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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삼성전자의 인텔 ‘추월’/최용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삼성전자의 인텔 ‘추월’/최용규 논설위원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린다. TV와 컴퓨터, 휴대전화 등 완제품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말이다. 반도체는 IT 제품의 두뇌와 같다. 외관(디자인)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를 지배하는 자가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키를 쥐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수십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인텔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올해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액은 149억 4000만 달러(약 16조 9000억원)로 인텔의 매출액(144억 달러)을 처음으로 앞지를 것이라고 지난 2일 밝혔다. IC인사이츠의 이 같은 전망은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현재 슈퍼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에 서너 달 뒤면 사실로 드러날 것이다.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연간 기준으로도 인텔을 넘어설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인텔 추월은 그 자체가 반도체 업계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인텔은 아이오와 벌링턴 출신의 천재 로버트 노이스(9
  • [씨줄날줄] 세비 반납할 의원 28명/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비 반납할 의원 28명/박건승 논설위원

    “국민 여러분, 이 광고를 1년 동안 보관해 주세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한 중앙 일간지의 전면광고는 이렇게 시작했다.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48명 명의의 이른바 ‘대한민국과의 계약’이란 광고다. “우리는 본 계약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회복하고 뛰는 국회, 헌신하는 국회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한 5대 개혁 과제를 당장 시작하여 1년 안에 법안 발의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간 좀체 보기 어려웠던 ‘용기 있는’ 광고였다. 내용과 형식이 진취적이었다. 1년 뒤를 공개적으로 담보해 의원직에 도전하겠다니 가상했다. 그 계약이 1년 뒤 어떻게 돼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발동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 광고를 버리지 않고 한 해 넘게 보관했다. 서명한 의원 후보들 면면도 범상치 않았다. 대표 서명자인 김무성 당시 대표 최고위원 겸 선대위 공동위원장, 원유철 원내 대표, 현 정부 최대 실세로 꼽혔던 최경환 의원, 총선공약개발단 자문위원장인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이들과 함께 당선한 인사만 해도 28명이나 된다. 이들은 ‘갑을개혁’과 상속자의 나라에서 혁신가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일자리 규제개혁
  • [씨줄날줄] 트럼프와 백악관 기자단 만찬/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트럼프와 백악관 기자단 만찬/최광숙 논설위원

    2016년 4월 임기 중 마지막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 연설에서 보여 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영락없는 개그맨이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해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고 걱정한다죠? 하지만 트럼프는 수년 동안 숱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매년 봄 주최하는 만찬은 미 정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 중 하나다. 하이라이트는 대통령의 연설이다. 대통령은 유머와 풍자가 넘치는 연설로 언론과의 소통에 적극 나선다. 때로는 대통령 스스로 ‘셀프 디스’로 망가지면서까지 웃음을 선사한다. 이 만찬은 대통령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날 선 기자들이 이날 하루만이라도 ‘친구’로 지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1921년 캘빈 클리지 전 대통령이 처음 만찬에 참석한 이래 지금은 정치인과 언론인, 할리우드 배우 등 각계 저명 인사까지 참석하는 전통 있는 행사가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2차대전 기간 동안 다른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WHCA 만찬만은 참석했다. 백인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여기자들의 참석을 허
  • [씨줄날줄] 사드와 美 ‘군산정 복합체’/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드와 美 ‘군산정 복합체’/오일만 논설위원

    군산(軍産)복합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퇴임 연설에서다. 그는 “지금 미국은 방대한 군사체계와 군수산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군산복합체란 방위산업 성장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세력으로 국방부, 군수업체, 과학·공학자 등이 포함된다. 미·소 화해를 추진했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배후에 군산복합체가 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50여년이 지나면서 군산복합체는 미 정치권까지 포함해 ‘군산정(軍産政)복합체’로 진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50개주(州) 중 48개주에 방산업체 공장들이 퍼져 있다. 록히드마틴이나 보잉사 등 대표적 방위산업체들이 의도적으로 분산 배치한 것이다. 최대 고객인 미 국방부의 무기 구입 시 의회 승인이 필요한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미 정치자금 공개단체인 오픈시크릿닷컴에 따르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2015년의 경우 총 535명의 상·하원 의원중 425명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국제적으로 무기 시장은 냉전 이후 최대 호황이다. 지역내 갈등과 전쟁으로 돈을 보는 구조 탓이다. 미국의 ‘테러 전쟁’ 이
  • [씨줄날줄] 의문의 北 난수 방송/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의문의 北 난수 방송/황성기 논설위원

