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피니언
  • [사설] ‘라인 사태’ 앞 반일 죽창가, 누굴 위한 건가

    [사설] ‘라인 사태’ 앞 반일 죽창가, 누굴 위한 건가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야당이 정치 쟁점화하며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행정지도의 주체인 일본 총무성의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에 대해 ‘이토 히로부미 손자: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침탈’이란 글을 SNS에 올렸다. 마쓰모토 총무상의 고조부가 이토 히로부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격체가 다른 일본 총무상을 식민지배의 원흉 이토에 빗대 기술 주권을 강탈하려 한다는 비유는 사태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어제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찾았다. 조 대표의 독도행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한다. 조국혁신당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면서 정부의 대일 외교를 심판하겠다는 공지를 띄운 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독도에 가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정치인의 독도행은 독도 영유권 분쟁을 유발시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가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드는 행동이다. 독도는 우리가 실효지배하고 있고 주민이 살고 있으며 경찰력이 상주하는 만큼 굳이 우리 땅임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야당 정치인의 반일 죽창가는 네이버의 지
  • [서울광장] 디지털 경제주권과 ‘라인 사태’

    [서울광장] 디지털 경제주권과 ‘라인 사태’

    일본 정부의 네이버 지분 조정 요구로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중이다. 일본 정부가 개입해 한일 합작기업의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가 알려지면서 최근 한일 경제 관계에서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복잡한 지분 관계부터 살펴야 한다. 2011년 첫선을 보인 라인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기획하고,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개발을 총괄한 한국산 서비스였다. 2021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가 지배(지분율 64.5%)하는 구조다. 단 1주라도 주식이 넘어가면 네이버가 경영권을 잃어버린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은 1억 2000만명의 일본인 가운데 80%에 해당되는 96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 중이다. 일본 정부가 개입한 것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일부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다. 일본 총무성은 이례적으로 두 차례의 행정지도를 통해 보안 강화 등의 요구는 물론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까지 거론했다. 누가 봐도 일본측에 경영권을 넘기라는 압박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은
  • [사설] 의장이 몰고 올 22대 국회 혼란 벌써 걱정이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6선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당선인과 조정식 의원이 추 당선인으로 단일화했다. 또 다른 후보인 5선의 정성호 의원은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로써 오는 16일 있을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추 당선인과 5선 우원식 의원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의중이 추 당선인에게로 향해 있다는 점에서 ‘어의추’(어차피 국회의장은 추미애)가 당 안팎의 지배적 전망이지만 선거 결과야 물론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일이다. 다만 추 당선인이든 우 의원이든 노골적으로 탈(脫)중립과 친명의 적자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여간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니다. 여야의 협의를 근간으로 운영돼야 할 국회가 ‘민주당 출장소’, ‘이재명 직할부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추 당선인은 그동안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며 선명성을 강조해 왔다. 우 의원 역시 자신이 ‘찐명’(진짜 친명)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는 판이다. 누가 의장이 되더라도 22대 국회의 균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입법 폭주의 활극만 펼쳐질 공산이 크다. 특검법을 비롯한 각종 쟁점 법안과 탄핵안, 개헌 문제 등 첨예한 여야 갈등이 예
  • [마감 후] 아빠에게 필요한 건 ‘아묻따 육아휴가’

    [마감 후] 아빠에게 필요한 건 ‘아묻따 육아휴가’

    아빠 유급 출산휴가가 평일 기준 10일에서 20일로 늘어난다. 자녀가 태어났을 때 한 달간 아내 곁에서 육아를 도우라는 취지다. 엄마의 독박육아 대신 아빠의 공동육아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엄마가 육아 부담을 덜고 아빠가 역할을 정립하려면 공동육아 기간이 길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에 따른 제도 개선이다. 하지만 17개월 된 딸을 둔 아빠의 눈으로 보면 최근 육아 트렌드와 출산 전후 아빠의 역할을 섬세하게 짚지 못한 정책이어서 아쉬움이 든다. 산모 10명 중 8명은 출산 후 3박 4일 안팎 입원 기간이 끝나면 통상 2주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한다. 이용률은 매년 증가세다. 산후조리원에서 퇴소하면 2~3주간 산후관리사 제도를 이용한다. 공식 명칭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사업이다. 자녀 출생일로부터 최대 40일가량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공적 돌봄’이 이뤄지는 것이다. 산후조리원 입소 기간에 아빠가 출산휴가를 쓰면 딱히 할 일이 없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기에는 아빠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지금도 가족 접촉을 제한하는 산후조리원이 많다. 출산휴가 확대 소식에 “한 달 시원하게 놀 수 있
  • [조명계의 뒷마당 미술 산책]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

