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곰 사랑/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곰 사랑/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7-08-01 20:58
수정 2017-08-0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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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창세신화나 건국신화에 곰이 등장하는 사례는 단군신화가 유일하다.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여자가 된 웅녀가 환웅과 결혼해 태어난 단군왕검을 시조로 모신 우리는 태생적으로 곰을 좋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를 일이다. 연미산과 금강 일대에 전해오는 곰으로 변한 처녀와 총각의 사연을 담은 ‘곰나루 전설’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지.
세계인들이 곰을 사랑스런 동물로 생각하게 된 것은 동화 ‘곰돌이 푸우 이야기’(1926년 알렉산더 밀린)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의 인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귀여운 판다가 주인공인 영화 ‘쿵푸 판다’도 한몫했다. 2003년 덴마크에서는 ‘곰이 되고 싶어요’라는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져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2004년부터 지리산을 무대로 시행한 반달 가슴곰 복원 사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극심한 수난으로 멸종의 길로 내몰렸던 반달 가슴곰이 다시 우리 강산에서 뛰놀게 된 것이다. 2009년부터는 새끼들이 태어나 현재는 48마리가 야생의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당초 2020년까지 50여 마리 복원이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한 셈이다.

곰 복원 사업의 최대 훼방꾼은 인간이다. 지리산에서 힘겹게 2세를 키우며 살고 있지만 인간의 공격이나 방해로 언제 또다시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멸종 위기로 내몰렸던 것도 인간 때문이었고, 지금 새 보금자리를 잡고 새 삶을 살기 시작한 것도 인간에 의한 것인지라 불안한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불안하기는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마냥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물로만 생각했다가는 자칫 곰에게 목숨을 빼앗기는 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최근 지리산에 서식 중인 반달가슴곰 가운데 28마리는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년 전 지리산에서 태어난 반달가슴곰 한 마리는 90㎞나 떨어진 경북 김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곰이 가축 6마리를 물어 죽이는가 하면 등산객의 침낭, 바지 등을 찢는 피해도 있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전역에서 곰의 습격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과 곰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라도 안전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적한 도로에는 온통 ‘곰 주의’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우리도 반달가슴곰이 나타날 수 있는 곳에는 꼭 서식지 표지나 주의 표지판 등을 설치해야 한다. 인간과 곰이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인명 피해가 없어야 곰돌이 푸우나 판다처럼 반달가슴곰을 계속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17-08-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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