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천주교와 제사/서동철 논설위원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은 서울 인사동이 부럽지 않은 전통문화의 거리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데, 전동성당의 존재 때문이다. 1914년 완공된 전동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붉은 벽돌 건물이다. 한옥마을, 풍남문, 경기전과 함께 만들어낸 실루엣은 동서 문화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곳은 문화적 조화 이전에 문화적 충돌의 현장이다.
전동성당이 이곳에 세워진 것은 순교지이기 때문이다. 천주교 신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제사를 폐지하고, 신주를 불태운 사건으로 1791년 참수된 것이다. 역사는 진산사건이라고 부르는데, 윤지충이 살던 곳이 현재는 충청남도 금산이지만 당시는 전라도 진산(珍山)이었다. 유교국가에서 윤지충은 어머니가 돌아가자 이종사촌 권상연과 종교적 신념을 실천했고, 그 결과 전라감영으로 압송됐다. 윤지충은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로, 전동성당은 그 기념물이다. 1785년 천주교 모임이 발각된 을사추조적발사건(乙巳秋曹摘發事件)으로 역관 김범우가 유배되고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현장에서 숨을 거둔 것이 아니어서 천주교는 ‘증거자’로 기린다.
당시에도 조상의 제사를 지내면 안 된다는 천주교의 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