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용 집필진 별도 구성할 수도”…학계서는 잇단 불참 선언
2017학년도부터 국정으로 전환되는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개발 업무를 맡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집필진 구성 작업에 들어갔다.국편 관계자는 14일 “다음 달 국정 전환이 확정되는 대로 집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집필할만한 역량이 있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편 관계자는 다만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누구를 만났고 어떤 의견을 들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현재 참여 가능성이 있는 필진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학부 교수 등이다.
권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집필진으로 참여할지를 두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고 할 말이 없다”면서도 “초빙 제안이 온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편은 오는 11월 5일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골자로 하는 ‘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이 고시되면 집필진 공개모집도 공고할 예정이다.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두 종류를 개발해야 하는 만큼 집필진이 두 그룹으로 구성될 수 있다.
국편 관계자는 “교과서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집필진이 두 종을 개발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별도의 집필진을 각각 꾸려야 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편이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만든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는 검정 교과서 집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지만, 국정이라고 해서 굳이 다른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편은 시안에서 역사 교과서 내 일본군 위안부나 동북공정 문제를 상세히 서술하도록 한 반면, 현대사 비중은 크게 줄였다. 제주 4·3사건과 6·25전쟁 중 민간인 희생과 같은 전쟁의 피해와 폭력에 관한 내용도 뺐다.
국편 관계자는 “집필기준이 이미 만들어졌고 새로 만들 이유도 시간도 없다”면서 “국정 교과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집필진과는 별개로 조직 내 교과서 개발 업무를 지원할 전담팀도 만든다.
국편에는 44명의 연구관·연구사가 있으며 대부분 역사 관련 박사학위 소지자다.
전담팀은 국편 내 인력 중에서 중·고교팀 4명씩 8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교과서 집필에 필요한 자료 수집, 집필 원고 검토 등의 지원 업무 및 행정 절차를 담당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학계에서는 새로운 교과서 집필에 불참하겠다는 성명이 이어져 집필진 구성에 난항을 예고했다.
연세대 사학과 교수 13명은 지난 13일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제의가 오리라 생각지도 않지만, 향후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어떤 형태로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희대 사학과와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일동도 집필진 불참을 선언했다.
한 사학과 교수는 “대학별로 성명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집필진 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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