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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표절,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표절,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문소영 논설위원

    진영논리 탓에 내로남불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일관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은 곤란하다. 지난 19일 국민대 교수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 표절 여부를 재검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국민대 교수회 회원들의 재검증 반대가 61.5%였다. 홍성걸 교수회장은 “국민대의 명예를 존중하고 학문적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집합적 결정을 우리 모두 존중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집단적 사고와 집단지성은 정반대의 의미인데, 홍 교수회장의 발언은 무의식적으로 결과의 의미를 설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표절 진단 프로그램을 돌리면 40%가 표절로 나온 박사논문이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민대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 앞으로 국민대는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률이 40%가 돼도 논문을 통과시킬 것인가. 이번 결정이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례가 아니라면, 앞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는 이들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마땅하다. 김 여사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1999년 숙명여대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 역시 표절 의혹 시비가
  • [서울광장] 신냉전 전환기 속의 한중 관계/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신냉전 전환기 속의 한중 관계/오일만 논설위원

    오는 24일로 한중이 수교 30주년이란 뜻깊은 날을 맞게 되지만 양국 관계는 최악의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 6·25 전쟁이란 상처를 보듬고 40년 만에 수교의 돌파구를 마련한 양국으로선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수교 당시 한국은 장기적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 조성이란 ‘북방외교’의 연장선상에서 중국과의 수교를 추진했다. 북한의 유일한 혈맹인 중국과의 수교가 한반도 냉전 해체와 남북 통일의 초석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개혁·개방 정책에 나선 중국 역시 남한과의 수교가 한반도의 안정에 도움이 되고 경제 제일주의 원칙에 부합하기에 손을 맞잡았다. 수교 30년을 맞는 양국 관계는 다층·복합적 함수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 역사적으로 주도적 지위를 고수하려는 중국의 대국주의가 깔려 있고, 한미 군사동맹과 미중 패권경쟁과 맞물리는 묘한 구조가 형성됐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중, 러일까지 가세해 해법 도출 자체가 어렵다. 과거 마늘파동 등 한중 관계가 휘청일 때마다 등장했던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으로는 풀릴 수 없는 위기다. 더 걱정되는 것은 양국 갈등이 비정치적 분야로 확산되는 현실이다. 올해 처음으로 우리 국민의 대중 부정적 인식이 80%(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
  • [서울광장]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또 다른 방법/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또 다른 방법/서동철 논설위원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 말이 많아지곤 한다. 그런데 ‘한산-용의출현’을 보고는 굳이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비평적 시선을 가질 것도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TV리모컨을 돌리다 우연히 나오면 끝까지 보게 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그런 영화다. ‘한산’이 세계적으로 흥행한다거나 국제영화제에 나가 상을 받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 영화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산’의 역사적 고증을 문제 삼는 기사도 있었지만,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로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왜군의 서진(西進)을 육지와 바다에서 각각 막아 낸 웅치전투와 한산대첩을 연관시킨 스토리는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진안과 전주를 잇는 웅치에서 벌어진 전투는 7월 7일, 견내량에서 펼쳐진 한산대첩은 7월 8일이다. 물론 견내량과 웅치가 그리 가깝지는 않다. 영화 개봉에 맞춘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한산도가 있는 경남 통영에서는 ‘제61회 통영한산대첩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 막을 열어 오는 14일에는 하이라이트인 한산대첩 재현과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 행렬이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축제는 불꽃놀이로 시작해 불꽃놀이로 마무리된다
  • [서울광장] 바보야, 문제는 절차적 민주주의야/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보야, 문제는 절차적 민주주의야/임창용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걸핏하면 문재인 정권을 탓하거나 비교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외고 폐지’ 문제에 관한 한 억울할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했는데 욕은 윤석열 정부가 먹고 있어서다. 그제 사퇴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얼마 전 윤 대통령에게 ‘외고를 폐지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보고했다. 사실 이 문제에 작은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뜬금없다’는 생각부터 들었을 것이다. 외고 폐지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돼 시행만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3월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초등중교육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2020년 2월 공포했다. 문 전 대통령이 2019년 9월 대국민 담화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등 교육 분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자사고·외고 폐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통한 일반고 강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의 핵심이었다. 당시 외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헌법소원도 냈다. 35년간 운영돼 온 외고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없애는 것은 ‘교육제도 법
  • [서울광장] 예견된 불행, 국정 운영 방식을 바꿔라/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예견된 불행, 국정 운영 방식을 바꿔라/박현갑 논설위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좋은 취지가 시행 과정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2013년 9월 25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무역투자진흥확대회의에서 한 말이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중견기업들이 국회에서 만든 화학물질등록법 때문에 부담이 있다고 하자 환경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쉽게 동의하지만, 세부 조항에 들어가면 의견이 엇갈리니 이를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의 국정 과제에 원론적으로 동의하더라도 실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살피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인 지난달 초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30%대로 떨어졌다. 지지율이 낮은 주된 요인은 인사 문제였다. 그런데 대통령의 인식이 놀라웠다.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만을 보고 가겠다고 했다. 당장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국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비난받더라도 밀고 가겠다는 뜻이었겠지만 국민 반응은 달랐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 태도에 지지율은 20%대로 더 떨어졌다. 취임 100일도 되기 전의 일이다. 그러자 윤 대통령
  • [서울광장] 수요자 고려 없는 정책은 실패한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수요자 고려 없는 정책은 실패한다/김성수 논설위원

