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사·대한민국 발전상 부각 등 ‘긍정적 역사관’ 초점
정부가 2017학년도부터 중·고교 역사 교과서 발행체계를 국정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3일 확정함에 따라 교과서 편찬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렸다.새로 개발되는 역사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보급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1년이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다음 달 중순 집필진 및 교과용 도서 편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10∼11월께 완성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완성본은 웹 전시를 통해 대중에 공개되며 의견 수렴 및 수정·보완 절차를 거쳐 2017년 3월 일선 학교에 보급된다.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은 교과서의 전체적인 틀을 제시하는 집필기준을 확정하는 것이다. 국편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오는 4일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단일 교과서의 집필기준은 지난 9월 국편이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역사과 편찬준거 시안’을 수정·보완한 내용이 될 전망이다.
앞서 국편 관계자는 “국정화가 된다고 해서 시안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다만 당시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수렴해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당국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과 시안을 토대로 예상한 단일 교과서는 주변국의 역사 왜곡 시도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한다.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로 왜곡하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대응한 상고사·고대사 부분 강화가 대표적이다.
시안은 “고구려와 수, 고구려와 당의 전쟁을 당시 동아시아 국제 정세의 변동과 관련해 그 배경과 전개 과정, 의의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다”고 밝혀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 아닌 우리 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대학 총장 등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고구려사를 콕 집어 강조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선조에 대한 자긍심과 긍정적인 역사관을 가르쳐줄 수 있는 교과서가 국정화의 주요한 목적인 만큼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사나 해방 후 대한민국이 이룬 발전상에 관한 서술도 충분히 담긴다.
황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새 교과서는 선조의 빛나는 항일운동의 성과를 제대로 전달하는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은 민주화·산업화에 성공한 보기 드문 나라”라면서 “그 과정에서 겪은 성과와 한계를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당당하게 저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일 교과서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현대사 비중이 크게 줄어 특정 쟁점을 부각하다 보면 다른 부분의 서술이 부실해질 우려도 있다.
지난 9월 공청회에서는 “현대사 분량이 심하게 줄어든 탓에 핵심적인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특히 제주 4·3 사건과 한국전쟁 기간 민간인 희생 등 전쟁의 피해와 폭력에 대한 내용이 사라진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과 관련된 서술은 기존보다 강화된 세세한 집필기준이 나온 상태이나 이 부분이 교과서 편향 논란의 주된 이유가 된 만큼 더 강화될 수도 있다.
특히 천안함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된 기술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시안은 “북한의 3대 세습, 핵 문제, 군사 도발(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등 최근 북한의 동향에 대해 유의한다”고 규정했다. 북한 자료를 인용할 때는 “체제 선전용 자료 사용에 유의”하도록 당부했다.
‘뜨거운 감자’인 건국절을 두고는 정확한 집필기준이 나올지 미지수다.
시안에서는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고만 집필기준을 정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현행 교과서의 대표적인 왜곡 사례로 건국절을 언급했다.
황 총리는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으로 기술된 교과서가 있다”며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북한은 ‘정권수립’도 아닌 ‘국가수립’으로, 건국의 의미를 크게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리가 인용한 것은 현재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적시하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이 부분과 관련해선 전문가 간, 또 국민과의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