존립 기반으로 삼은 마당에 그까짓 경제학 교과서의 ABC쯤 잠시 접어둔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게다가 4·27 재·보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와 있지 않은가. 현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된 고환율 정책이 가파른 물가상승을 이끌었다는 실증적 분석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말까지 한국의 달러 대비 환율 상승률은 주요 경제권 21개국 중 2위였고, 그것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 대상국 1위로 끌어올렸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인데 왜 물가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정부를 자극하느냐는 질책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 초저금리 기조를 장기화시킴으로써 물가 불안을 부추겼다고 정부를 비난하는 것도 금물이다. 어차피 금리동결 의사봉을 계속 두드려댄 사람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니라 중앙은행 총재가 아니었던가. 고환율 정
  • [데스크 시각] 후쿠시마 다음은 독도다/진경호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후쿠시마 다음은 독도다/진경호 국제부장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13일. 오전 편집국 회의에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다른 나라가 아닌 일본이 맞이한 이 대재앙을 어떻게, 어떤 논조로 보도할 것인가를 놓고 말들이 부딪쳤다. 긍휼지심과 반일 감정이 뒤엉키면서 회의실의 열기가 살짝 올라갔다. 일본 언론과 정계에서도 회자된 3월 14일자 서울신문 1면의 ‘ソウル新聞は このたびの震災に對し, 深い哀悼の意を表します’(서울신문은 이번 재해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일본어 제목의 위로문에는 그런 망설임과 갈등이 녹아 있다. 우리 국민들이 지난달 말까지 모은 성금 391억원에도 그런 국민 각자의 크고 작은 갈등들이 담겨져 있다고 여긴다. 한 광역단체가 결식아동의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 편성하는 한해 예산과 맞먹는 돈…. 적지 않은 돈이다.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는 중학교 사회교과서를 대폭 늘린 일본의 행태와 이 성금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이렇게 해줬는데, 네가 이럴 수 있느냐. 이런 말, 구차하다. 남녀 간에도 금기어에 가깝다. 어차피 뭘 얹어주길 바라고 내민 손이 아니니까. 하물며 나라 간에야…. 일본이 새삼 우리를 일깨워줬다. 독도 문제
  • [데스크 시각] 대선 지역공약 내지 말자/박현갑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대선 지역공약 내지 말자/박현갑 정책뉴스부장

    “플래카드 업자들만 돈 벌었다. 영남권 민심은 굉장히 안 좋다. 레임덕이 우려된다. 다음 대통령 후보들은 조심하겠지.”(대구지역 공기업 간부 A씨) “1997년 5월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씨가 구속되면서 레임덕이 오더라. 청와대에서 공무원들에게 보고 좀 해 달라고 했으나 없었다. 그러다 외환위기가 왔다. 현 대통령은 일을 열심히 하는 분이니 권력 누수 현상이 있겠느냐.”(공직자 B씨) 동남권 신공항 공약 백지화 소식에 나온 주변의 반응들이다. 올해는 유난히 지역문제로 시끄럽다. 지역개발을 위한 대통령 선거공약이 문제였다. 동남권 신공항 선정은 2007년 8월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이었다. 원래 2009년에 후보지를 발표하려 했으나 ‘영혼 없는 공무원’ 때문인지 어제서야 백지화로 결론났다. 2년 전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나 이번 발표내용은 사실상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역갈등이 난무할 선거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27일 재·보선에 이어 내년에 총선(4월)과 대선(12월)이 있다. 지역이기주의성 발언은 극에 달한 상태다. 대통령 탈당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해 신문지
  • [데스크 시각] 초과이익 공유제와 대동법/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초과이익 공유제와 대동법/오일만 경제부 차장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요즘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MBC ‘우리들의 일밤’ 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서바이벌(무조건 탈락)의 원칙을 깬 모 가수의 ‘재도전 결정’이 화근이다. 국민가수로 불리는 그를 둘러싼 연예 권력의 실체, 룰과 원칙을 손바닥처럼 뒤집는 PD진의 영합적 처신을 보면서 곳곳에서 공정의 원칙이 무너져 내리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느낌이다. 요즘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는 초과이익공유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하청 중소기업에 나눠 주자는 것이 골자다. 공유제 역시 용두사미로 끝날 공산이 적지 않을 듯하다. 칼자루를 쥔 대기업들의 반응은 격렬한 반대로 기울고 있고, 정책을 입안해야 할 관료들 사이에서도 내분이 일고 있다. 한국 최고의 갑부로 꼽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보도 듣도 못한 이론”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반대론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공유이익의 생성과 분배 과정에서의 수치적 계량화가 어렵고 사회주의적 배분의 발상을 담고 있어 시장자유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어느 정도 수긍이
  • [데스크 시각] 무상급식, 이제는 피곤하다/김경운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무상급식, 이제는 피곤하다/김경운 사회2부장