    “뭐 좀 제대로 따져나 보고서 저러나? 그 중요하고 민감한 애들 ‘교육문제’를 어쩜 저렇게, 갑자기, 함부로, 마구 다룰 수가 있을까? 공감능력이 떨어지면 일을 저렇게 할 수도 있겠구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말고를 떠나 이젠 기대를 좀 낮춰야 하는 건가.” 아는 분이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2025년부터 만 5세로 낮춰 실시하는 방안에 대한 뉴스를 듣고 밝힌 소회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윤석열 대통령이 “시행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아니고 국정과제에도 들어 있지 않은 사안이다. 사전 공청회도 없었고 일선 교육감들과의 협의 절차도 생략했다. 심지어 교육부에서조차 내부 논의나 검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장관은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불쑥 대통령 앞에서 공식화했다. “여태까지 이거 몰라서 안 한 거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취학연령을 낮추려는 시도는 많았는데 실행에 옮겨진 경우는 많지 않다.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교육부는 뭐가 급한지도 모르나. 장관은 지난번 상처를 이걸로 만회하려고 나섰나. 도무지 일머리가 없는 것 같
  • [서울광장] 커지는 핵무장 목소리/임병선 논설위원
  • 커지는 핵무장 목소리…“월성 플루토늄으로 2년 안에 100개 제조 가능”
  • [서울광장]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부 책임은 없나/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부 책임은 없나/전경하 논설위원

    ‘전기·가스 등의 연료비가 변하면 이에 맞게 공공요금을 조정하는 연동제를 도입하고도 명확한 기준 없이 수시로 적용을 유보해 요금 인상 억제분은 차기로 이월하고 요금제도도 비합리적으로 운영한다.’ ‘정부가 공기업에 정부 정책 사업을 수행하게 하면서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합리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수익성을 과대평가해 공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감사원이 2013년 발표한 ‘공기업 재무 및 사업구조 관리실태’에 있는 문구다. 감사원은 공기업 부채가 국가경제의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며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가스공사, 도로공사, 석유공사, 철도공사, 수자원공사, 광물자원공사(현 광해공업공단), 대한석탄공사 등 9개 공기업을 감사했다. 9개 공기업은 기획재정부가 올 6월 지정한 공공기관 재무위험기관에도 속한다. 감사원은 전기·가스 등의 요금은 결국 오를 테니 요금 통제 당시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가 얻은 이익을 미래 소비자가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발표된 ‘보금자리주택 150만호 2018년까지 건설 계획’은 수도권개발제한구역에 한해 2012년까지 32만호 건설로 6년 당겨졌다. LH는 지역별 세부계획 등 제대로 된 조사 없이
  • [서울광장] 반성하는 만큼 성공도 가능하다/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반성하는 만큼 성공도 가능하다/박록삼 논설위원

