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 [특파원 칼럼] 일본의 ‘피해자 프레임’ 구축에 대응하려면/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본의 ‘피해자 프레임’ 구축에 대응하려면/김태균 도쿄 특파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일 간 마찰을 훨씬 더 집요하게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이슈화하고 있는 쪽은 일본이다. 정부와 정치권, 미디어가 입을 모아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한일 관계’로 현 상황을 규정하며, 국민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 등 국제 외교무대에서 자국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이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한국에 당했다고 포장하는 ‘피해자 프레임’의 구축이다.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의 상황이 됐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위협을 한국 측으로부터 받고 있는데, 이는 순전히 문재인 정부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오래전에 끝난 조선인 강제 동원 배상 문제를 한국이 다시 들고나와 일본 기업에 위해를 가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 군함이 공격용 화기관제 레이더로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도발적인 선전전을 펴는 것은 일본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이 더이상 과거 식민지배 피해자가 아니라 부당하게 일본을 공격하고 있는 존재라는 조작된 이미지를 부각시켜 보려는 것이다. 또 향후 대항 조치라는 명목으로 한국에 보복적 행동을 취하는 데 나름의 정당
  •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아직 희망은 있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아직 희망은 있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피도 눈물도 없는’ 철저한 장사꾼이었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노(no) 딜’을 선언하며 오찬과 하노이선언문 서명을 거부한 그는 ‘갑’의 지위를 철저하게 이용할 줄 아는 ‘협상의 달인’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 현지 언론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 정치인들도 ‘베드(bad) 딜’보다 ‘노 딜’에 후한 점수를 줬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른바 실리 외교의 전형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 딜’ 선택은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보인다. 28일 오전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칭찬하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지만, 이미 속으로 ‘결렬’을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미 예정된 것처럼 회담 결렬 선언과 기자회견, 베트남 출국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을 보면 말이다. 당황한 것은 오히려 북한과 한국이었다.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첫걸음, 즉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행동과 그에 따른 미국의 보상 등이 이어질
  • [특파원 칼럼] 북한의 캐나다구스와 베트남 하노이/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북한의 캐나다구스와 베트남 하노이/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지난달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설치된 평양 아동백화점의 키즈 카페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평양 백화점 안의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은 볼풀과 목마, 미끄럼틀, 자동차 등 놀잇감이 풍부해 서울의 어느 놀이터와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놀이 공간 설치를 명령할 때의 김 위원장 사진으로 보아 비교적 집권 초기에 내려진 지시로 보였다. 김 위원장은 “부모가 안심하고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아동 놀이 공간을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는데, 이는 스위스에서 유학한 그의 경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평양 백화점 키즈 카페에서 눈길을 끈 것은 한국에서도 비싼 가격 때문에 부모들의 등골을 뺀다는 뜻에서 ‘등골 브레이커’로 불리는 고가의 패딩인 캐나다구스를 입은 남자 아이였다. 처음에는 가짜라도 약 1000위안(약 17만원)이 넘는 중국산 짝퉁이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인들은 평양 시민들은 가짜 상표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베이징 산리툰에 처음으로 개설된 정식 캐나다구스 수입 매장에서 판매되는 옷의 가격대는 7000~1만 위안에 이른다. 북한의 체제 선전 영상에 등장하는 김 위원장은 대부분
