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 [데스크 시각]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긴다면/김미경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긴다면/김미경 경제부장

    “업무 관계자도 없는 이곳에서 도대체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 오가는 것도 힘들구요.” 공공기관 이전에 따라 연고도 없는 외딴 지역으로 내려가 일하는 후배 A는 안부를 나눌 때마다 이렇게 답답함을 호소한다. 해외업무 담당이라 인천공항과 서울을 자주 오가는데, 사무실은 먼 지방에 있으니 길에서 시간을 허비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조치’라지만 정작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기에는 인력도, 인프라도 부족하다. 번화가에서도 멀리 떨어져 ‘외로운 섬’처럼 생활한다고 한다. 올해로 10년 된 세종 행정중심복합(행복)도시와 17년 된 충북·광주·전남·경북·강원 등 10개 혁신도시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정주 여건이 조금씩 개선됐다지만 지역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이전만 이뤄져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안팎에서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거론되자 효과 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지도를 볼 때 상대적으로 작은 땅덩어리인 대한민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도 서울로의 집중이 심각하다. 서울의 과밀은 일자리와 교육 격차,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수많은
  • “생활밀착형 탄탄한 데이터 분석 돋보여… 선진국 대안도 검증 필요”

    “생활밀착형 탄탄한 데이터 분석 돋보여… 선진국 대안도 검증 필요”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9층 회의실에서 제150차 회의를 열고 4월 서울신문 보도를 논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따라 회의는 대면으로 진행됐다. 회의에는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과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은(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이 참여했다. 위원들은 ‘남겨진 아이들, 그 후’, ‘새벽·총알배송의 역습’ 등 생활밀착형 기사의 충실한 데이터 분석과 스토리텔링을 높게 평가했다. 색다른 시각의 오피니언·사설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청문회 검증 및 ‘검수완박’ 등과 관련해 선진국 사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할 때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심층기획, 문제 해결 위한 물꼬 터 김재희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5회에 걸쳐 보도된 심층기획 ‘남겨진 아이들, 그 후’가 돋보였다. 그간 언론에서는 코로나19가 아동양육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조명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에서는 보호 대상 아동이 느끼는 고립 스
  • [데스크 시각] 정치여, 예능을 내버려 두자/홍지민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정치여, 예능을 내버려 두자/홍지민 문화부장

