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귀의 詩와 視線] 아름다운 비밀
당신이 보는 흙은 그냥 흙이 아니오.
그건 우리 조상들 피의 먼지요,
그분들 살의 먼지요, 뼈의 먼지이니.
우리는 다른 인디언이 그걸 빼앗지
못하도록 싸우고 피 흘리고 죽었고
백인들을 도우며 싸우고 피 흘리고
죽었지요. 만약 당신이 자연의 흙을
찾고자 하면 땅 표면을 파고 아래로
내려가야 할 것이오. 땅의 윗부분은
크로의 것이기 때문에요. 이 땅은
그대로, 내 피요, 내 죽음입니다,
이 땅은 신성하기에 나는 어느 한
부분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1936년, 북미 원주민 크로족의 말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드리니 선생님은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의 마당에는 색색의 꽃들이 가득하다. 올봄에 꽃이 유난히 아름다웠다고. “꽃이 예쁘게 잘 피니까 풀도 예쁘게 무성하더라.” 선생님의 말씀은 그대로 내게 그날의 가르침이 된다. 풀이나 꽃이나 다 같은 대지, 같은 바람, 같은 햇살을 받고 자란다는 것. 뜰에 예쁜 꽃만 피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것. 그렇다고 풀을 그냥 놔둘 수는 없을 것이기에 아마 선생님은 풀도 꽃처럼 다정하게 보시면서 쪼그리고 앉아 풀을 솎아내고 계실 것이다.
풀과 꽃이 알록달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