  • [특파원 칼럼] 북·미, 통 큰 양보로 신뢰구축 첫걸음 내디뎌야/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북·미, 통 큰 양보로 신뢰구축 첫걸음 내디뎌야/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한국과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미 워싱턴DC 2박3일 방문이 막을 내렸다. 첩보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김 부위원장의 동선으로 취재에 애를 먹었지만, 그의 워싱턴 방문 ‘성과’에 상당한 기대감이 있었다. 워싱턴 정가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 직후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발표하는 등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90분 면담을 확인하면서 ‘오는 2월 말쯤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으며,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될 것’이라고 짤막한 성명만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이 떠나는 날인 19일(현지시간) 전날 이뤄진 김 부위원장의 예방에 대해 “비핵화에 관한 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으나, 트윗을 자제하는 등 지난해 5월 말 김 부위원장의 첫 번째 백악관 방문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30일째를 맞고 있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영향으로 준비 부족, 대북 협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 [특파원 칼럼] 대일 외교, 더 큰 변동성에 대비해야/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대일 외교, 더 큰 변동성에 대비해야/김태균 도쿄 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갈등’이 보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서로 주장하는 팩트와 정황이 상반되는 가운데 좀체 보기 드문 수준의 직설적인 공방이 양국 정부 사이에 오고 갔다. 실체가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이 사태가 미국을 축으로 전통적인 안보협력 관계에 있는 두 나라 사이에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일이었나 하는 점이다. 또 하나 명백한 팩트는 상황을 심각하게 만든 정점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방위성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며 레이더 관련 동영상 공개를 반대했음에도 아베 총리가 강행을 지시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결국 2012년 12월 두 번째 집권 이후 가장 첨예하게 불거진 한국과의 갈등은 아베 총리 자신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셈이다.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상륙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은 상태에서 취임한 이후 보수우익의 가치를 극명하게 드러내 온 아베 총리였지만, 한국과의 갈등을 스스로 나서 조장한 적은 없었다. 소극적인 갈등 회피를 꾀하는 이른바 ‘전략적 방치’가 그의 한국에 대한 외교 기조였다. 올해 11월 역대 최장수 재임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아베 총리의 지상과제는 뭐니 뭐니 해도 개헌이다. 지
  • [특파원 칼럼] ‘북한 사람=슈퍼맨’ 가설이 입증되려면/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북한 사람=슈퍼맨’ 가설이 입증되려면/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다른 어느 나라보다 북한 사람과 접촉이 많은 중국 내 한국인들 가운데는 ‘북한 사람=슈퍼맨’이라는 가설이 있다. 주로 북한 외교관 자녀가 다니는 중국 국제학교에서 전교 1등은 북한 학생이 도맡아 한다. 북한 학생들은 학업성적뿐 아니라 운동 실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게다가 자아비판, 총화사업 등 집체학습을 통한 발표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말솜씨도 좋다. 지난봄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남북 관계가 호전되자 평소 데면데면하던 한국과 북한 학생들도 학교 안에서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평양냉면이 그렇게 맛있느냐고 한국 학생이 질문하자 “서울의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다며!”라고 응대한 북한 학생의 재치 넘치는 답변은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회자했다. 국제 교류의 첨병인 통·번역사들도 북한 사람의 외국어 실력에 혀를 내두른다. 폐쇄된 사회에서 교육받았지만 중국어뿐 아니라 영어 실력도 뛰어난 데다 특히 중국어는 4개 성조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데서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는 북한의 외국어 능력에 대해 우수 학생을 선별해 주입식 암기 교육을 하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수재 교육 시스템을 갖춰 우수 학생을 뽑아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한다는 것이다
  •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버지 부시의 마지막 메시지/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장에는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많은 미국민이 모였다. 장례식장은 초청장을 받은 인사들만 입장이 가능했고, 수많은 일반인은 국립성당 주변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며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사실 아버지 부시는 인기 있는 미 정치인이 아니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 41대 미 대통령을 지낸 그는 미·소 무기감축협정을 맺는 등 냉전시대 종식에 역할을 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 등 경제 문제로 재선에도 실패했다. 미 역사학자들이 매년 매기는 대통령 순위에서 아버지 부시는 전체 44명 가운데 17위로,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는 전직 대통령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 사회는 폭발적인 추모 열기에 휩싸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트럼프식 ‘분노’와 ‘분열’ 정치에 대한 반감이 ‘상생’과 ‘품격’의 아버지 부시에 대한 거대한 애도의 물결이 됐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 사회는 분열과 혼란의 연속이다.
