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14일 서울개최’ 보도…정부, 공식반응 자제
중학교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를 통한 일본의 독도 도발이 이어지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안보대화와 관련해 애써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5일 한일 양국이 안보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정책협의회를 이달 말 개최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6일에는 서울에서 14일 개최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까지 못박아 보도했다.
한일 안보정책협의회는 양국 외교·국방 국장급 인사가 대표를 맡은 ‘2+2’ 형식의 협의체다. 지난 1998년부터 양국의 방위정책, 북한 문제 등을 정기적으로 논의해오다 양국관계가 악화되면서 2009년 12월을 끝으로 중단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7일 일본 언론의 이런 보도에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정부의 침묵은 일본의 잇따른 독도 도발에 따른 한일관계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도발과 별개로 안보 등 상호 호혜적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은 투트랙으로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안보정책협의회 개최를 공식 발표하기에는 ‘때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전날 한국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은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2015년판 ‘외교청서(외교백서격)’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거 행정문서, 신문기사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여름까지 일문 및 영문으로 정부 홈페이지에 싣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전날 일본의 교과서 검정에 대해 규탄 성명 발표와 함께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강력하고 엄중히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날도 일본의 외교청서와 관련,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 발표와 함께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가나스키 겐지(金杉憲治)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를 매개로 우리 정부가 당장 일본과 안보정책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일본의 독도도발 파장이 좀 가라앉은 다음에 안보정책협의회 개최 사실을 발표하거나 일본 언론 보도보다 협의회 개최 날짜가 다소 늦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언론의 보도를 확인해주기는 어렵다”면서도 “그 어간에 열릴 수도 있고, 최근 분위기가 있으니 며칠 연기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에 대한 질문에 “개최를 추진 중”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 일자에 대해 합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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