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책상
  • [장관의 책상] 미증유의 위기와 적극행정/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관의 책상] 미증유의 위기와 적극행정/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흐르는 물에 30초간 손 씻기.’ 코로나19 등 질병 예방의 상식과 같은 구호다. 그런데 이것이 상식이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1840년대 헝가리 출신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필리프 제멜바이스는 분만시술 시 손 씻기를 통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가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손 씻기가 상식이 된 것은 그가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뒤의 일이라고 한다. 이 일화는 관습을 깨고 혁신을 이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런데 2020년 우리는 제멜바이스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이 혁신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요즘 공직사회에서 강조되는 것이 적극행정이다.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공익을 위해 규정과 관행의 한계를 넘어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과감한 혁신이 적극행정의 핵심이다. 지난해 말 국내 한 벤처기업은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신선한 맥주가 완성되는 스마트 기기로 세계적인 전자쇼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기업은 이 제품을 호프집에 판매하려 했으나 난관에 부딪혔다. 호프집에서 해당 제품으로 맥주를 추출하려면 주세법상 주
  • [장관의 책상] 코페르니쿠스적 ‘녹색전환’/조명래 환경부 장관

    [장관의 책상] 코페르니쿠스적 ‘녹색전환’/조명래 환경부 장관

    2000여년 전 그리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다른 행성들이 도는 ‘천동설’을 제시했다. 지배적인 천문학 이론으로 군림하는 듯했지만 16세기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 혹은 ‘지동설’이 등장했다. 이로써 행성의 움직임에 관한 많은 부분이 새롭게 설명될 수 있었다.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토머스 쿤은 이를 ‘패러다임’의 이동이라 했다. 한 시대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 지배적인 인식 틀 및 설명체계로서 패러다임의 이동은 총체적이고 급격하며 불가역적이다. 과학의 발전은 패러다임 이동이라는 도약으로 이뤄진다는 게 쿤의 설명이다. 18세기 이후 우리는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산업사회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엄청난 자원을 채취해 각종 상품을 대량생산하고 무한정 소비하는 산업화 패러다임은 탄소경제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화석연료로부터 주 에너지를 구하는 산업화 패러다임은 탄소의 과잉배출이라는 ‘굴레’에 갇히게 됐다. 산업혁명 이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 280※에서 2018년 410※으로 급증한 것이 1차적 결과라면 같은 기간 지구 평균온도 1도 상승은 2차적 결과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와 함께 생태계 교란을 불러와
  • [장관의 책상] 청년의 미래, 환경 일자리/조명래 환경부 장관

    [장관의 책상] 청년의 미래, 환경 일자리/조명래 환경부 장관

    스웨덴 출신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정상들에게 미래를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툰베리는 스웨덴에서 뉴욕까지 비행기 대신 태양광 보트로 이동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강한 신념과 실천을 보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2, 제3의 툰베리가 나타나 각국 정부에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행동력을 갖춘 청년들을 볼 때 지구의 미래가 결코 암담하지는 않은 것 같다. 청년들의 꿈과 열정이 현실에서 빛을 발하려면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 및 일자리 기반 등을 확대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꿈을 가진 청년들이 전문성을 갖추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환경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도 마련했다. 물산업, 폐자원 에너지화, 국제 환경협력 분야의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등 교육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그 결과 유엔환경계획(UNEP)과 같은 국제기구에 파견돼 전문 역량을 발휘하는 등 다양한 환경 분야에서 활약이 전해진다. 정부는 고급 인재가 도전할 만한 미래형 일자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미래형 일자리는 환경과 정보기술(IT), 생
  • [장관의 책상] 이제 ‘국가직’ 소방공무원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킵니다/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장관의 책상] 이제 ‘국가직’ 소방공무원이 국민들의 안전을 지킵니다/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지난 19일 소방관의 국가직화를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순간 강원도 산불현장에서 장관 임기를 시작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마지막까지 잔불 정리에 여념이 없던 소방관들을 격려하면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소방관 국가직화는 국민안전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다. 물론 법률안 통과로 문제들이 단번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소방관 국가직화는 탄탄한 재난대응체계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을 놓은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확실한 재정지원과 대대적인 시스템 정비를 목표로 한 만큼 통과된 법률안은 소방공무원의 처우개선, 재난대응력 강화, 안정적인 재정지원방안 등을 빠짐없이 담고 있다. 우선 모든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된다.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법정 필요 인원에 비해 소방인력이 부족했던 지역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인력을 보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소방관들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복합치유센터’ 설치도 가능해졌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렸던 소방관들이 앞으로는 좀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장관의 책상] 어떤 보훈단체장의 침묵/박삼득 국가보훈처장