  • [특파원 칼럼] 다나카 선생의 1000엔짜리 지폐/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다나카 선생의 1000엔짜리 지폐/김태균 도쿄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후 다나카 히로시(81·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선생은 일본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고등재판소 앞에 있었다.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데 대해 재일교포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선고를 1시간여 앞두고 조선학교 학생들과 다나카 선생을 비롯한 활동가 등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한국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지고 있던 바로 그 시각이었다.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대형 현수막을 앞세우고 재판소 담벼락 인도를 따라 정문까지 30m 정도 가두 행진을 했다. 행진 대오를 지휘하는 다나카 선생에게서 팔순의 나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확정 판결에 대한 선생과의 인터뷰는 조선학교 재판의 방청권 추첨을 기다리는 긴 행렬의 한가운데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채비를 하는데 선생이 갑자기 지갑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몇 번을 접고 또 접어 안쪽 깊이 보관해 두고 있던 그것은 예전에 쓰였던 구권 1000엔짜리 지폐였다. 겉에 새겨진 인물은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을사조약의 주역 이토 히로부미. 다나카 선생이 이 지폐를 품고
  • [특파원 칼럼] 북한 조계지에 대한 걱정/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북한 조계지에 대한 걱정/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아름답고, 낯을 가리며, 수줍어하는 조선 여성들을 당신은 잊지 못할 겁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여행 사이트 페이주(飛猪)에 게시된 북한 여행 광고 문구다. 중국 옌지에서 북한 경제특구인 나선시를 1박2일 방문하는 상품의 가격은 920위안(약 15만원)에 불과하다. 중국인들에게 196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북한 관광은 북한 어린이들의 공연 관람 및 김일성의 피서지였다는 나진과 선봉 중간의 섬 비파도, 김일성·김정일화 온실, 미술관, 서점, 수산물 상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인들이 북한 관광을 갈 때는 여권 없이 신분증과 통행증만 있으면 될 정도로 간편하다. 다만 휴대전화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 여행을 갔다 온 중국인은 댓글 후기를 통해 귀빈 대접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일된 한반도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상상도 제기된다. 한 중국 학자는 수십 년 뒤 통일이 됐을 때 여전히 정치적으로는 젊은 나이인 김 위원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긴 시간에 걸쳐 한국인의 신임을 얻은 김 위원장은 통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돼 자신의 긴 정치 여정에 정점을 찍게 된다는 것이다. 남한 인구
  • [특파원 칼럼] 당근 없는 협상은 ‘협박’이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당근 없는 협상은 ‘협박’이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지난 9월 18~20일 3차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북·미의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에 이어 동창리 엔진시험장의 영구 폐쇄와 유관국 전문가의 참관, 즉 사찰을 받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 ‘상응 조치’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쇄·검증도 약속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국제사회도 북한의 최고 권력자인 김 위원장이 직접 ‘영변 핵시설 폐쇄’를 거론했다며 환영했다. 또 북한 정권이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며 흥분했다. 25년여간의 북·미 협상에서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직접 영변 핵시설 폐쇄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이례적인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엄청난 진전, 곧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고, 3차 방북 발표 하루 만에 전격 취소했던 폼페이오 장관도 고위급과 실무급의 투트랙 회담을 제안하는 등 북·미 협상이 본궤도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협상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 [특파원 칼럼] 차원이 다른 아베의 ‘개헌 드라이브‘/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차원이 다른 아베의 ‘개헌 드라이브‘/김태균 도쿄 특파원

    헌법에 ‘자위대’ 규정을 새로 넣겠다는 일본의 개헌 움직임이 우리에게 뉴스거리가 되는 것은 과거 그들의 군국주의 침략과 그로 인한 고통의 역사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틈만 나면 “개헌”을 외친 게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자국민들에게 아직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일본 국민들을 상대로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 보면 개헌은 대체로 경제, 복지 등의 주제에 밀려 하위권에 머무른다. 이런 분위기는 사안 자체가 긴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이 별로 없었던 이유가 크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개헌 드라이브’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하며 2006~2007년 1차 집권을 포함,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아베 신조 총리가 역대 가장 강력한 ‘개헌 비상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내년 11월이면 자국 역사상 최장수 총리의 기록을 세우게 되지만 그걸로 만족할 생각이 없다. 1946년 연합국 최고사령부 치하에 성립된 이후 한 차례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헌법을 처음으로 바꾸는 데 총리로서 남은 3년을 올인