    [조명계의 뒷마당 미술 산책]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

    얼마 전 외신에 세계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 영향력 순위가 포함된 보고서가 발표됐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독보적 1위를 차지했고 스코틀랜드의 국립미술관, 영국 콜체스터의 머큐리극장,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 등이 뒤를 이었다. 스위스 로잔대가 예술기관의 지속가능성을 조사한 새로운 연구에서는 영국의 미술관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사용 및 폐기물 등의 기준을 통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살펴봤고 다양성과 포용, 접근성, 학습 및 영감 등의 범주를 통해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조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들은 대부분 지속가능성 증진에 소홀했으며 사전에 약속한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구호에만 그쳤다는 뜻이다. 영국의 예술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 이유는 예술위원회가 자금을 지원하는 모든 기관에 의무적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오직 자금 지원만 바라는 국내의 예술기관들이 과연 어느 정도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지 궁금하다. 또 다른 문제는 규모가 큰 기관이 작은 기관보다 더 큰 지속가능성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거대한 기관은
  • [공직자의 창]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에는 농촌의 미래가 없다

    [공직자의 창]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에는 농촌의 미래가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법입니까? 모두 쌀농사만 짓게 되면 쌀이 남아돌아 소득은 줄고, 결국 창고업자만 배불리는 건데….” “채소·과일값이 오르면 우리도 힘들고 소비자들도 다같이 힘들어져요.”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과 농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을 두고 쌀 농가와 외식업계에서는 하소연이 나온다.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 강제 매수’를 재추진하는 법안이고,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이하일 때 생산자에게 차액 보전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도 두 개정안이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매년 쌀 매입과 농산물 가격 보전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두 개정안에 재정이 쏠리면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라 할 스마트농업이나 청년 농업인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품목별 평년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정해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하면 고추·마늘·양파·배추·무 5대 채소에만 연간 1조 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매년 심의위원회에서 대상 품목을 정해야 하니 그 과정에서 농가 간, 정부와 농업계의 갈등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까지 따지면
  • [열린세상] 보수가 외면한 보수 정부

    [열린세상] 보수가 외면한 보수 정부

    민심의 평결은 매서웠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에 176석을 몰아준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에는 108석만 허용했다. 집권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새로운미래를 고려하면 반대당 연합의 규모는 192석에 달한다. 반대당 연합은 무제한 토론의 종결 및 신속처리 안건 지정 동의에 필요한 180석을 확보해 국회 의사 운영과 관련한 적극적 의제 통제권을 틀어쥐었다. 집권당은 법률안 재의 의결 및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방지할 수 있는 100석을 넘겨 국회 의사 운영과 관련한 소극적 의제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전 기간에 걸쳐 분점 정부 상태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헌정사 최초의 행정부 수반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0.8% 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번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드러난 5.4% 포인트 득표율 차이의 함의는 심대하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선거 연합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선거 결과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민주당 후보자와 국민의힘 후보자의 득표율 합계가 80%를 넘어
  • [기고] 유럽발 에코의 반격에 대비해야

    [기고] 유럽발 에코의 반격에 대비해야

    기후변화로 인해 환경보호와 소비자 안전이 기업 경영의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보호와 안전에 대한 이니셔티브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에코’(Eco)라는 단어의 개념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의회는 ‘에코디자인 규정안’을 통과시키며 에코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를 확립했다. 에코디자인은 제품 개발 과정과 공급망을 포함한 제품 주기 전반에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는 앞으로 EU 시장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대상 품목이 모든 물리적 상품으로 확대되고 기존 에너지 효율성 외에 내구성, 재사용 가능성, 수리 용이성 등 지속가능성 요건이 크게 강화됐다. 주목할 사항은 ‘디지털 제품여권’의 도입을 명문화했다는 것이다. 규정안은 기업의 정보 제공 의무를 강화해 제품의 지속가능성, 관리지침 등 상세 정보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제품여권에는 환경·노동·탄소배출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저장되고 공개된다. 그 자체로 기업의 ESG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지표
  • [세종로의 아침] 횡재세, 횡포세

