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집필진 “균형있는 ‘공과’ 서술에 초점…사명감에 참여”

교과서집필진 “균형있는 ‘공과’ 서술에 초점…사명감에 참여”

입력 2016-11-28 13:38
수정 2016-11-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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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미화 우려엔 “객관·균형적 서술로 미화 아냐”“‘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갈등 최소화·정통성확립 위한 것”

28일 공개된 국정교과서 집필진들은 국정화와 독재정권 미화 우려 논란을 일축하고, 공과(功過)를 균형 있게 서술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집필진들은 이날 국정교과서와 함께 공개됐다. 논란이 된 근·현대사 부분 중 근대 부분에는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집필자로 참여했다.

현대 부분은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가 집필했다.

공개된 국정교과서에는 기존 검인정 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돼 기술되는 등 진보 진영의 반발이 예상된다.

◇ 긍정적인 역사 부각…현대사 경제 분야 서술 늘려

집필진들은 그동안 교과서 좌편향 논란이 있었던 만큼 사실적, 논리적으로 교과서를 서술하는데 방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현대 부분 집필에 참여한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국정화라는 형식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집필자들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실에 입각해 균형을 잡는 방식으로 서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사 집필에는 헌법학·정치학·군사학·경제사 등 다양한 분야 학자가 참여했다”며 “각 학계 연구성과를 충분히 이해하고서 성과를 고교생 시각에 맞춰 서술해 기존 교과서보다 전문성과 논리가 많이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역시 현대사를 집필한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그동안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번 국정교과서는 우리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들을 잘 서술해 젊은 세대가 역사를 자랑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언급했다.

유 교수는 “가급적 여러 학설이나 주장을 균형 있게, 객관적으로 다뤘다”면서 “세계사적인 측면에서도 우리 역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더 입체적으로 서술하려고도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 “독재정권 미화 안 했다”

집필진들은 특히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미화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공과 과를 균형 있게 서술해 미화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미화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들 학자인 만큼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전 정부나 전직 대통령을 평가할 때는 가급적 객관적으로 공과 과를 균형 있게 다룬다는 원칙으로 논의하고 서술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존 교과서 내용보다 외려 더 객관적이라는 집필진도 있었다.

김낙년 교수는 “박정희 정권을 예로 들면 경제개발계획으로 고도성장을 한 점 등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환경문제 등 고도성장의 부작용을 함께 언급해 내가봤을 때는 기존 서술보다 상당히 균형 잡힌 서술”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교과서에도 공과가 모두 담겨있다는 지적에는 “그렇기는 하지만 어떻게 경제성장을 했는지, 왜 문제와 한계에 부딪혔는지에 대한 논리가 부족했다”며 “기존 집필진이 전문가가 아니라 연구성과를 반영 못 했던 점을 개선했다”라고 말했다.

기존 교과서에 비해 현대사에서 경제 부분 비중을 늘렸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았다.

현대사 부분 중 경제사 분야를 담당한 중앙대 김승욱 교수는 “대체적으로 기존 교과서에 분량이 적었던 경제 파트 분야에 대한 서술을 늘렸다”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역사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대한민국 정부수립’→‘대한민국 수립’은 갈등 최소화 위한 것

논란이 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인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 기술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대한민국이 성립되는 과정에서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절로 기술하면 나름의 오해가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정부 수립으로만 기술하면 의미가 협소·제한적일 수 있어 논의 끝에 대한민국수립으로 기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수립은 1950년대부터 20∼30년간 많이 사용된 개념”이라며 “국정교과서 취지인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을 위해 담은 표현이며 3·1운동과 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내용은 그대로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넣을 것인지에 대해 집필 과정에서 집필진들끼리 토론과 논의가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교수는 “집필진들이 기존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검토하다 문제시했던 부분 중 하나가 의미를 협소하게 하는 ‘정부수립’이라는 표현이었다”며 “집필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논의를 많이 했고 고민과 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 비난여론 감수…“사명감으로 집필에 참여”

집필진들은 사명감 때문에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서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근대사 집필을 담당한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장은 “대한민국 역사 학자로서 국가기관에서 학생들용 교과서를 만든다는데 마땅히 최선을 다해 좋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해야 한다”며 “교과서 집필은 순수한 생각을 갖고 해야지 이런저런 것을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기 때문에 답변을 할 수 없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한 이 소장은 이날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지침에 따라서 성실히 집필했다”는 말만 반복할 뿐 말을 아꼈다.

고교 교과서가 편향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참여했다는 이도 있었다.

김낙년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역사의식이)편향돼 있고 선입관이 박혀 토론이 안 될 정도”라면서 “국정이라는 형식은 부담이 됐지만 학생들 교육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 결과적으론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앞서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국정화 반대 여론이 크게 일었고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사학과 교수들이 집필거부 선언을 하는 등 사학계도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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