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1㎝의 권력/박홍기 수석논설위원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헌정 사상 최초의 보궐선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5개월,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한 지 꼭 60일 만에 치러졌다. 짧고도 길었다. 지난해 10월 29일 광장에 촛불이 처음 켜졌을 때부터다. 차디찬 겨울도 견디고 따스한 봄을 넘기며 여름의 기운을 맞닥뜨리고서야 마무리됐다. 사철을 다 겪은 듯하다. 투표용지는 가로 10㎝, 세로 28.5㎝다. 역대 가장 길다. 용지에는 15명의 후보 이름이 적혀 있다. 가장 많다. 후보들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국민의 승리를 장담할, 보수의 새 희망을 키울, 노동이 당당한 나라로 다질 적임자임을 자임했다. 공약들도 실현 가능성만 담보됐다면 나라의 미래와 안녕을 위해 소중한 것들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촛불에 둘러싸여 있었든, 단 하나의 촛불만이 비췄든, 고개를 들고 소리쳤든,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든, 높은 곳에 살든 낮은 곳에 살든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똑같이 갖는 한 칸, 바로 기표란이다. 가로 1.5㎝, 세로 1㎝의 작은 공간이다. 전체 선거인 4247만 9710명이 가진 ‘1㎝의 권력’이다. 기표란이 17, 18대 대선 때에 비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