    1997년 초인가, 그리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는 국내 경제가 외환위기를 맞기 전이고, 장밋빛 성장세에 취해 있던 시절로 기억된다. 그때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1만 달러를 갓 넘었다. 그리스의 GNP가 우리 뒤를 바싹 따르고 있었으니, 두 나라의 생활수준은 비슷했던 셈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공항과 거리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1970년대, 80년대를 보는 듯했다. 그들의 집 앞에는 미끈한 승용차가 아니라 볼품없는 트레일러에 실린 낡은 배가 있을 뿐이다. 부자도 아닌 나라의 국민이 오후 3시가 되면 일제히 가게 문을 닫고 낮잠을 즐기거나 해변으로 쉬러 간단다. 그리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는 ‘휸다이’의 ‘란트라’였다. 현대자동차가 국내의 ‘소나타’ ‘엘란트라’ ‘엑센트’를 한데 묶어서 란트라라는 브랜드로 그리스 시장을 휩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하던 택시기사는 란트라가 한사코 ‘자판’(일본)의 것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나중에 들으니까 현대차 현지법인이 전쟁, 데모 등 나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코리아를 숨기고 마케팅 차원에서 휸다이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복 받은 나라였다. 국가
  • [데스크 시각] 새 감사원장의 교육계 비리 개선 의지/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새 감사원장의 교육계 비리 개선 의지/이동구 정책뉴스부 차장

    ‘초심으로 돌아가라. 초심에 기대한다.’ 정치인이나 장·차관 등 지도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 대표로, 공직자로 출발할 당시의 순수한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새겨 보겠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취임한 양건 감사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분야의 청렴도만큼은 임기 동안 반드시 개선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가 최고 사정기관의 수장이 교육분야의 부패·비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똑같은 말을 해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양 원장은 현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것을 제외하면 35년 동안을 대학교수로 지냈다. 법과대학장을 지낸 적도 있다. 그만큼 교육현장과 교육행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교육계의 비리척결로 청렴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분야를 향한 비리척결이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인, 장관, 고위관료 할 것 없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교육분야의 개혁을 외쳐댔다. 그러나 이번 양 원장의 각오에는 남다른 무게가 실린 듯 느껴진다. 먼저 감사원장에게
  • [데스크 시각] 일본, 스포츠로 희망의 물꼬 터라/김영중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일본, 스포츠로 희망의 물꼬 터라/김영중 체육부장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스포츠계라고 예외가 아니다. 예정된 경기나 대회가 취소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오는 21일 도쿄에서 개막될 피겨 세계선수권대회가 무산됐고,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이달 경기를 모두 연기했다. 몬테네그로와 일본 축구대표팀이 25일 치르기로 한 친선경기도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프로야구 양대리그의 하나인 센트럴리그가 예정대로 25일 개막을 강행하기로 했다. 퍼시픽리그는 2주 뒤인 다음 달 12일 시작하기로 했다. 지진 피해가 덜 했던 센트럴리그와 달리 퍼시픽리그는 아직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있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구장이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하늘에서 찍은 외신 사진을 보면 라구텐 홈구장인 크리넥스 스타디움 미야기구장은 포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게다가 지역의 많은 시민이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진 피해 상황도 갈수록 악화된다. 여진은 끊이지 않는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는 폭발과 화재가 잇따라 ‘제2의 체르노빌 사태’가 우려된다. 동북부 지역은 전기가 부족, 제한 송전이 실시된다. 선수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여러 가지
  • [데스크 시각] 법원 자정 노력을/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법원 자정 노력을/이기철 사회부 차장