    고작 두 달 남짓 사이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급전직하다.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것은 취임 후 40일 즈음의 일이었다. 이후 6주째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가 막힐 노릇일 게다. “지지율은 의미 없다”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윤 대통령의 말이 보름 만인 지난 19일 “지지율 하락 원인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을 것”으로 슬쩍 바뀐 배경이다. 지지율은 민심의 흐름을 보여 주는 바로미터다. 국정 운영의 기조 및 국정 과제 자체를 돌아보고, 시행착오를 점검하며, 원인을 분석해 좌표를 새롭게 조정할 수 있는 거울 역할이다. 그렇다고 지지율 자체에 연연하는 것은 대통령이 해선 안 될 일이다. 높은 평가에 오만할 것도, 낮은 평가에 낙담할 것도 아니다. 민심의 흐름을 파악해 국정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낮은 지지율은 오히려 합리적인 국정 운영의 보약이 될 수 있다. 단, 하나의 전제가 있다. 국정 운영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의지가 윤 대통령에게 있는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문답)에서 30%대로 추락한
  • [서울광장] 또 다른 정년 연장에 앞서/이동구 편집국 에디터

    [서울광장] 또 다른 정년 연장에 앞서/이동구 편집국 에디터

    “임금피크제는 정당한 제도인가.”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면서 2015년부터 시행됐던 임금피크제가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유효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당한지, 그렇지 않다면 대상자들에 대한 보상 여부는 어떻게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곧 임금피크제에 편입될 연령대의 직장인들과 사측은 임금피크제의 존속 여부에 촉각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지난 5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 행위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제도가 도입된 후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임금이 줄어든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창원에서는 근로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소송 움직임도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지난 6월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는 KT 전현직 직원 1300명이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 달도 안 돼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정반대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같은 제도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으니 기업과 근로자들 모두가 어리둥절 할 수밖에. 특히 정부나 관련 기업들도 이렇다 할 방침을 내놓지
  • [서울광장] 시스템에 올라탄 대통령이 되려면/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시스템에 올라탄 대통령이 되려면/문소영 논설위원

    김건희 여사가 지인과 함께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솔직하게 답변했을 때 다수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상상해 보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기 동안 ‘검찰총장을 처음 해봐서’라는 발언을 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다. 헌정 이후 준비된 대통령들이 많았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차기는 당신’이라고 일찌감치 내락됐다던 노태우 전 대통령, 3당 합당으로 ‘대통령 꿈’을 이룬 김영삼 전 대통령, 4수 끝에 대통령에 오른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은 오랜 세월 벼른 만큼 국정 철학이나 목표가 단단했다. 시대적 요구를 해결하는 성과도 냈다. 대통령의 미숙함을 해결하는 것은 시스템이다. 직업 공무원으로 구성된 행정부와 대통령비서실, 집권 여당 등이다. 특히 대통령제에서 대통령비서실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와 조율해 대통령의 의지를 집행하도록 역할하는 곳이 대통령비서실이다. 대통령비서실에 여당도 당료를 파견하지만, 각 부처의 유능한 공무원들과 한국은행 등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다수 파견된다. 이들 행정관은 부처의 이해를 대변하고, 옳다고 생
  • [서울광장] ‘키친 캐비닛’의 정치적 함정/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키친 캐비닛’의 정치적 함정/오일만 논설위원

    어느 국가, 어느 정권에서도 권력의 실세는 있기 마련이다. 최고 통치자가 측근들의 도움을 받아 국정을 이끄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실세가 비선(秘線)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의 공적 기강이 무너지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도 훼손된다. 이른바 국정농단에 해당된다. 비선실세(秘線實勢)란 ‘국가적 혹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권력자와 비밀리에 선이 닿아 권세를 행사하는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이 그랬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엔 차남 현철씨가 ‘소통령’으로 불렸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상득씨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조어를 낳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형 건평씨가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권세를 휘둘렀다. 출범 두 달이 채 안 된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행히 비선실세라는 말이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시절 인연을 맺은 ‘윤석열 사단’이 권력의 핵심으로 전진 배치된 데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공적인 직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비선 보좌니 ‘지인찬스’니 하는 달갑지 않은 용어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대통령 부인은 아무런 공적 권한도 없는
  • [서울광장] 응급실이 위태롭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응급실이 위태롭다/임창용 논설위원