    1970년대 단파 방송이 잡히던 라디오가 집에 한 대씩은 있던 시절 섬뜩한 말투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숫자를 읽어 내려가는 북한 방송을 들었던 사람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남파 간첩 혹은 남에 뿌리내린 고정 간첩들에게 보내는 암호화한 지령이라는 사실쯤은 당시의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들어선 안 된다”는 어른들의 훈계에도 우연히 잡힌 난수 방송을 몰래 듣다 보면 왠지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죄책감이 든 것은 박정희 시대 반공교육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 기초 복습 과제를 알려드리겠다. 823페이지 69번, 467페이지 92번, 957페이지 100번….” 어제 오전 1시 15분 지령용으로 추정되는 난수(亂數) 방송 내용이다. 북한 평양방송이 송출한 것으로 아나운서가 6분을 들여 같은 내용을 두 번 읽었다. 이날 방송은 지난 14일 것과 같은데 동일한 내용을 두 차례 내보낸 전례가 있다. 북한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난수 방송을 중단했으나 16년 만인 지난해 6월 24일 재개했다. 올 들어 14번째, 지난해까지 합치면 총 34차례 난수 방송을 내보냈다. 북한이 왜 난수 방송
  • [씨줄날줄] 北의 인질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北의 인질 외교/최광숙 논설위원

    2009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 길에 오르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에게 신신당부한 것은 “웃지 마세요”였다. 당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을 구출하라는 특별 임무를 받은 빌이 웃겨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게 힐러리의 판단이었다. 빌은 웃지 않는 ‘기술’을 열심히 연습했다. 실제로 평양 체류 동안 찍힌 빌의 사진은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고 무표정하게 굳어 있다. 그의 뛰어난 말솜씨도, 부드러운 미소도 철저하게 억누른 모습이었다. 이런 계산된 행동 끝에 김정일과의 면담 후 그는 여기자들을 구출했다. 북한은 불리한 정세를 모면하기 위해 외국인을 붙잡아 협상 카드로 이용하는 ‘인질 외교’를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3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와의 갈등이 극에 이르자 북은 말레이 국민 9명을 인질로 삼았다. 북에 강경한 태도이던 말레이 정부도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보니 결국 북의 요구대로 김정남 시신을 북에 보냈다. 특히 북한은 미국과 초강경 대치 국면일 때 미국인들을 억류해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꼼수를 부린다. 북한은 지난 2013년에도 2년여간 북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를 내세워 미국과
  • [씨줄날줄] 용산 수복

    [씨줄날줄] 용산 수복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에 들어가 ‘용산’을 치면 순종(재위 1907~1910) 시대에 특히 많은 항목이 검색된다. 순종이 직접 조선총독 관저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하거나, 일본군사령부와 헌병사령부, 그리고 연병장 행사에 금일봉을 보낸 내용이다. 일본 거류민을 위한 소방조(消防條)에 술안주값을 보낸 기록도 남아 있다. 총독 관저라면 한강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용산 언덕 위에 있던 저택을 말한다. 일본군사령관 관저로 1909년 지었으나, 이듬해 조선총독의 제2 관저로 용도가 변경됐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화려한 서양식 건물이었지만,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연회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서해안 지역의 물산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서강에 집결했다면, 경상도와 강원도, 충청도 동부, 경기도 동북부의 물산은 남한강을 타고 내려와 용산에 모였다. 조선왕조는 초기부터 조운선이 실어온 세곡(稅穀)과 군량을 비롯한 군수물자를 보관하는 군자감(軍資監)의 분관인 강감(江監)을 오늘날의 원효로 3가에 설치했다. 군자감고(庫)는 임진왜란 당시 일대에 진을 치고 있던 왜군이 물러간 이후에도 4만~5만섬의 곡식이 남아 있었을 만큼 규모가 컸다고 한다. 용산은 도성이 지척인 데
  • [씨줄날줄] 인터넷 로또 복권/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터넷 로또 복권/박건승 논설위원

