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토론 개선책
지난 23일까지 세 차례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네거티브 공방과 말꼬리 잡기만 난무했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스탠딩 토론회’, ‘원고 없는 토론회’, ‘자유 토론’ 등 새로운 토론 방식이 도입됐지만, 정작 후보들이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후보들의 문제가 더 컸다”고 했다. 이어 “정책 얘기는 하지 않고 네거티브만 하니 감정싸움만 하는 토론회가 됐다”면서 “아무도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저 사람은 안 된다’는 식의 비판만 난무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정책 검증이 아닌 감정 검증만 난무했다”면서 “주제 바깥의 얘기를 하거나 공방이 이어지면 제재가 돼야 했는데, 자유 토론이라고 해서 무조건 내버려 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어 “현재 5자 대결 토론회에 문제가 있다”면서 “토론회 1주일 전 지지율이 평균 10% 이상 되는 후보들만 참여하도록 규정을 바꾸던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2시간으로 제한된 토론 시간을 늘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미국은 후보가 2~3명이니깐 2시간이면 상당히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5명의 후보가 2시간 동안 토론하려니 시간 제약이 심하다”면서 “차라리 4시간 동안 토론하는 방법이 있다. 대통령을 정하는 데 4시간을 투자 못 하겠나”라고 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원고 없는 토론회 방식에 대해 “후보들이 자료 없이 얼마나 잘 말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식이 되면서 네거티브만 있고 토론회 수준이 굉장히 낮아졌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문제를 알려주고 캠프에서 답안을 준비해 오라고 하는 게 후보 검증 방식에 더 적합할 수 있다”면서 “후보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후보를 돕는 소속 집단이나 주변 인물의 역량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7-04-25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