    [세종로의 아침] 횡재세, 횡포세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이 22대 국회의 시작과 동시에 다시 횡재세 입법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과 정유사 등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 부과는 21대 국회에서 이중과세 등 위헌 논란으로 정무위에서 주저앉았다. 당시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딱히 보이지 않고, 이번엔 3년 한시적 특별법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횡재세는 은행과 정유사가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을 경우 초과 이익에 대해 추가로 징수하는 ‘초과이윤세’다. 초과 이익이 전쟁, 기근 등 외부 요인에 따른 ‘횡재’의 성격이 짙을 때 징수한다고 해서 횡재세라 부른다.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석유·가스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들 기업이 횡재로 얻은 이익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사회복지 등 분배 정책에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기업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란 점에서 일견 타당한 것도 같다. 하지만 적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 우선 이 세제를 시행 중인 영국과 인도는 석유회사 가운데 원유를 생산(채굴)하는 업체에만 횡재세를
  • [만평] 조기영의 세상터치 2024년 5월 14일
  • 서양 명품도 손내민 ‘K전통문화’… 고부가가치 산업화가 답이다

    서양 명품도 손내민 ‘K전통문화’… 고부가가치 산업화가 답이다

    한국의 전통문화기술이 고유의 특징과 시대를 이끈 기술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함께 보유한 나라답게 제지 기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 전통문화 기술이 서구에 소개된 역사는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전통문화는 일찍이 19세기부터 유럽에 본격 소개돼 새로운 문화사조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반면 우리는 20세기가 저물어 가는 시점에서야 전통문화를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제지 분야에 그칠 수 없다. 섬유, 금속, 목공, 나전 등 공예는 물론 먹거리 분야까지 무궁무진하다. 문화산업 지원 정책이 전통기술 현대화에 집중해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지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이 열리고 있다. 까르띠에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명품 브랜드의 장신구 소장품 전시회다. 그런데 중앙화동재단의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이 까르띠에와 협업하면서 전시장 곳곳에 한국 전통 소재를 배치해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한
  • [씨줄날줄] 유로비전과 전쟁

    [씨줄날줄] 유로비전과 전쟁

    유럽 대륙의 ‘음악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비전은 올해 유난히 시끄러웠다. 가자지구 전쟁의 여파 탓이다. 68회째를 맞은 행사는 ‘아바의 나라’ 스웨덴에서 열렸는데 주말 결승전 무대에 이르기까지 조용한 날이 없었다. 30여개국이 참가하는 ‘국가대항전’이어서 늘 비정치화를 표방하지만 그닥 성공적이진 못했다. 결승전 시청자만 2억명에 달할 정도로 관심과 영향력이 큰 이 대회에 참가한 가수들이 성소수자 지지부터 세계 평화까지 노래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표출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회는 이스라엘에 대한 ‘특별 대접’ 논란으로 더욱 잡음이 컸다. 2년 전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의 참가를 불허했던 주최 측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순순히 무대를 내줘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반(反)유대 정서를 더욱 자극한 건 참가자인 이스라엘 뮤지션 골란이다. 출품곡인 ‘옥토버 레인’에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내용을 담았다. 주최 측의 경고에 ‘허리케인’으로 곡명을 바꾸고 가사도 수정해 결국 결승 무대에 섰다. 골란이 노래하는 동안 경연장 안에서는 야유와 환호가 뒤섞였고, 밖에서는 시위대의 규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로비전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어제오늘 얘기가
  • [길섶에서] K팝 상술

    [길섶에서] K팝 상술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딸이 어린이날 선물로 하이브 보이그룹 ‘투바투’ 앨범을 사 달라고 했을 때 그냥 신곡이 실린 앨범을 얘기하는 줄 알았다. 막상 사 주려고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앨범이 한 장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포토카드(포카)가 다른 앨범이 여러 장이었는데, 그걸 다 사 달란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똑같은 앨범인데 하나만 사라고 했더니 포토카드가 달라서 다 사야 된단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은 앨범인데 중복으로 사야 된다니…. 최근 핫이슈가 된 어도어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의 폭로를 보고 궁금증이 풀렸다. 음반 밀어내기, 랜덤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권 등 나 어릴 적엔 듣도 보도 못한 상술이 판치고 있었다. 보이그룹 세븐틴의 앨범이 일본 도쿄 시부야 길거리에 대량으로 박스째 버려져 있다는 후속 기사를 보니 K팝 산업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 민망하다. 딸애처럼 평범한 소녀팬도 앨범을 여러 장씩 사야 되니 극성 K팝 팬들은 어떨지 가히 짐작이 간다. 황비웅 논설위원
  • [김경민의 강대국 대한민국]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키우는 미국