    어느 판사의 미국 연수시절 이야기다. 그가 집에서 책을 읽는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아이방으로 달려가 보니 탁상용 스탠드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가 중학생 아이에게 “왜 스탠드를 부러뜨렸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데 저절로 뚝 떨어져 부러졌다.”고 답했다. 그는 “갑자기 그럴 리가 없다. 공부하기 싫어서 부러뜨린 게 아니냐.”고 따졌다. 아이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자, 그는 “이젠 거짓말까지 한다.”며 아이를 다그치며 한참 혼을 냈다. 그때 그의 부인이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 스탠드를 망가뜨리고 거짓말까지 하는데 쇼핑이나 다니느냐.”며 부인을 질책했다. 부인은 쇼핑백에서 전기스탠드를 꺼냈다. 그러곤 “아이방 청소를 하다 스탠드를 밀쳐서 떨어뜨렸다. 임시방편으로 붙여놨으나 새로 사왔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한 판사는 그냥 우두커니 서서 먼 산만 바라봤다.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예단(豫斷)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재판을 하면서 사건을 자신의 프레임에 가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또 다른 일화다. 한 판사에게 시골 농부가 피고로 왔다. 농부
  • [데스크 시각] 신(新) 카노사의 굴욕/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신(新) 카노사의 굴욕/안미현 문화부장

    1077년 1월 추운 겨울날. 이탈리아의 카노사성(城) 앞에서 독일 국왕 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가 떨고 있었다. 자신을 파문한 교황 그레고리오 7세를 알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성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맨발에 내복차림으로 사흘간 벌벌 떨며 용서를 구하던 하인리히 4세는 결국 무릎을 꿇고 교황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주교 임명권을 둘러싸고 충돌한 교권(敎權)과 속권(俗權)의 세 싸움은 그렇게 교권의 승리로 끝났다. 저 유명한 ‘카노사의 굴욕’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은 일을 놓고 ‘신(新) 카노사의 굴욕’이라며 말들이 많다. TV에서 문제의 그 장면을 보면서 누가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했는가 잠시 생각해 봤다. 머뭇거리는 대통령의 허벅지를 찌른 김윤옥 여사? 골퍼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두 가지가 ‘내리막 경사(라이)와 마누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부인의 말을 잘 들은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다. 느닷없는 통성(通聲) 기도 제안으로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든 길자연 목사? 단상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회개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들렸다고 하니 목자(牧者)로서는 영험한
  • [데스크 시각] 세계 10위권 복지국가를 기대한다/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세계 10위권 복지국가를 기대한다/박정현 경제부장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뜨겁다.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이 복지 논쟁의 물꼬를 튼 모양새지만, 이제는 여야 정치인 가릴 것 없이 복지 논쟁에 동참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은 복지정책을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로 구체화했다. 내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대선주자들과 정당 간 논쟁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논쟁의 초점은 복지정책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우리나라 복지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26위다.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화 사회는 추가로 새로운 복지대책을 요구한다. 정치권의 논쟁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복지 논쟁은 복지의 질과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복지사회 진입을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 세계 10위권이라는 우리의 경제 수준에 걸맞은 10위권의 복지 국가를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복지 사회는 유럽식이다. 사회보장번호가 우리의 주민번호에 해당된다. 미국은 복지사회라기보다는 사용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다. 돈이 없으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보험이 없으면 치
  • [데스크 시각] 출입처가 없어지니… /임병선 영상콘텐츠부 부장급