  • [특파원 칼럼] 백두산과 세계 최대 감옥 중국 신장/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백두산과 세계 최대 감옥 중국 신장/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내 고향은 세계 최대의 감옥이 아니라 누구도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중국의 중견 언론인이 중국에서 꼭 가야 할 곳이라며 추천한 자신의 고향은 다름 아닌 신장자치구였다. 신장자치구는 최근 100만명의 위구르족을 강제 수용했다며 유엔에서 인권침해 문제를 주장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갈등으로 떠올랐다. 중국 언론인은 신장이 고향이지만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박해받는 위구르족이 아니라 만주족이기에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엔의 얼굴을 빌린 미국은 신장을 ‘세계 최대의 감옥’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궈성쿤(郭聲琨) 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달 4일간 신장자치구를 둘러보며 인권단체에서 강제 수용이라고 지적한 재교육에 대해 종합 법률교육, 심리 상담, 기술 훈련이라고 부르며 “극단적인 종교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껴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중국 국무원의 인권담당 고위 관료는 영국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벨기에, 파리 등 유럽에서 무슬림들이 일으킨 테러 활동을 지적하며 “서방에서는 실패했지만 중국은 이슬람 극단주의를 필요한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신장자
  • [특파원 칼럼] 트럼프의 위기가 우리의 기회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트럼프의 위기가 우리의 기회다/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백악관의 난맥상을 폭로한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와 트럼프 정부 내 저항 세력을 자처하는 고위 관리의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가 ‘결정타’였다. 여기에 가장 믿었던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인 폴 매너포트가 로버트 뮬러 특검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러시아 스캔들’까지 갈 길 바쁜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의 ‘공포’가 ‘사기·속임수’, ‘가짜뉴스’라고 깎아내리고, ‘공포’ 속에 등장하는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참모진은 ‘책의 내용이 부정확하다’며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후폭풍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 여론조사 전문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2주간 지지율 평균치는 40.6%를 기록했다. CNN 조사에서는 37%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8일 기준 평균치가 43.7%였던 것과 비교하면 2주 사이에 3.1%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자신의 재선 풍향계가 될 수
  • [특파원 칼럼] 아베와 고이케 그리고 도쿄올림픽/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베와 고이케 그리고 도쿄올림픽/김태균 도쿄 특파원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 스포츠 제전으로서의 올림픽은 올림픽헌장 바깥에서는 존재하기 힘들다. 그동안 54회에 걸쳐 하계·동계 올림픽이 치러지는 동안 주최국이든 참가국이든 어디선가 누군가는 늘 정치적 손익이란 계산기를 두드려 왔다. 독재를 향한 분노의 함성과 하얀 최루탄 가스가 거리에 넘쳐나던 상황에서 치러졌던 30년 전 서울올림픽도 결코 거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에 스포츠의 정치적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대회의 양대 축인 아베 신조 총리의 중앙정부와 고이케 유리코 지사의 도쿄도가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올림픽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2년이나 남아 있는 행사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성급하거나 억지스러운 조치들이 속속 취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머타임제 추진이다. 대회조직위원회는 7~8월 도쿄의 폭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2019~2020년 2년간 시간을 2시간 당기는 서머타임제를 정부에 요청했다. 여론은 냉랭하다. 수면 부족, 근로 환경 악화와 같은 기본적인 어려움도 그렇지만 고작 보름 정도 치러지는 국제행사를 위해 왜 모든 국민이, 그것도
  • [특파원 칼럼] 일대일로와 스리랑카 기자의 울분/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일대일로와 스리랑카 기자의 울분/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중국 관영언론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한 스리랑카 기자는 지난 40년간 공산당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찬탄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10개월 예정으로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중국어 강습을 받고 영문 기사를 작성하는 것 외에 베이다이허, 광시, 구이저우 등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 현장과 주요 관광지 등을 둘러보는 출장을 자주 다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욕적’이라고 언급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참여국과 아프리카에서 온 기자 60명이 현재 관영언론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85㎡(25평) 아파트의 평균 월세가 1만 2800위안(약 200만원)에 이르는 베이징에서 외신기자들은 외교관용 아파트에서 머무는 혜택도 받고 있다. 스리랑카 기자는 “우리 조국은 아름답고 자원도 풍부한데 부패한 정치인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거대한 규모의 대륙을 다스리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감탄했다. 하지만 자국의 함반토타 항구에 대해서는 “왜 우리 땅을 중국이 차지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여 울분을 토했다. 함반토타항은 중국이 제 살과 같은 영토를 99년간 영국에 식민지로 떼줬던 홍콩과 같은 신세다. 인도양의 요충
  • [특파원 칼럼] 응답하라, 트럼프 대통령/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응답하라, 트럼프 대통령/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남북과 북·미 관계에 아슬아슬한 ‘훈풍’이 이어지면서 한반도가 전쟁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 시대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지난 2월 1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정상회담 등의 성과로 남북의 평화 수레바퀴가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북·대남 확성기 철거와 남북 통신선 복구, 비무장지대(DMZ) 내 GP 병력과 장비 시범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의 발걸음이 바쁘다. 또 탁구 단일팀과 통일농구경기 등 스포츠 부문뿐 아니라 남북 철도와 도로 잇기,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차원의 사업 등이 남북의 긴장을 서서히 녹여내고 있다. 북·미 관계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해의 손을 맞잡으면서 ‘신뢰’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나섰고, 북한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등으로 화답했다. 또 북한은 정전 65주년인 지난달 27일 한국전 참전 미군의 유해 송환에 나섰다.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의 네 번째 조항을 이행하며 ‘성의’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 [특파원 칼럼] 아베, 최장수 총리 가능할까/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아베, 최장수 총리 가능할까/김태균 도쿄 특파원