    기억에 남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려 보면 우리네 평범한 이웃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인적도, 오가는 차량도 드문 어느 새벽 보는 사람이 없어도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는 운전자를 찾아 인기 개그맨이 잠복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른바 ‘숨은 양심’을 만나 가슴 뭉클한 사연을 듣고 냉장고를 선물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독서율이 그리 높지 않고 지척에서 도서관을 만나기 쉽지 않던 시절 책을 읽자고 동네 도서관을 세우겠다며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나던 프로그램도 있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유명인들이 육아는 어떻게 하고 집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친구들하고 어떻게 노는지 등을 엿보는 프로그램이 봇물이다. 대세가 된 스타 관찰 예능을 즐기며 깔깔거리면서도 가슴 한 구석은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런 허전함을 채워 주던 프로그램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무작정 거리로 나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 보고, 마지막에는 상금을 걸고 퀴즈 승부도 벌인다. 본방 사수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 시청할 때마다 흐뭇한 웃음을
  • [데스크 시각] 집무실보다 대통령 별장이 시급하다/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집무실보다 대통령 별장이 시급하다/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청와대를 찾은 측근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만 구중궁궐에 가둬 놓고 재미는 당신들이 다 보고 다니지?” 노 전 대통령이 잘못한 일 중 하나는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없앤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남대를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숭고한 약속 때문이었다면 대신 다른 곳에라도 대통령 별장을 새로 지었어야 했다. 제대로 된 나라 중 국가원수의 별장 하나 없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그래서 이 나라의 대통령은 군부 정권도 아닌데 휴가를 군 휴양시설에서 보낸다. 인간은 365일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대통령도, 일용직 노동자도 쉬고 놀아야 재충전이 되고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 즐거운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콧노래가 나오고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게 호모사피엔스다. 별장도 없고 안가(安家)도 철거된 이 나라의 대통령들은 밤에 인터넷에 들어가 자신을 비판한 기사들을 보고 화를 품은 채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이런 날이 쌓이면 마침내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내뱉게 된다. 대한민국 정치가 덜컹거릴 때마다 ‘제왕적 대통령제’ 탓을 한다. 하지만 조선의 제왕은 사실 전권을 휘두르지 못했다. 국왕은 사대부들이 정해
  • [데스크 시각] 거꾸로 갔던 ‘탈원전’/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거꾸로 갔던 ‘탈원전’/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새달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다시 짜겠다고 한다.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로 확대하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6%로 축소하는 현 정부의 계획에 급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무리한 탈원전 조치와 장밋빛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아우성에도 아랑곳 않고 ‘마이 웨이’를 질주했다. ‘그린 뉴딜’ 바람이 한창 일었던 2008년 당시 세계의 태양전지 시장을 호령하던 샤프의 일본 현지 공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해 태양광 사업 시작 50년을 맞은 샤프의 위용을 목격하고 난 뒤 “반드시 태양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창업자의 호언이 곧 실현되리라는 믿음이 커졌다. 그랬던 샤프가 주력이던 LCD 패널 사업 부진에다 태양광 시장에서마저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10년 전 맥없이 쓰러졌다. 백년 기업의 파산 소식은 공장을 직접 둘러봤던 터라 개인적으로도 충격이었다. 반세기 동안 태양광에서 ‘인조 유전’을 일구려던 샤프의 몰락은 신재생에너지의 세계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란 전조나 다름없었다. 이후로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효율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았고, 기존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다.
  • [데스크 시각] 언더도그마인가 오버도그마인가/이제훈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언더도그마인가 오버도그마인가/이제훈 사회부장

    미국 보수 성향 그룹인 티파티의 전략가 마이클 프렐은 자신의 저서에서 ‘언더도그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약자를 뜻하는 언더도그(underdog)와 독단적 신념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로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개념이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은 바로 ‘오버도그마’로 강자가 선하다는 것이다. 언더도그마는 원래 미국 진보주의자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인이 건국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정착촌에서 벌이는 무자비한 탄압에 진보주의자들이 묵인 내지 옹호하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언더도그마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이성보다 감성이 더 빨리 움직인다는 점이며, 원칙과 절차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점이다. 즉 누구는 무고한 피해자이고, 누구는 억압하는 악당이라는 식의 판단이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키고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 예산을 요구하며 출퇴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였다. 지금은 잠정 중단됐지만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장애인 권리를 둘러싼 입법 요구에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으면 시위를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데스크 시각] 수십년 악습 ‘식고문’ 계속 방치할 건가/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수십년 악습 ‘식고문’ 계속 방치할 건가/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식고문. 또 무시무시한 단어가 언론 보도에 등장했다. 식고문은 억지로 음식을 먹이는 군 가혹행위다. 물고문과 똑같은 방식이다. 병영에선 도망갈 곳이 없다. 먹다가 구역질이 나도 계속 먹어야 한다. 전방 상황을 관측하는 육군 5군단의 한 병사는 최근 선임병으로부터 식고문에 시달렸다고 폭로했다. 우리는 피해 병사가 증언한 가해자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는 “표정 그렇게 지어도 그만하지 않을 거야. 나도 당했던 거니까. 난 이걸 부조리라고 생각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20~30년 전 군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식고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널리 퍼져 있었고, 범죄행위라고 생각하는 이가 드물었다. 심지어 선임병의 가혹행위를 잘 참고 무사히 전역했다는 ‘무용담’을 늘어놓는 이까지 있었다. 약간의 김치를 주고 3~4인분의 밥을 먹이거나, 식사 뒤 초코파이 2~3박스를 한자리에서 먹게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후임병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그냥 괴롭히고 싶어서 식고문을 할 뿐이다. 명백한 범죄행위였지만, 끔찍한 행위 주변엔 가해자와 방조자만 가득했다. 많은 이들은 ‘선진 병영’이라는 기치 아래 이런
  • [데스크 시각] 젤렌스키 리더십/주현진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젤렌스키 리더십/주현진 국제부장