    좀처럼 잡기 어려운 기회를 뜻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를 굳이 확률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학계에선 10의 47제곱분의1 정도로 추정한다. 예로부터 중국에선 큰 수의 단위를 ‘억, 조, 경, 해, 자, 양, 구, 간, 정, 재(載)’로 분류했다. 재는 가장 큰 수의 단위로 10의 44제곱쯤 된다고 한다. 천재(千載)는 재에 1000을 곱한 것이니 10의 47제곱이 된다는 것이다.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로또 복권 1등 당첨 확률보다 훨씬 낮다. 로또 1등 행운의 확률은 814만 5060분의1, 2등 확률은 135만 7500분의1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한 사람이 번개 맞을 확률은 100만분의1.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 8배 높다. 우리나라 복권의 효시를 계(契) 문화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산통계(算筒契)다. 산통은 숫자를 계산하기 위해 만든 막대기를 담았던 수통(數筒)으로 구한 말까지 쓰였다. 산통계는 통속에 계원 이름을 적은 알을 계원 수대로 넣은 뒤 통을 돌리다가 나오는 알의 주인이 당첨되면 곗돈에 일정한 할증금을 받는 방식이다. ‘산통 깨다’는 산통계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복권에 열광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한탕’에
  • [씨줄날줄] 서울 길거리 농구 대회/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서울 길거리 농구 대회/서동철 논설위원

    농구는 1891년 미국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의 YMCA 체육학교에서 캐나다 출신 교사 제임스 네이스미스가 창안한 것으로 스포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야구는 13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을 바탕으로 18세기 미국에서 이민자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오늘날과 같은 경기장 규격과 경기 규칙은 19세기 중엽 완성되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농구 코트의 규격은 15m×28m이다. 반면 야구 경기장은 훨씬 넓어야 한다. 잠실운동장 야구장이 홈에서 중앙 펜스까지 120m, 양측면까지가 각 100m이니 농구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면 어느 나라보다 활용 가능한 땅이 많은 미국이지만, 대도시는 어느 나라보다 땅값이 비싼 것이 또한 미국이다. 농구와 야구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다. 왕년의 명(名)야구해설가가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구하러 가자”고 하면 미국 어린이들은 배트와 공을 들고 나서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글러브와 공을 들고 나선다고?. 어린 시절 동네에서 야구 배트를 휘두르다 남의 집 유리창을 깬 적도 있으니 수긍할 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미국 어린이라도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살고
  • [씨줄날줄] 전설의 고려버거/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설의 고려버거/최광숙 논설위원

    영화 ‘파운더’는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록의 성공 신화를 다룬다. 보고 나면 씁쓸하다. 재주는 곰(맥도날드 형제)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크록)이 크게 벌었으니 말이다. 1954년 보잘것없던 미국의 세일즈맨 크록이 우연히 맥도날드 형제의 가게에서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친다. 성실하고 정직한 맥도날드 형제는 품질 관리를 위해 가게 한 곳에만 매달렸지만 크록은 그들을 설득해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냈다. 그 후 그는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아이디어와 상표권을 헐값에 사들여 오늘의 맥도날드 왕국으로 키웠다. 햄버거는 콜라와 함께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세계 4위 부자이지만 ‘6살 식성’을 지닌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아침 식사 메뉴도 햄버거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을 땐 특별히 베이컨과 치즈 비스킷이 들어간 3.17달러짜리 햄버거를, 일이 잘 안 풀리는 날에 소시지만 들어간 2.61달러짜리 햄버거를 먹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햄버거를 달고 살아 의사로부터 햄버거 금지령을 받았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햄버거 사랑으로 유명하다. 2009년 북한 최초로 햄버거 가게 ‘삼태성’(三台星·
  • [씨줄날줄] 북한이탈주민의 고뇌/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북한이탈주민의 고뇌/황성기 논설위원