    [장관의 책상] 어떤 보훈단체장의 침묵/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변한 게 없어서 더이상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한마디가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전국의 보훈 현장을 다니고 보훈가족들을 만나면서 나의 기억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말이다. 보훈행정을 총괄하는 보훈처장으로서 이 따끔한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곱씹을수록 부끄러움이 커진다. 모 지방 보훈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유독 한 분이 자리가 끝날 때까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어 그 이유를 물으니 나온 말이다. 지난 10년간 보훈처장과 만나는 자리가 수차례 있었지만 자신의 요구에도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훈은 다양한 성과를 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14만여명의 국가유공자 집에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아 드렸다. 생활이 어려운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생활지원금’ 신설을 비롯해 지난해와 올해에만 1002명의 독립유공자를 발굴·포상했다. 특히 전체 여성 포상자 472명 중 38%에 달하는 177명이 현 정부 들어 포상됐다. 참전유공자 진료비 감면을 13년 만에 60%에서 90%로 대폭 확대했고, 역대 정부 최초로 국가유공자 사망 시 영구용 태극기와 대통령 명의 근조기
  • [장관의 책상] 노동시장 통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장관의 책상] 노동시장 통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통계’(statistic)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의 ‘정치가’(staticsta)에서 유래했다. 과거 위정자들이 국가 전체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활용하던 것인데 현대에는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 사회를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통계로 보는 지금 우리나라의 고용 상황은 어떨까. 매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고용동향은 고용 상황을 전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수는 전년 동기보다 20만명 이상 늘었고 지난달 고용률도 67.2%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고용 지표들은 인구 변화 등 외부적 요인이 상당하기에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보통 고용률과 실업률은 외부의 영향이 적은 안정적 지표로 본다. 따라서 취업자수가 증가하고 고용률이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임이 분명하다. 반면 실업자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는 구직 활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앞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거나 공무원시험 같은 대규모 공개채용이 예정돼 있으면 늘기도 한다. 취업자수와 고용률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는 시기에 실업자수가 증가한 것만으로 일자리 사정이 나빠지고
  • [장관의 책상] 장애등급제를 넘어 함께 걷는 길/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장관의 책상] 장애등급제를 넘어 함께 걷는 길/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장애인 지원 체계가 구축됐다. 1989년 장애등급제가 도입된 지 31년 만이다. 장애등급제는 의학적 판정에 따라 장애인을 6등급으로 나누는 제도다. 장애인 지원 기반이 부족했던 당시에는 공급자 중심으로 등급에 따른 선별과 차등적 서비스 제공이 불가피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짧은 기간에 장애인 복지가 양적, 질적으로 빠르게 성장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지출 비율이 1990년 0.29%에서 2015년 0.61%로 크게 확대됐다. 분리와 보호에 초점을 두던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은 2000년대 이후부터 지역사회의 자립과 개인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등급제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복지 욕구나 필요성은 크지만 등급이 낮아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반대로 높은 등급 덕분에 꼭 필요하지 않은 혜택까지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차별이고 편견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장애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정부 역시 국정 과제로 채
  • [장관의 책상] IMO 2020, 우리 해운에는 기회다/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장관의 책상] IMO 2020, 우리 해운에는 기회다/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지난 3월 봄을 알리는 꽃 소식보다 먼저 도착한 미세먼지에 답답함을 느낀 국민들이 많다.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켜고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을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큰 요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세먼지와 함께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석탄이나 석유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이다. 최근 발표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황산화물 배출량의 10.9%가 선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간과할 수 없는 수치지만, 그동안 바다에서의 환경규제는 육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놓여 있었다. 더욱이 공해(公海)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규제는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보니 한 국가 내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랜 논의 끝에,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국제 항행 선박에 대해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IMO 2020)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몇 차례 황 함유량 기준이 강화되어 왔지만, 이번 규제는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