    지난달 24일 밤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대형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 술취한 남성이 자기 아내를 먼저 치료해 주지 않는다며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환자와 의료진 50여명이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의료진의 신속한 진화로 참사는 막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앞서 같은 달 15일엔 경기 용인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70대 남성이 치료에 불만을 품고 낫으로 의사 목을 찔러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인명 구조의 최전선인 응급실이 아슬아슬하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의사 2034명 중 최근 3년간 진료 과정에서 폭언과 폭력을 당한 사람이 1434명(70.5%)에 달했다. 그중 신체 폭력을 당한 의사가 305명이었다. 의협이 최근 응급의학과 의사 771명에게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선 최근 1년 이내에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다는 응답이 78.1%에 달했다. 그중 32.1%는 한 달에 1~2회, 11.2%는 1주에 1~2회 폭력을 당했다. 이 정도면 응급실 내 폭력이나 난동이 일상화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급실에서 폭력이나 난동이 발생하면 현장은 사실상 마비된다. 대부분 술에 취한 환자나 보호자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제어가 매우
  • [서울광장] 서울시향 전용홀 ‘노도강’에 지어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서울시향 전용홀 ‘노도강’에 지어라/서동철 논설위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전용 연주홀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미 상당한 연주력을 갖춘 서울시향이 전용홀을 갖는다면 연주회 수를 크게 늘릴 수 있고,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기획으로 연주 경험을 쌓아 명실상부한 세계적 수준의 악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수준급 교향악단의 전용홀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서울시향이 아니더라도 매우 지당하고도 상식적이다. 하지만 서울시향 전용홀이 아니더라도 서울 중심부에 ‘쓸 만한 자리’가 나타났을 때 갖가지 문화공간을 추진하는 세력이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복궁 동쪽의 송현동 부지가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던 시절에도 “우리의 공간은 꼭 그곳에 지어야 한다”고 온갖 문화예술 분야가 다투지 않았나. 이제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를 떠나니 북악산 아래서 똑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내가 애정을 가진 서울시향도 그 다툼에 뛰어든 꼴이니 매우 유감스럽다. 문화공간을 어디에 짓느냐는 매우 중요한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문화적으로 성숙한 입지에 전용홀을 들여 발전의 획기적 전기로 삼고 싶다는 관계자와 주변 인사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 [서울광장] 한전공대와 반도체 인재 육성/박현갑 논설위원

    [서울광장] 한전공대와 반도체 인재 육성/박현갑 논설위원

    “과거엔 장관과 교육철학이 다르면 지방이나 유학 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에서 대학 자율성 강화를 위해 교육부 관료를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보내는 거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실행된다면 앞으로 국장들이 장관에게 다른 말 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교육부 관료들이 교육 수장에게 바른 소리 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교육계 관계자의 말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관료도 정책도 바뀐다. 그리고 개혁이든 혁신이든 제도 변화는 정권 초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다는 뜻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개혁이라면 속도감 있는 추진이 답일 게다. 그러나 교육정책, 그중에서도 인재 양성은 그 속성상 미래 수요를 현시점에서 판단하는 만큼 종합적이고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지난 3월 개교한 한전공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7년 대선 공약이었다. 광주·전남 지역에 에너지 특화 대학을 세워 에너지 산업을 국가 미래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정치적 결정이었지 교육을 감안한 결정은 아니었다. 당초 2025년 개교 목표였으나 개교 시기를 앞당기면서 학부생 108명 등 157명의 학생들은 도서관, 기숙사 등 교육용 건
  • [서울광장] 도어스테핑, 있는 그대로 봐주면 된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도어스테핑, 있는 그대로 봐주면 된다/김성수 논설위원