    “그는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 욕망, 꿈을 비춰 낸다. 국민의 영혼을 끓어오르게 하고 그런 국민을 보면서 다시 힘을 얻는다.”(영 이코노미스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이 42일째 이어지며 장기화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화제다.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세계 각국의 지원을 이끌어 내면서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함락시킬 듯 보였던 러시아를 고전하게 만들었다. 그의 전매특허가 된 올리브색 티셔츠 패션은 재선을 뛰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따라 입게 만들 만큼 국민과의 연대를 보여 주는 지도자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젤렌스키 리더십의 핵심은 소통이다. 침공 이틀째인 지난 2월 25일 수도 키이우 밤거리에서 각료들과 함께 있는 동영상을 올려 국민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유언비어를 정면 반박했다. 러시아의 테러 대상으로 지목돼 미국으로부터 망명 제안을 받았지만 끝까지 남아 싸우겠다며 항전 의지를 고취하던 모습은 감동을 줬다. 관객과의 소통에 능한 연기자(코미디언) 출신답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그래미 시상식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각지에 출몰하며 직접 여론을 모으고 전장을 지휘하고 있다. 메시지도
  • [데스크 시각]  한없이 가벼운 ‘옷장 정치’/최여경 사회정책부장

    [데스크 시각] 한없이 가벼운 ‘옷장 정치’/최여경 사회정책부장

    1999년 5월 25일 ‘옷 로비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외화 밀반출 혐의로 구속된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고위 공직자 부인들에게 고급 옷을 사 주고, 일부 옷값을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사흘 후 이 의혹에 이름이 거론된 연정희씨가 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연씨는 당시 검찰총장이자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김태정씨의 부인이다. 서울지검이 수사에 나섰고,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딱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헌정 사상 첫 특검까지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특검 수사로도 ‘이씨가 연씨에게 접근한 건 맞지만 최 회장의 구속 방침을 접하고 로비를 포기’한 것으로, 6개월을 끈 떠들썩한 사건이 시시하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정부에 준 타격은 컸다. 의혹 가운데 영부인 이희호 여사가 이들이 고급 모피를 샀다는 ‘라스포사’를 ‘즐겨 찾았다’는 소문도 있었던 탓이다. 평생 민주화와 인권 운동에 헌신한 대통령이 꾸린 정부의 고위직에서 80만원짜리 투피스, 700만원짜리 코트, 2400만원어치 의상이라는 단어가 쏟아지니 국민의 실망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희호 평전’(한겨레출판, 2016)에서 이 여사는 당시
  • [데스크 시각] 정치인의 존재 이유/이순녀 수석부국장

    [데스크 시각] 정치인의 존재 이유/이순녀 수석부국장

    부끄러운 고백부터 해야겠다. 예비 집권 여당 대표가 장애인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뉴스가 쏟아지기 전까지 지난해 말부터 4개월째 지하철역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버스로 출근하기 때문에 몰랐다는 변명은 구차한 핑계일 뿐 평소 장애인의 권리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나의 인식과 태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걸 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열어야 하는 언론인으로서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다.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고, 약자를 포용해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정치인의 책무이기도 하다. 다양한 욕구와 갈등이 켜켜이 쌓인 복잡다단한 현실에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끈질긴 소통과 설득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일은 정치인의 소명이자 숙명이다. 그런 까닭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보여 준 일련의 언행은 매우 이례적이고, 그래서 더욱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6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왔다. 전장연은 2월 말 시위를 잠정 중단했다가 한 달 만인 지난 24일 다
  • [데스크 시각]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 되지 않으려면/이창구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지방선거가 대선 연장전 되지 않으려면/이창구 사회2부장