  • [장관의 책상] 우리 경제의 살길, 혁신과 딥 체인지/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관의 책상] 우리 경제의 살길, 혁신과 딥 체인지/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피혁의 피(皮)와 혁(革)은 모두 가죽을 말합니다. 피는 갓 벗겨낸 생가죽, 혁은 이를 수없이 무두질해 가공한 가죽을 뜻합니다. 개혁(改革), 혁신(革新)은 이렇게 힘들게 가공한 혁을 다시 고치고(改), 새롭게 한다(新)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입니다. 글로벌 경영의 세계적 추세인 ‘딥 체인지’(근원적 변화)도 맥을 같이합니다. 이러한 혁신과 딥 체인지는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포용적 성장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길입니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17일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도 우리 경제의 혁신과 딥 체인지를 위한 정책들을 담았습니다. 내년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포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활력 제고, 체질 개선, 포용 강화, 미래 대비’라는 4개의 정책 틀이 핵심입니다. 많은 분들이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 묻습니다. 무엇보다 엄중한 경제 상황을 감안해 민간, 공공,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의 물꼬를 터 투자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동시에 창업생태계를 보강
  • [장관의 책상] 샌프란시스코 ‘39번 부두’를 아시나요/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장관의 책상] 샌프란시스코 ‘39번 부두’를 아시나요/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시의 이름을 빌려 온 이탈리아의 수호성인 ‘성 프란치스코’(San Francesco)의 은총을 받아서일까.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는 1년 내내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와 세계적인 교육·문화 시설을 갖춘 미국 서부 해안의 항구도시로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주홍빛 다리인 금문교와 실리콘밸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 도시의 ‘39번 부두’(Pier 39) 또한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39번 부두는 한때 방치되고 후미진 곳이었다. 하지만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들이 모여들면서 한 해 1000만명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하게 됐다. 항만으로서의 제 기능을 잃고 사람의 왕래가 뜸해진 퇴락한 39번 부둣가에 바다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초기에는 바다사자 특유의 소리와 냄새로 민원이 끊이질 않았지만 바다사자들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39번 부두는 활기를 되찾고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리 바다에도 이에 못지않게 매력적인 다양한 바다동물들이 살고 있다. 동해의 물개,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서해의 점박이물범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점박이물범은
  • [장관의 책상] 정약용의 삼농 정책과 농업직불제 개편/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장관의 책상] 정약용의 삼농 정책과 농업직불제 개편/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8세기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정조에게 올린 상소문을 통해 농업 발전을 위한 ‘삼농(三農) 정책’을 피력했다. 편농(便農)으로 농사짓기가 편해야 하고, 후농(厚農)으로 농민들이 잘 먹고 살아야 하고, 상농(上農)으로 농민 지위가 향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산의 농정 철학은 2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가 농업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삼농 정책’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우선 편농 정책으로 농업 기계화와 기술 보급, 농업인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첨단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동화가 가능하고 생산성은 높아지는 농업기술이 보급돼 농업인들은 예전보다 더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생산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둘째, 후농을 위해 ‘농업직불제’가 운영되고 있다. 농업직불제는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인데, 매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의 17%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제도다. 1997년 경영이양직불제 도입을 시작으로 현재는 쌀소득보전직불제, 밭농업직불제, 친환경농업직불제 등 총 9개의 직불제를 운영 중이다. 그중 규모가 가장 큰 쌀소득보전직불제는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 불안을 해
  • [장관의 책상] 21세기 원유, 데이터가 대한민국을 바꾼다/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장관의 책상] 21세기 원유, 데이터가 대한민국을 바꾼다/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어릴 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우화를 읽은 기억이 있다. 옛날에 어느 왕이 장님 6명을 불러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게 하고는 각자 무엇인지 맞혀 보도록 했다. 상아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무같이 생겼다고 했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곡식을 빻는 절구같이 생겼다고 했다. 제각기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을 코끼리라고 주장하는 내용인데, 만약 더 많은 사람이 코끼리를 만져본 후에 각자 갖고 있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제대로 된 코끼리 형태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는 혁신성장을 이끄는 핵심 자산으로 부상했다. 과거 원유가 경제성장의 원료 역할을 했던 것처럼 지금은 데이터가 ‘21세기 원유’로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데이터 경제’ 시대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시티, 스마트의료처럼 모든 산업에 데이터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일으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데이터 경제’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데이터를 얼마나 모으고 활용하는지가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고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도 마
