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월드컵과 민생/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월드컵과 민생/박현갑 논설위원

입력 2013-06-20 00:00
수정 2013-06-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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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전차군단, 태극전사… 각국의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대한 애칭이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러한 표현은 월드컵에 운동경기 이상의 정치·경제적 의미가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월드컵은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축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우리나라가 1945년 해방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경험한 대국민 통합의 마당이었다. 그해 6월 한달 동안 2200여만명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는 순간 남녀노소, 지역, 세대 구분은 사라졌다. 붉은 악마의 거리응원은 축제로서의 놀이문화 전범을 보여줬다. 레드 콤플렉스를 넘어 ‘레드 사업’으로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은 경제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2 한·일월드컵 개최로 7조 9961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4만 5338명에 달하는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 이 같은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에 따른 대외 경쟁력 제고라는 부가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 용품업계인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각국 대표팀 후원경쟁도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각국이 이런 효과를 다시 한번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축구대표팀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만 예선전에서 보여준 엉성한 경기력은 불안한 그림자를 던져주고 있다. 8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것은 브라질(20회), 독일(15회), 이탈리아(13회), 아르헨티나(10회), 스페인(9회)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다. 명실공히 아시아 축구 맹주의 위상을 다질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대표팀은 더 좋은 경기로, 팬은 열띤 응원으로 국민통합의 장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월드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25만명의 브라질 시민들이 이달 초 상파울루의 버스 요금 인상에 격분해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월드컵보다 학교와 병원, 대중교통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미니 월드컵’이라 불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과 월드컵 개최 준비를 위해 7조 8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유엔의 원조까지 받았다. 잔치 준비하느라 내 집이 철거되고 출퇴근 교통요금마저 오르니 삼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날 만도 하다.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5회) 우승에 축구에 대한 열정도 세계 제일임을 자부하는 나라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는 광적인 축구 열기도 시들시들하기만 하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세계 5위 경제대국에 진입하겠다는 브라질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2013-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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