    지금은 북한이탈주민이 공식적인 명칭이지만 여전히 탈북자, 새터민 같은 과거의 용어가 우리 사회에 뒤섞여 쓰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이란 북한을 벗어나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법률 용어이기도 하다. 통일부의 올해 3월 말 기준 자료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은 남성 8848명, 여성 2만 1642명으로 총 3만 490명이 한국에 들어왔다. 2005년 이후 탈북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2년부터는 한 해 1500여명선으로 줄어들어 작년에는 1418명이 남한에 왔다. 북한이탈주민이란 명칭 변천은 남북 관계의 역사와 밀접하다. 1960년대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월남 귀순자’란 이름으로 불렀다. 법으로 국가유공자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원호대상자로 우대하며 체계적인 지원도 시작했다. 동서 냉전과 남북 대치가 극에 이르렀던 1979년에는 월남귀순용사 특별보상법을 만들어 사선을 넘어 자유민주주의를 택한 ‘귀순용사’로 불렀다. 냉전이 끝난 1993년에는 귀순북한동포보호법을 제정했는데, 귀순자를 국가유공자에서 생활능력이 결여된 생활보호대상자로 격하했다. 정착금을 비롯한 지원도 크게 줄였다. 19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탈북
  • [씨줄날줄] 장애인 참정권/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장애인 참정권/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다시 들렸다. “장애인도 국민이다.” “장애인은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다.” 선거 때엔 여느 때와 다르게 다가오는 외침이다. 투표는 국민으로서 정당한 권리이지만 장애인들이 행사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현실과 괴리가 꽤 큰 탓이다. 헌법 제13조 제2항엔 ‘모든 국민은 참정권을 제한받지 아니 한다’, 제24조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연히 헌법 제1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대전제 아래서다. 공직선거법 제6조에는 ‘노인·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선거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필요한 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유권자들을 위한 투표권과 이동권은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13 총선 당시 투표소가 1층이 아닌 지하나 지상 2층 이상에 설치된 곳이 573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도 16.5%나 됐다. 관련 법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장애인들에게는 절망에 가까운 높디높은 문턱이 아닐 수 없다. ‘2017 대선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최근 촉구한 “참정권 확보를
  • [씨줄날줄] 계층 사다리/최용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계층 사다리/최용규 논설위원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을까. 최근 서울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의 ‘계층 상승 사다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답은 ‘노’(NO)다. 10명 중 8명 이상(83.4%)이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간신히 빠져나왔으나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2010년대 초와 비교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 한국의 사회조사’를 보면 “나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10명 중 3명(28.8%)에 불과했다. 희망 잃은 ‘잿빛 사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다리는 기회와 희망의 상징어다. 계층 사다리는 이동이 속성이며 그 자체가 꿈이요, 희망이다. 그런데 여전히 ‘헬조선’의 음습한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흙수저는 영원히 흙수저, 금수저는 영원한 금수저라는 자조(自嘲) 섞인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계층 이동이나 신분 상승이 가로막힌 나라에서는 밝은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끊어진 지 오래인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특혜와 반칙을 제거하는 첩경이다
  • [씨줄날줄] 21세기 술탄/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21세기 술탄/이동구 논설위원