  • [장관의 책상] 대입 개편안 여론, 국민의 마음으로 경청하겠다/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장관의 책상] 대입 개편안 여론, 국민의 마음으로 경청하겠다/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난 17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1년간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과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숙의·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한 최종안이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하고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하지만, 교육개혁 특히 입시정책은 어느 정부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이다. 수많은 현실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도 국가와 교육의 미래 비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입이 곧 한 사람의 삶의 운명을 가르는 순간으로 여겨지고, 정권에 따라 수시로 변한 입시정책의 유불리를 예민하게 경험한 사회에서는 예견된 논란이자 갈등이기도 하다.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교육부는 입시정책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국민 의견을 직접 묻고 확인하는 초유의 방식을 택했다. 전문가와 일반시민 사이의 의견 차이가 크고, 숙의 공론의 결과 또한 새로운 방향이 아니라 할지라도, 시민과 전문가가 모두 모인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정책 결정의 근거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공정하고 단순·투명한 입시 제도와 함께,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적 혁신 요구가 동시에 존재함을 확인했다. 따라서
  • [장관의 책상] 루스벨트 대통령이 우리 어촌을 개발한다면/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장관의 책상] 루스벨트 대통령이 우리 어촌을 개발한다면/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1929년 10월 24일 대공황의 서막을 알린 ‘검은 목요일’을 시작으로 미국 주식시장인 월가가 붕괴되고, 시가총액이 40%나 떨어지면서 전 세계는 대공황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이때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뉴딜(New Deal) 정책’을 제시하며 도로, 교량, 공항 건설 등의 공공사업을 통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가며 대공황을 극복해냈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어촌은 어가인구 30만명이 훌쩍 넘고, 만선(滿船)의 꿈에 부푼 배들로 활기가 가득했다. 그러나 현재 어가인구는 12만명에 불과하고,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령자에 해당할 만큼 고령화도 심각하다. 연안여객선 이용객도 지난해 1690만명에 달했지만 여전히 노후 선박과 낙후된 선착장 등으로 인해 접근성은 좋지 않다. 이대로 간다면 향후 50년 안에 60개가 넘는 섬들이 무인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특약 처방이 시급하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는 해외 성공 사례에서 찾을 수
  • [장관의 책상] 사회적 가치와 공익광고의 역할/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장관의 책상] 사회적 가치와 공익광고의 역할/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저성장과 양극화로 개개인의 삶이 팍팍해지고 사회적 불만과 불신, 갈등이 심화되는 데 대한 반성으로 공동체를 회복하고 더불어 잘사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에서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기본법안’이 발의됐고, 정부는 지난해 7월 ‘사람 중심 지속가능 경제’를 새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으로 천명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정부 운영을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적 가치’란 지나친 이윤과 효율성의 추구로 인해 초래된 문제점들을 성찰하고 공공의 가치를 복원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인권, 안전, 사회적 약자 배려,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의 내용을 포괄한다. 대부분의 국민은 사회적 가치의 개념을 다소 추상적이고 어렵다고 느낄 수 있고, 바쁜 일상으로 인해 더불어 사는 의미를 놓치고 사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가 되므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공익광고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
  • [장관의 책상]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을까/김은경 환경부 장관

    [장관의 책상]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을까/김은경 환경부 장관

    지난달 반달가슴곰 교통사고 소식이 이목을 끌었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 중 하나로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 53이 지리산을 떠나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시속 100㎞가 넘는 버스와 부딪쳤으니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세계 최초로 복합골절 수술을 받은 반달가슴곰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다. 반달가슴곰의 지리산 탈출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도 두 차례나 경북 김천의 수도산에서 잡혀 온 이력이 있다. 그런데도 다시 떠난 세 번째 여정에서 봉변을 당했다. 반달가슴곰은 왜 계속 지리산을 벗어나려고 했을까. 2004년 6마리로 시작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했다. 현재 지리산에는 56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 곰의 활동 권역을 따져 보면 지리산은 모든 반달가슴곰이 함께 살기엔 공간이 부족한 상황을 맞았다. 이번 사고로 자연과의 공존, 공생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역 사회와 공존협의체를 구성하고 생태 통로 설치, 생태축 복원 사업 등을 통해 야생동물 서식지를 넓혀 가는 중이다. 차도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은 반달가슴곰만이 아니다. 지난 5년간 고속도로와 일반국도에서 5
  • [장관의 책상]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단상/최종구 금융위원장