    3월 9일 대통령선거 전까지만 해도 6월 1일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두 선거의 간격이 너무 짧아 대선 결과가 고스란히 지방선거에 반영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27일 현재 시도지사 선거 예비후보 등록 현황을 보면 국민의힘 소속이 32명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13명보다 많다. 기초단체장 선거 예비후보 등록에선 국민의힘 643명, 더불어민주당 289명으로 쏠림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이번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의 의미와 무게를 곱씹게 하는 이슈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계속 던지기 때문이다. 대통령 집무실 ‘무조건’ 용산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고집’은 “새 정부에 힘을 실어 주자”는 여론보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자”는 견제론을 자극할 여지가 더 커 보인다. 윤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으로 보는 여론이 55%로 역대 최저라는 한국갤럽의 조사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곧 발표될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자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윤 당선인과 ‘윤핵관’들의 일방통행 인상이 짙어지면 인수위 심판 선거로 흐를 수도 있다. 이런 기류를 모를 리 없는
  • [데스크 시각] 올 프로야구 ‘기대 반 걱정 반’/김경두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올 프로야구 ‘기대 반 걱정 반’/김경두 체육부장

    24일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한국-이란 경기가 열리는 상암벌에는 6만여 붉은악마가 함께한다. 얼마 만에 보는 구름 관중인가. ‘직관’에 대한 갈증은 다음달 2일 개막하는 프로야구에서도 분출될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따사로운 봄기운을 만끽할 곳으로 야외 경기장만 한 데가 있을까. 특히 올 프로야구엔 흥행 호재가 넘친다. ‘(선)동열이도 없고, (이)종범이도 없다’던 김응용 전 해태 타이거즈 감독의 유행어를 패러디하자면 ‘(양)현종이도 오고, (김)광현이도 와서’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이들의 복귀는 스타 부재에 헉헉거리던 한국 프로야구에 단비와 같다. 양현종과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은 올 시즌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다. 이르면 다음달 8~10일 양 팀의 첫 3연전에서 만날 수 있다. 양현종은 시범경기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안정된 구위를 뽐냈고. 김광현도 첫 등판에서 최고 시속 150㎞의 직구를 선보였다. 역대급 돈벼락을 맞은 자유계약선수(FA)들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온 나성범과 사직구장을 떠난 NC 다이노스의 손아섭, 두산맨에서 NC로 갈아탄 박건우, ‘삼성 햄장’에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박해민, ‘
  • [데스크 시각] ‘밥그릇 싸움’ 할 때가 아니다/김미경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밥그릇 싸움’ 할 때가 아니다/김미경 경제부장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또 ‘밥그릇 싸움’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앞으로 5년,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이 대러 제재에 나서면서 화두가 된 것은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 대상국에서 예외가 되느냐였다. 그런데 ‘물 샐 틈 없다’는 한미동맹에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우리나라가 예외 대상국이 되기까지는 유럽연합(EU)·일본·영국·캐나다·호주 등 32개국이 면제된 뒤 일주일이나 걸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정부조직법상 통상교섭과 경제외교를 각각 나눠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간 엇박자가 이 같은 참사를 불러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교부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미국의 대러 제재 동참을 추진했지만 국내 업계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한 산업부와 기획재정부가 미적거리면서 협상이 지연됐고, 결국 산업부와 기재부 고위 당국자들이 부랴부랴 미국을 방문해 뒤늦게 예외 대상국에 겨우 포함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인수위, 관계 부처
  • [데스크 시각] 새 대통령의 팔길이/홍지민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새 대통령의 팔길이/홍지민 문화부장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라는 게 있다. 정부가 지원은 하되 거리를 두고 그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여러 공공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데, 특히 문화예술 육성과 관련한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합쳐 말하면 정부가 문화예술 활동은 지원하지만 이를 이유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1940년대 영국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영국이 예술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예술위원회(Arts Council)를 설립하면서 확립됐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정치 권력으로부터 예술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초대 위원장이었던 경제학자 존 케인스 등이 예술위원회의 전신인 음악예술진흥위원회(Council for the Encouragement of Music and the Arts) 시절부터 주창했다고 하는데, 모르긴 몰라도 문화예술을 선전 선동에 동원한 독일 나치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았을까 싶다. 