    종교와 왕권의 대립은 세계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유럽의 역사는 로마 교황과 인근 국가의 왕들 사이에 벌어진 권력 다툼을 다수 간직하고 있다. ‘카노사의 굴욕’ 사건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 권력에 독일의 왕이 무릎을 꿇었다면, ‘아비뇽 유수’, ‘영국의 수장령’ 등은 교회 권력에 대항하며 왕권을 키워 나간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터키와 이집트 등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종교 권력과 왕권이 분리되긴 했으나 기독교 문화권과 달리 치열한 갈등은 없었던 듯하다. 칼리프가 이슬람 공동체의 정치·사회·종교 등 모든 것을 관장하는 지위였다면 술탄은 정치·사회적인 세속적인 부문만을 다스렸다. 칼리프가 중세 교황의 권위를 가졌다면 술탄은 황제나 왕들과 비슷한 지위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터키를 중심으로 한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후기에는 칼리프와 술탄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사실상 술탄이 통치자로 군림하게 됐다고 한다. 터키의 역사 도시 이스탄불에 남아 있는 성소피아 성당을 비롯해 돌마바흐체 궁전 등 몇몇 유적들은 술탄들이 누렸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톱카프 궁전은 터키의 최고 번영기였던 오스만 제국의 지도자 술탄들이 머물던 곳이다. 약 380
  • [씨줄날줄] 정치인의 수감생활/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치인의 수감생활/최광숙 논설위원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히면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극단적 환경에서는 인간의 이성보다는 욕망이 먼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타계한 신영복 교수가 여름 징역살이를 형벌 중의 형벌이라고 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신 교수는 자신의 옥중 서신을 담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모로 누어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에서 옆 사람은 단지 37도의 열덩이로만 느끼게 한다”며 감방 동료를 미워하게 될까 봐 마음을 추슬렀단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4년간 시베리아에서 징역살이를 했다. 그는 동생 안드레이에게 “그 기간은 1분 1초가 영혼을 돌로 압박하는 듯한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감옥 담장 밖 세상에서 큰소리치던 정치인들에게 이런 특수한 환경은 더욱 힘들 것이다. 하지만 ‘국립대학’이라는 말이 있듯이 교도소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으며 의미 있게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열 달 동안 징역을 산 정두언 전 의원은 하루 세끼마다 예배를 드리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신앙심 깊은 ‘국립기도원’ 생활을 통해 과거에 잘못한 일들이 떠
  • [씨줄날줄] 반려동물과 대선/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려동물과 대선/황성기 논설위원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전 미국 대통령의 애완견 ‘팔라’(스코티시테리어종)사랑은 유명하다. 1944년 9월 23일 루스벨트는 ‘미국 트럭운전사 조합’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30분간의 연설 후반부를 공화당 반격에 할애한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나와 아내, 아이들에 대한 공격만으로는 부족한 듯하다. 그들은 조그만 개 팔라까지 공격한다. 나와 가족에 대한 공격은 참을 수 있지만 스코틀랜드 출신의 순수한 팔라를 비방·중상하는 데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공화당은 루스벨트의 4선을 저지하려고 온갖 정치 공세를 벌였는데, 팔라에 관한 것도 있었다. 루스벨트가 깜빡하고 알류샨열도에 두고 온 팔라를 수색하는 데 구축함을 동원했고, 국민의 혈세 1200만 달러를 썼다는 내용이다. 가짜 뉴스였다. “팔라의 스코틀랜드 혼이 격노했다”는 루스벨트의 연설은 미국 전역에 중계방송됐다. 유권자들은 크게 웃었고 그의 지지도도 올랐다. 루스벨트는 미 대선 사상 유례없는 4선을 달성한다. 세계 지도자들의 반려동물, 특히 애완견 사랑은 각별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마리의 개와 수풀에서 뒹구는 사진이 몇 차례 공개됐다. 그는 2007년 앙겔라 메르켈
  • [씨줄날줄] 증도가자보다 중요한 것/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증도가자보다 중요한 것/서동철 논설위원

    충북 청주는 잘 알려진 것처럼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의 고향이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 줄여서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됐다. ‘직지’는 두 권으로 이루어졌지만 상권은 전하지 않고, 하권만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다. 세계 금속활자의 중심지답게 청주에는 고인쇄박물관이 있다. 전시실에는 당연히 ‘직지’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직지’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고인쇄박물관의 ‘직지와 흥덕사실(室)’에는 복원한 금속활자와 활자판, 그리고 ‘직지’의 영인본이 있다. 증도가자(證道歌字)도 만날 수 있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찍어낸 금속활자다. 당나라 승려 현각이 남종선(南宗禪)의 개창자인 육조 혜능으로부터 깨우친 도(道)의 경지를 설파한 ‘증도가’의 구절을 송나라의 남명 법천 선사가 해설한 책이다. 초간본이 1076년 중국에서 간행됐는데, 고려는 이 책을 수입해 금속활자로 찍어냈다. 하지만 이 금속활자본은 활자도, 책도 전하지 않아 누가·언제·어디에서 찍어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1239년 목판으로 다시 새긴 번각본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
  • [씨줄날줄] ‘김영란법’ 피하기/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김영란법’ 피하기/최광숙 논설위원