    일본의 정기국회가 22일 폐회됐다. 집권 자민당은 이제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든다. 2021년까지 3년간 당을 이끌 총재를 뽑는 9월 선거다. 여기에서 승리한 사람이 차기 일본 총리가 된다. 2012년, 2015년에 이어 3선을 노리는 아베 신조 현 총리 이외에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등이 출마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아베 총리가 당선 가능성에서 크게 앞서 있다. 서너 달 전만 해도 3선은커녕 중도 퇴진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아베 총리다. 지난해 중의원 해산 사태로 연결됐던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이 다시 불거진 결과였다. 우익 사학재단인 모리토모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팔았고, 여기에 아베 총리의 부인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게 의혹의 뼈대였는데, 최고 권위의 관청인 재무성이 사태 무마를 위해 문서 조작을 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아베 총리는 벼랑 끝에 몰렸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자 “산케이마저 아베를 버렸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위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라크 파병 자위대 활동 일지 은폐와 재무성 사무차관의 여기자 성희롱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등에 이어 역시 지난해 핫이슈였던 가케학원 파문이 다시 점화됐다. 자신의
  • [특파원 칼럼] 중국 시장 상인이 보여준 4차 산업혁명/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중국 시장 상인이 보여준 4차 산업혁명/윤창수 베이징 특파원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동형 에어컨을 사주려고 인터넷 구매를 시도했다가 낭패를 만났다. 미국 최대 온라인 구매 사이트 아마존은 신용카드 번호만으로 가능했고,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는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이뤄졌던 물건 구매가 한국의 모든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는 불가능했다. 본인 명의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 또는 본인 인증용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란 삼위일체가 갖춰져야만 한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듯했다. 중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한 구글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야만 결제가 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한국 휴대전화 유심 칩을 휴대하고 다니며 필요할 때 문자 메시지를 받아 사용하는 한국인들이 있을 정도다. 중국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여주인공이 입은 천송이 코트를 정작 중국인들은 못 산다며 규제의 대못을 없애야 한다고 전 정권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바뀐 게 하나도 없다니 한탄이 나왔다. 저절로 얼마 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 관영언론에서 홍보차 외신기자들을 데려갔던 광시좡족자치구에서 만난 시장 상인이 보여 준 4차 산업혁명 기술인 핀테크가
  •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열쇠는 북·미 신뢰와 시간/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열쇠는 북·미 신뢰와 시간/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0년 만에 두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5시간 동안 웃으며,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북·미 정상의 첫 만남에 따른 결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이행계획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수 없다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도 빠졌다. 그렇다고 북·미 정상의 만남을 ‘일회적 이벤트’라고 폄훼해서는 안 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 의지와 원칙, 한반도 영원한 평화 정착에 합의했으니, 이제 실무급 협상과 합의를 통한 로드맵 구축만 남았다. 북·미 간 후속 실무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와는 달리 북·미 정상이 먼저 만나 협상의 종착역이 어딘지 분명히 정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가 ‘레드라인’(한계선)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 [특파원 칼럼] ‘재팬 패싱’ 출구전략 못 찾는 아베/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재팬 패싱’ 출구전략 못 찾는 아베/김태균 도쿄 특파원

    남북한과 북·미의 대화 국면 속에 제기된 이른바 ‘재팬 패싱’(일본 소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일본의 정부 인사나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정보 수집과 분석에 극도로 분주하기는 했겠지만, 자국이 국제 안보질서의 거대한 흐름에서 배제된다든지 하는 우려 같은 것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외려 일본이 그렇게 따돌림당하기를 바라는 한국과 중국의 희망사항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일본 내에서는 강했다. 그런 배경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회담장에 마주 앉게 될 가능성 자체를 낮게 보는 시각이 워낙 강했던 것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설마 북한이…” 하며 결과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재팬 패싱 같은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북·미 대화 추진 과정에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현실론도 크게 작용했다.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나 관계 설정이 돼 있어야 하는데 일본은 핵보유국이나 정전협정 당사국도 아니고,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평양선언’이 사실상 백지화된 이후 냉랭한 관계가 지속돼 온 터였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 틀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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