    [데스크 시각] 출입처가 없어지니… /임병선 영상콘텐츠부 부장급

    손톱 밑의 검은 때가 모든 것을 말해줬다. 지난해 12월의 어느 날, 서울 종로의 커피점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노숙인 생활을 그만둔 지 반년쯤 된 그에게 빵 한 조각과 커피를 대접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였다. 그가 아침 일찍 거리에 나와 종종걸음치는 직장인들에게 노숙인 자활 잡지를 사달라고 1시간 30분이나 외친 뒤였다. 기자보다 열살은 많아 보이는 외모. 그런데 조심스레 물어 보니 아홉살 아래란다. 삶의 굴곡이 얼굴에 잔뜩 생채기를 남긴 듯했다. 삿된 기운이 가시지 않은 눈초리에 언뜻 천진난만함이 깃들던 순간들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달이 바뀔 때면 새로 나온 잡지를 들고 거리에서 목멘 외침을 늘어놓을 그를 그리워하게 됐다. 기자는 서울신문 편집국 소속이지만 방송 일을 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를 통해 금요일 오후 7시 30분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이란 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21년 전 입사했을 때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지 9개월이 됐고 4일 저녁 40회분이 방영된다. 여전히 촬영 현장에 나가면 “서울신문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 [데스크 시각] 통큰 정책·통큰 기업이 물가를 잡는다/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통큰 정책·통큰 기업이 물가를 잡는다/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전셋값 폭등과 관련해 조만간 일선 고위 공무원 중에 희생양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물가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기업 손보기가 본격화할 텐데 걱정이네요.” 구제역에다가 중동·아프리카 정정불안에 따른 물가 불안과 지난겨울 서민들을 괴롭힌 전셋값 폭등으로 온갖 소문이 난무한다. 정부 역시 지난해 가을부터 몰아친 이들 악재를 물리치기 위해 각종 대책을 줄줄이 내놓았다. 통신비와 기름값에 내재된 왜곡된 가격구조를 바로잡겠다든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잡기에 가세한 것도 여기에 속한다. 전셋값 대책도 연초부터 잇따라 내놓았다. 통신비와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비의 일부를 문화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통신비 가운데 상당부분이 여가비 성격이 있는 만큼 통계청에서 통신비 산정 시 이를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고육지책이지만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여전히 고삐가 잡히지 않고 있고, 전셋값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외곽지역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 대증적 요법에 그치거나, 아니면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청사진인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 [데스크 시각] 롯데호텔 괴한/최용규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롯데호텔 괴한/최용규 사회부장

    누구나 하나쯤은 강렬한 추억이 있다. 롯데호텔 19층 ‘괴한’은 40년 전 ‘국민학교’ 시절을 또렷하게 살려냈다. 기왓장을 올린 우리집 옆 배추밭에 양옥집이 들어섰다. 벽에 흰돌을 붙인 멋진 1층집. 주인은 ‘이○○’. 큰딸이 나보다 서너살 어렸으니까 30대 중반쯤 되는 잘생긴 아저씨였다. 그가 중앙정보부에 다닌다는 것은 이사온 지 얼마 안 돼 알게 됐다. 직급도 모르는 그를 부친은 ‘못하는 게 없는 사람’으로 말씀하셨다. 취기가 오른 부친이 “이○○은 이런 양반이야.”라고 할 때면 부럽다는 생각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앞서곤 했다. 그 당시 중정 아저씨는 내게 공포의 대상이자, 신비로운 존재였다. 사회에 나오기 전까지 ‘중정=못하는 게 없는 곳’이란 부친의 말씀에 토를 단 적도, 크게 의심해 본 바도 없다. 살벌했던 시대상도 내가 달리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까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고,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곳으로 중정을 다들 인정했으니까.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서울 한복판 특급호텔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괴한’으로 지목되는 치욕을 당했는데도 정작 국정원은 일언반구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 “국익 차원으로 봐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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