    지난 2월 한 중앙부처 장관과 한 기관장이 서울 광화문의 한 일식집에서 오찬을 했다. 간단한 일식 코스를 시켰다. 1인당 가격이 ‘김영란법’ 허용 범위인 3만원을 넘었다. 고민할 것 없이 식사값은 당연히 각자의 카드로 계산했다. 한 정부출연연구원장은 친구들 사이에 ‘왕따’가 됐다고 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친구들이 자신만 빼고 골프를 하러 간단다. “내 골프 비용은 내가 낸다” 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공직자와 골프를 하다 구설에 오르기 싫다”는 게 이유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접대 문화, 선물 문화 등만 봐도 전과 달리 ‘클린 사회’로 향하는 분위기다. 과거 이런저런 청탁에 시달리던 권세가들도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무섭다고 청탁과 접대의 수요와 공급마저 사라지지는 않는 법. 기업에서는 막힌 규제를 뚫어야 하고, 민원이 절박한 이는 해결사를 찾아야 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김영란법을 피해 가려는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 골프 접대의 경우 그린피와 식사 비용 등 일체를 접대하는 측에서 부담했지만 이제는 접대할 사람에게 미리 현금을 주고 각자 계산을 하도록 한다. 또 내기 골프를 통해 각자 골프 비용을 충분히
  • [씨줄날줄] 14세 테슬라의 질주/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14세 테슬라의 질주/박홍기 수석논설위원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모터스는 지난해 3월 31일(현지시간) 모델3 블루스타를 전격 공개했다.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는 356㎞로 기존 전기차의 두 배에 달했다. 가격은 3만 5000달러대로 8년 전 출시한 모델S에 비해 2만 5000달러나 낮췄다. 디자인도 파격적이었다. 앞 유리에서 지붕, 뒤 유리에 이르기까지 강화유리로 덮었다. 3일 만에 27만 6000대가 예약 판매됐다. 열광적이었다. 전기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테슬라는 2003년 기업가이자 발명가인 일론 머스크와 엔지니어 마틴 에버하드, 마크 타페닝 등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팰로알토에 설립한 자동차 전문회사다. 회사 명칭은 전기공학자 겸 물리학자인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이름에서 땄다. 2006년 전기 스포츠카인 로드스타를 시작으로 2012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모델X, 2016년 프리미엄 세단 모델S를 내놓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머스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캐나다계 미국인이다. 억만장자이자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괴짜 천재인 까닭에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우주여행 벤처기업인 스페이
  • [씨줄날줄]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서동철 논설위원

    우리말 ‘배달’이 몽골어 ‘바타르’(bataar)와 깊은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는 학설이 있다. 바타르라면 낯선 단어가 아니다. 몽골의 수도가 바로 울란바타르(울란바토르)다. 울란바타르는 ‘붉은 영웅’을 뜻한다고 한다. 바타르는 곧 영웅이다.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는 70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이다. ‘놀라게 하는 도마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0~12m의 키에 몸무게는 5~6t이었다. 몽골과 옛 소련 탐사팀이 고비사막에서 화석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학명에 바타르를 넣은 것은 몽골 땅에서 몽골인이 참여해 찾았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타르보사우루스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그림책으로도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타르보사우루스의 화석은 지금까지 몽골과 주변에서만 발견됐다. 한반도에서도 살았는지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타르보사우루스는 공룡의 대명사 티라노사우루스의 직전 시대를 살았던 공룡이라고 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아시아에서 발견된 육식 공룡 중 가장 크다. 타르보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조금 작다고 하지만, 종이 다른지는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 ‘폭군 도마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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