    [김경민의 강대국 대한민국]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키우는 미국

    지난달 10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일본을 군사대국으로 만들어 미국을 돕게 하면서 중국과 북한 견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50년 가까이 국내총생산(GDP)의 1%로 묶어 놓았던 국방비를 2% 올리는 것으로 화답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 회담이었다. 미일 관계를 지금까지와 다르게 새로운 관계로 강화시키고 심지어는 미사일도 공동개발하자는 데 합의할 만큼 새로운 역사가 씌어지고 있다.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지휘 구조를 일원화해 한 몸이 돼 움직이겠다는 안보정책에 합의했다. 미일의 협력은 군사, 우주, 기후변화, 청정에너지, 인적 교류 등 전방위 분야에서 함께하는 동맹국으로 격상됐다. 일본을 군사강국으로 만들어 함께 작전하려는 미국은 일본을 신뢰하고 일본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정책을 거부한 적이 없는 나라로 신뢰를 키웠다. 거기에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매력적인 나라다. 첨단무기에 필수불가결한 탄소섬유수지 기술도 세계 최고이고 전투기, 로켓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나라이기에 대화와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에 일본인 우주비행사 2 명이 참여하기로 돼 있다. 미국인을 제
  • [사설] 검사 셋 중 둘 사직 공수처, 이대론 정말 안 된다

    [사설] 검사 셋 중 둘 사직 공수처, 이대론 정말 안 된다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 3명 중 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등 심각한 수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검사와 수사관의 만성적 결원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는 대형 사건 수사와 검찰 견제 등 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공수처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수사 인력 충원과 기소범위 조정 등 제도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검사 17명 등 33명이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중도 퇴직했다. 임기를 다 채운 퇴직자는 3명뿐이다. 이로 인해 올해 4월 말 기준 검사 6명 등 10명의 수사 인력이 결원 상태다. 공수처는 검사 정원(25명) 등 수사 인력 자체가 한시적으로 설치되는 주요 특검이나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에도 못 미친다.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한데 그나마 있는 인력마저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공수처는 끊임없는 실적 부진 비판을 받아 왔다. 올 3월까지 접수된 사건 6200여건 중 기소된 것이 3건에 불과하니 그럴 만도 하다. 온갖 무리수로
  •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50년 1200회… ‘고도를 기다리며’

    [김동언의 공연예술 이야기] 50년 1200회… ‘고도를 기다리며’

    한 연출가의 연극 작품 하나가 50여년간 1200회 이상의 공연 기록을 남겼다. 전 세계적으로도 놀라운 이 기록의 주인공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출가 임영웅이 지난 4일 별세했다. 그가 사뮈엘 베케트의 이 작품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은 1969년이다. 이후로 반세기 동안 22만명 이상의 관객과 함께한 임영웅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국 연극계에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소중한 자양분을 공급했다. 1969년 베케트가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슈도 있어서 처음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덕도 있었겠지만, 어렵게 무대에 올린 수많은 연극 작품들이 1회성 공연으로 끝나고 마는 우리나라 연극계의 형편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사례이자 대단한 기록이다. 그의 이 작품은 국내 무대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1989년 한국 최초로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 참가를 시작으로 1990년 베케트의 고향인 더블린 연극제, 1994년 폴란드 비브제제 국립극단, 1999년 도쿄, 2001년 베세토연극제, 2008년 한・아일랜드 수교 25주년 기념 더블린 트리니티대학 베케트센터에서의 초청 공연 등 해외 공연을 통해 ‘세계의 고도’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기념비적인
  • [사설] 초유의 北 ‘사법부 해킹’에 쉬쉬한 법원