    “우리가 지난 5년간 바보짓을 안 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엊그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꽤나 거칠게 말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설비업체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탈원전에 반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물론 ‘바보짓’을 한 사람들이라면 듣기에 불편했을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에둘러서 말하지 않는다. 직설화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윤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5월 11일부터 아침마다 이런 발언이 이어진다. 출근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의 문답으로 진행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 회견)에서다. 이름도 잘 몰랐던 도어스테핑은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윤 대통령이 실천하면서 성사됐다. 보통 2~3개, 많을 때는 7개까지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아침에 외부 행사에 직행하는 대통령 일정이 없는 한 지금껏 예외 없이 진행됐다.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춘추관)이 별도의 공간으로 있던 청와대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어스테핑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일상화돼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출퇴근길 공관 3층 로비에서 약
  • [서울광장] ‘변양호 신드롬’ 극복할 수 있을까/전경하 논설위원

    [서울광장] ‘변양호 신드롬’ 극복할 수 있을까/전경하 논설위원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에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생각났다. 이 원장은 변 전 국장이 2006년 6월 긴급체포된 현대차 로비 사건 수사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함께 있었다. 변 전 국장은 2013년 펴낸 ‘변양호 신드롬’에서 긴급체포 이후 구치소에 있던 145일간 현대차 사건은 간단히 두 번 조사받고 외환은행 매각을 집중 조사받았다고 했다. 별건 수사였다.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조작해 외환은행을 사모펀드 론스타에 싸게 팔아 주주들에게 최대 1조원 이상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는 1·2·3심 모두 무죄였다. 그는 책에서 검사가 “왜 실무자인 국장이 책임지려 하냐”며 윗선 이름을 대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외환은행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의 ‘먹튀’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매각을 지연시켜 손해를 입었다며 투자자ㆍ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를 청구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이 49억 7950만 달러(약 6조 4000억원)다. 론스타는 2007년 HSBC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맺었지만 무산됐고, 2012년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3조 9
  • [서울광장] 우리들의 블루스/임병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들의 블루스/임병선 논설위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위로받고 싶어 하는지 새삼 깨닫게 한 드라마가 ‘우리들의 블루스’였다. 엇비슷하게 위로와 응원을 전한 ‘나의 해방일지’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웅숭깊은 작품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제주의 시장 사람들이 내뱉는 날것의 언어가 귀에 꽂히는 드라마였다. 숱한 화제작을 탄생시킨 노희경 작가가 어떤 에피소드는 혼자, 어떤 에피소드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썼다. 마니아 취향의 여러 전작들과 비교해 이번 작품의 품은 한결 넓었는데, 다른 이의 생각과 시선도 곁을 내준 성과로 내겐 비쳤다. 일년에 한두 번은 한라산과 오름들 오르려 제주를 찾는데 어쩌다 토박이들과 술잔 기울이는 기회가 생기면 한 시간이 흘러도 말을 시키지 않았다. 그러고는 자기네끼리 제주말을 주고받았다. 그런 제주말을 이번 기회에 많이 익힐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적어도 외국어 같은 생경함은 느끼지 않을 것 같다. 다운증후군 배우가 처음 등장한 점도 신선했고, 의미도 작지 않았다. 명품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난 이 모든 것들보다 그저 사람들 얼굴 구경하는 재미가 으뜸이었고 쏠쏠했다. 시장과 거리를 오가는 장삼이사들, 춘희 삼춘(고두심) 등에게 해녀일 가르치며
  • [서울광장] 검찰공화국? 시작도 안 했다/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공화국? 시작도 안 했다/박록삼 논설위원

    ‘검찰공화국’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 생경한 공화국은 검찰이 2019년 대통령 임명권을 사실상 부정하면서 그 씨앗이 뿌려졌다. 그해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화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은 줄줄이 기소된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틀어쥔 채 정치적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판사 사찰,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 중단 지시, 고발 사주 사건의 총선 개입, 검찰총장 장모 사건 대응 문건 작성, 법무장관과의 정치적 대결로 검찰 권력을 과시하며 싹을 틔워 갔다. 검찰 출신이 대통령 및 대통령실, 내각 등 국정을 장악한 초유의 상황은 놀랍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놀라고 두려워하기엔 아직 이르다. 검찰공화국은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권력을 가졌던 검찰과 달리 이제 행정부까지 권력의 외연을 확장하게 됐다. 여당에서조차 검찰 측근 중심 인사를 비판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귀를 닫았다. 오히려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독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좀 다르게 보면 ‘준비된 인사’ 또는 ‘준비된 국정 운영’일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가끔씩 드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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