    [장관의 책상]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단상/최종구 금융위원장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워싱턴포스트 에이미 골드스타인 기자가 쓴 ‘제인스빌’(Janesville)을 읽었다. 이 책은 2008년 GM 조립공장 폐쇄 이후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의 소도시인 제인스빌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상세히 보여 주고 있다. 직원들은 멀리 인디애나주 등 다른 주의 GM 공장으로 전환배치됐고 실질임금이 줄어 주부, 아이들까지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최근 있었던 우리나라의 현안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중견 조선사와 금호타이어에 이어 지난 5월 10일 한국GM에 대한 처리 방안이 결정되면서, 최근 현안이 돼 왔던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일단락됐다.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는 기업 구조조정 특성상 어떤 처리 방안도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는 다음 세 가지 측면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무엇보다 해당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고려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부실화의 주요 원인인 중국 사업의 정상화 없이는 근본적인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중국사업을 조기 정상화할 수 있는 중국 자본의 유치가 불가피했다. 중견 조선사의 경우 STX조선과 달리
  • [장관의 책상] 포용적 복지국가를 꿈꾸며/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장관의 책상] 포용적 복지국가를 꿈꾸며/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지난 50여년간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후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1위, 연간 근로시간 2위 등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낮다. 국가는 부유해졌지만 불평등과 양극화, 저성장 고착화, 높은 청년실업률, 초저출산과 고령화 속에서 국민은 불안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현실을 바로잡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국정 지표의 하나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정 전략으로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제시했다. 포용적 복지국가가 지향하는 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일상이 행복하고 풍요로운 사회’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의료, 돌봄, 주거 등 삶의 기본 영역에서 사회 안전망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년간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핵심 국정 과제를 집중 추진해 왔다. 첫째, 소득보장을 강화했다. 실제 생활은 어렵지만 부양의무자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막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빈곤사각지대를 축소·완화하고자 했다. 기초연금액과 장애인연금액은 오는 9월부터 오른다.
  • [장관의 책상] 바이오 연금술의 발견, ‘언더 더 시’/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장관의 책상] 바이오 연금술의 발견, ‘언더 더 시’/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1990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흥행했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극중 바닷가재인 세바스찬이 불렀던 ‘언더 더 시’(Under the Sea)라는 곡으로 한층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다. 지금도 노래 한 소절만 들으면 인어공주와 함께 바닷속에서 춤추는 문어와 형형색색의 열대어 등 수많은 해양 생물이 떠오르는 걸 보면 실로 그 영향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지구 표면적의 75%를 차지하는 바다에는 인어공주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바다에 살고 있는 해양 생물은 30만여종으로 지구상 모든 종의 5분의1가량이다. 하지만 심해저에서의 서식 확인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한 종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해양 생물은 때론 약으로, 혹은 각종 에너지로 활용되면서 몸값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멍게 추출물은 난소암 치료제로 개발됐고, 모르핀보다 100배 강한 진통제가 청자고둥 독에서 만들어졌다. 해조류로 만든 수술용 봉합사와 붕대는 의약품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국가들이 해양 생물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산업의 가치를 확인하고 관련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 [장관의 책상] 지자체가 ‘몸에 맞는 옷’을 짓게 하자/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장관의 책상] 지자체가 ‘몸에 맞는 옷’을 짓게 하자/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안전을 책임지고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장관이 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딸이 그렇게 새벽부터 나가 한밤중에 들어오는데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가 뭐냐고 빈정거린다. 그러나 빠지지 않은 건 얼굴 살이고, 뱃살은 꽤 빠졌다. 원래도 약간 헐렁한 옷을 좋아해 조금 크게 입다 보니 이제 전체적으로 옷이 겉돌면서 좀 불편하다. 만사가 그렇다. 발이 조이는 작은 신발로는 반나절을 걸을 수 없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은 입고 있으면 내내 불편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그렇다. 기초나 광역 어느 지자체도 그 인구, 역사, 문화 등에서 같지 않다. 그럼에도 243개 지자체가 획일화된 한 가지 옷을 입고 있다. 기성복도 이런 기성복은 없다. 중앙정부가 광범위한 입법권으로 지방행정 전반을 세세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모든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옷에 자기 몸을 맞추며 살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지방이 자신만의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는 권한도, 재원도 보장돼 있지 않다.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 근거만 담고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 이런 기본 정신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것이 바로 ‘지방분권 개헌’이다. 지역의 개성과 장점이 드러나는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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