    [사설] 초유의 北 ‘사법부 해킹’에 쉬쉬한 법원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법원 전산망을 2년 이상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그제 국가정보원·검찰과 합동수사한 결과 초유의 법원 전산망 해킹으로 1014GB(1TB)의 자료가 유출됐고 내용이 확인된 자료는 개인회생 관련 4.7GB라고 밝혔다. 고화질 동영상 500시간 분량에 해당하는 유출 자료 중 0.5%만 내용이 확인됐다. 사법부가 북한 해킹 세력에 노출된 것도 경악할 일이지만 안일한 대응도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은 지난해 2월 백신에 탑재된 악성코드를 탐지해 차단했다. 이후 포렌식 능력이 없으면서도 자체 대응에 그쳤고 합동수사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인 지난해 12월에야 시작됐다. 그사이 서버에 있던 유출 자료들은 지워졌고 해킹 경로는 확인되지 못했다. 합동조사 결과 해킹은 2021년 1월 7일 이전에 시작됐다. 법원 전산망에는 일반인은 물론 기업과 정부 부처, 금융당국 등 각종 기관에서 낸 수많은 자료가 모여 있다. 유출되면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들이다. 북한이 수천 명의 해커로 무차별 해킹에 나섰음은 전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지난달에는 라자루스 등 해킹 조직 3개팀이 방산업체 10여곳을 최소 1년 6개월간 해킹한 사실이 확인
  • [사설] 천막농성, 25만원 특별법… 개원도 전에 野 ‘위력 정치’

    [사설] 천막농성, 25만원 특별법… 개원도 전에 野 ‘위력 정치’

    22대 국회 개원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자들이 지난 10일부터 국회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초선 당선자 71명 대부분이 농성에 참여 의사를 밝혔고, 매일 이어질 농성에는 하루 10여명씩 참여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채 상병 특검법의 수용을 촉구하며 국회 개원도 하기 전에 장외투쟁부터 나선 것이다. 임기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천막을 치고 길거리 구태정치부터 하겠다니 벌써 기가 꽉 막히는 국민이 많다. 여야 모두에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천막농성인가. 이런 극한 장외투쟁은 여야 대치 정국에서 더이상 원내 타협이 불가능할 때 마지막 카드로 등장해도 눈살이 찌푸려질 구태 중의 구태다. 장외투쟁에 나서더라도 물밑 협상을 이어 가며 원내로 타협을 이끄는 것이 의회정치의 도리일 것이다. 국회의 기본적 작동 원리조차 무시한 채 22대 국회를 장외투쟁으로 열겠다는 민주당 초선들이 과연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대화는커녕 거대 정파의 힘자랑에만 열을 올리니 22대 국회도 구태 선동정치로 난장판이 될까 걱정스럽다.
  • [글로벌 In&Out] 만남 앞둔 한중일… 習만 남았다

    [글로벌 In&Out] 만남 앞둔 한중일… 習만 남았다

    한중일 3국이 오는 26~27일 서울에서 정상회의를 갖고자 최종 조율 중이라고 한다. 성사되면 2019년 12월 중국 쓰촨성 청두 회동 뒤 4년 반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한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 상황에서 3국 간 소통 강화야말로 동북아시아 지역 안정에 필수라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어 회의가 재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며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현상변경 반대’ 언급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을 지켜본 기자는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 기사에 흥분이 느껴졌다. ‘이제 한중 관계가 회복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생겨나서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2008년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시작된 뒤로 해마다 열렸지만, 2020년 이후에는 코로나19 대유행과 3국 관계 악화 등으로 중단됐다. 그사이에 한반도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됐고, 안보 정세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중국은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됐다. 그럼에도 두 나라는 ‘이사할 수 없는’ 이웃이자 좋든 싫든 ‘순망치한’의 관계다.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저성장의 늪에서
  • [데스크 시각] 복지국가를 위한 국민연금 개혁

    [데스크 시각] 복지국가를 위한 국민연금 개혁

    가정의달 5월에 어린이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동물은 무엇일까. 코끼리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다. 하지만 경제 쪽에선 풀기 어려운 과제로 종종 비유된다. 특히 국민연금을 개혁하는 건 코끼리를 옮기는 것만큼 힘들다. 둘 다 덩치가 크고 회색(노년의 머리카락을 떠올리면 된다)인 데다 비둔해서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유명한 ‘코끼리 곡선’ 역시 글로벌 불평등 양상이 워낙 다층적이라 쉽사리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금개혁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은 자명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2년 가까운 활동 끝에 최근 ‘빈손’의 결론을 내린 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할 일이다. 다만 여야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한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얼마나 더 받을지’에 대한 결정만 남아 있어서다. 발언의 진의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더라도 임기 내에 반드시 연금개혁을 성사시키겠다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마냥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개혁의 실천이다. 정부ㆍ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거대 야당 역시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년 뒤 지방선거, 그 이듬해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을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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