국내에서 팔길이 원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소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취임사에서부터 문화 정책, 특히 21세기 성장 동력으로서의 문화산업을 강조한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 [데스크 시각] 여소야대 앞에 선 윤석열 당선인/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여소야대 앞에 선 윤석열 당선인/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앞에 선 대통령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노태우 정권 때의 ‘3당 합당’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1990년 1월 22일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YS)의 통민당, 김종필(JP)의 공화당이 하루아침에 합당을 선언했다. 국민들은 경악했다. 전두환·노태우 군부의 탄압에 맞서 목숨걸고 민주화 투쟁을 한 사람이 YS였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당하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합당 선언문을 읽을 때 그 앞에 나란히 선 YS와 JP의 당당한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줬다. 당시 민정당이 2년 전 13대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소야대 국회가 됐고, 노태우 정부는 야권이 주도하는 ‘5공 청문회’ 등으로 임기 초반 질질 끌려다녔다. 그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3당 합당이란 인위적 정계개편을 감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대야소로 입법권력까지 손에 넣은 노태우 정권은 결국 성공했을까. 인간은 힘이 세지면 겁이 없어지는 법이다. 노 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게 3당 합당 이후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 그는
  • [데스크 시각] ‘200조’ 저출생 대책,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200조’ 저출생 대책,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정현용 온라인뉴스부장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난해 0.81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이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내년엔 0.6명대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인구 소멸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자연 감소한 인구는 5만 7280명으로, 전년보다 75.6% 늘었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도나도 위기대응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인구를 늘릴 목적으로 출산장려금과 정착지원금을 준다고 손을 내민다. 1000만원의 거액을 내거는 곳도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지만, 청년층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줄어드는 인구를 서로 빼앗기 위한 애처로운 몸짓일 뿐이다. 2003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킨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저출생은 반전의 기미가 없다. 그동안 200조원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청년들이 기억하는 예산 항목이 많지 않다. 요란한 홍보 자료는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정부도 매년 새로운 대책이라고 내놓지만, 눈곱만큼의 반전도 없으니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좀더
  • [데스크 시각] 노무현, 윤석열 그리고 서초동의 비극/이제훈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노무현, 윤석열 그리고 서초동의 비극/이제훈 사회부장

    유난히 햇살이 강했던 2009년 5월 2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2층 예식장. 친구의 결혼식이 예정돼 있었는데 아침부터 들린 비보에 예식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친구에게 얼굴을 비추곤 서둘러 아래층에 있는 기자실에서 전직 대통령의 충격적인 선택과 검찰 수사를 조명하는 호외 기사를 만들어야 했다.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죠?”라며 시작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찰의 인연은 결국 악연으로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전달한 돈으로 미국 뉴욕에 있는 아파트를 노 전 대통령 측이 구매했다는 의혹도 자연스럽게 잊혀졌다.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잊고 있었던 ‘슬프지만 냉정한 현실’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온 것은 2012년 1월 미국 코네티컷주 폭스우드 카지노 매니저 출신인 이모씨와 그의 동생이 한 폭로가 계기였다. 보수단체가 노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씨를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잊혀졌던 과거사가 다시 관심을 받았다. 마침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당시 야권은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의 허드슨클럽 아파트 435호를 구매했고 이 과정에서 2009년 1월
  • [데스크 시각] 예기치 않은 구원이 올까/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예기치 않은 구원이 올까/박상숙 부국장 겸 산업부장

