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어린이집’ 행정처분 시점 제각각…법 허술

‘폭행 어린이집’ 행정처분 시점 제각각…법 허술

입력 2015-01-22 09:38
수정 2015-01-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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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육법에 처분 시점 불명확…지자체마다 달리 해석

최근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행위가 잇따라 드러나는 가운데 사건 발생 이후 지자체의 행정처분 시점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일고 있다.

관련 법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여론을 의식한 일부 지자체는 즉각 행정처분에 돌입한 반면 다른 지자체는 가해 보육교사의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처분을 미루고 있다.

22일 인천지역 지자체에 따르면 연수구는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가 네 살배기를 때린 ‘송도 어린이집 사건’이 알려진 이후 이틀 만인 지난 15일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운영정지 처분을 내렸다.

구는 앞서 같은 날 운영 정지하겠다며 청문 절차에 응하라고 어린이집에 사전 통지했지만, 답변이 없자 당일 즉각적으로 운영 정지하고 원장과 가해 보육교사의 자격도 정지했다.

다음 날 이 어린이집 원장의 요청에 따라 시설폐쇄 조치까지 했다.

부평구도 이른바 ‘주먹 폭행 사건’이 일어난 어린이집에 대해 지난 19일 시설폐쇄를 통보하고 청문 절차를 통지했다.

또 같은 날 해당 어린이집 원장과 가해 보육교사에 대해서도 자격정지 청문 통보를 했다.

지자체는 영유아보육법 제45조 4호 및 시행규칙 38조에 따라 아동 학대 사건이 일어난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1년 이내의 운영정지나 시설폐쇄 처분을 할 수 있다.

또 같은 법 46∼48조에 따르면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의 자격을 정지하거나 자격취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지자체와 달리 관내 어린이집에서 ‘원아 패대기 사건’이 일어난 남동구는 가해 보육교사나 원장이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며 한달 넘게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남동구의 행정처분이 늦어지자 해당 온라인상에서는 어린이집 원장의 과거 경력과 이 원장 남편의 지방의원 선거 출마 전력 등을 거론하며 ‘구청이 봐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이 원장은 몇 년 전 인천시보육시설협의회 지회장과 민간어린이집연합회 간부를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구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구청은 빨리빨리 진행하는데 왜 남동구만 행정처분을 하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가 계속 와 업무를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판결에서 뒤집어 질 수도 있고 학대 행위가 맞는지 지자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어서 행정 처분을 못 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확정 판결)가 나오면 바로 행정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행정처분 시점이 제각각인 이유는 영유아보육법에 처분 돌입 시점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 45조 4항에는 아동 매매, 성적 학대, 신체적 손상이나 학대 등 금지행위를 한 경우에 운영정지나 시설폐쇄를 할 수 있다고만 돼 있지 언제부터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같은 이유로 행정처분 전 청문 절차도 지자체 별로 다르다.

부평구는 청문하는 날로부터 10일 전에 당사자에게 통보를 해야 한다고 규정된 행정절차법 21조를 따르고 있지만, 연수구는 행정절차법상 ‘10일’을 기다리지 않고 당일 곧바로 해당 어린이집 운영정지와 원장·가해 보육교사의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내 놓은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도 ‘한 번이라도 학대행위가 일어난 어린이집은 즉각 폐쇄한다’고 했을 뿐 폐쇄 처분 시점은 불명확하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나 시점이 관련법에는 없어 해석의 여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최근 여론을 의식해 빨리 행정처분을 한 지자체가 있는 반면 신중하게 판결을 보고 하겠다는 곳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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