    얼마 전 동해안 쪽을 다녀왔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읍내를 조금 벗어나자 길에서 개미 한 마리 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간혹 마주치는 이들은 대개 노인들. 이곳의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달한다고 하니 청년 보기가 별따기 수준이다.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인데, ‘초초초’고령사회라고 해도 무방하다. 허름한 빈집들도 눈에 띄었다. 나 홀로 살던 어르신들은 조만간 지자체가 지은 공동주택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1. 매년 바닥을 치는 수치에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폐가와 폐촌을 접하게 되니 인구절벽이 가져올 미래에 마음이 써늘했다. 전북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 공장을 마련한 음료업체 대표는 청년 채용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고 했다. 근무환경과 사원복지 등은 여느 기업 못지않지만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청년의 외면을 사고 있단다. 통계에 따르면 25~34세 인구의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이 중 절반이 서울에 모여 있으니 대표가 인력난을 모면할 길은 요원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소멸 현장을 직접 보고 들으면서 이번 대선을 보는 마음이 더욱 착잡하다. 10년 뒤면 현재의 부산시 인
  • [데스크 시각] 당신이 원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입니까/주현진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당신이 원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입니까/주현진 국제부장

    “상대가 사사로운 욕심으로 일을 도모할 때는 공명정대하다고 격려해 거침없이 할 수 있도록 해라. 상대가 하려는 일을 두고 스스로 속으로 천박하다고 느껴 망설이면서도 안달이 났을 때는 그 의도를 적극 칭찬하며, 만약 하지 않는다면 유감이라고 말해라. 상대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했을 때는 같은 선례를 들어 해로울 것이 없다고 합리화해주고,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도 같은 사례를 들어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켜야 한다.” 동양 ‘제왕학’(帝王學)의 창시자인 한비자(韓非子)는 신하가 어떻게 하면 왕의 뜻을 잘 헤아려 환심을 살 수 있는가를 두고 ‘한비자’의 세난(說難) 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荀子)의 제자인 한비자는 인간을 추동하는 힘은 오로지 사적인 이익인 만큼 왕을 상대로 설득할 때는 왕의 이익을 중심으로 해야 화(禍)를 면하고 성공할 수 있으며, 왕은 이 같은 이치를 알고 신하의 말과 행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통치의 핵심은 사람을 알고 씀에 있다고 강조한 한비자가 한자리 차지하겠다고 접근해 오는 유세객이나 신하가 아닌 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셈이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약소국인 한(韓)나라 출신으로 왕이 제왕학으로 무장해야
  • [데스크 시각] 무책임하지도, 비겁하지도 마라/최여경 사회정책부장

    [데스크 시각] 무책임하지도, 비겁하지도 마라/최여경 사회정책부장

    “무책임한 데다 비겁한 겁니다, 그건.” 얼마 전 만난 공직자의 말이다. 친여권 인사인 그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1년 이상 공직 사회를 들여다본 경험을 이렇게 압축했다.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정책은 청와대 판단만 기다리고, 일 좀 하려면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이유로 번번이 막아선다는 것이다. 요즘 모임에선 얘깃거리가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넘나든다. 집값 문제로 시작해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주제가 넘어가고, 코로나19 얘기를 하다 보면 주변 확진자 소식에 백신 접종 이야기까지 버무려진다. 주제는 다양해도 항상 결론은 책임을 회피하고 민감한 결정은 미루며 수세적 입장을 고수하는 관료주의로 가닿는다. 지난달 23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난 지 12일 만에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이 모여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했다. 그간 이용섭 광주시장은 “긴밀한 협력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장 본부 구성을 요청했고, 피해자 가족들은 “우리는 애가 타 죽겠는데 시공사는 비협조적이고 답답하다”면서 정부 관여를 하소연했다. 뒤늦게 중수본이 꾸려진 것에 중동 3개국을 순방한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하길 기다린 것이냐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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