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넘버원 될 거예요” 말이 씨가 된 일곱살 소녀의 꿈

“세계 넘버원 될 거예요” 말이 씨가 된 일곱살 소녀의 꿈

최병규 기자
입력 2020-02-02 22:18
수정 2020-02-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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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케닌,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호주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2-1 역전승
“내 꿈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소감
소련서 美 이주한 아버지가 코치 맡아
‘파이터 기질’로 아메리칸 드림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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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초로 2020 호주오픈 여자 테니스 단식 챔피언에 오른 소피아 케닌(미국)이 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야라강변에 앉아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멜버른 신화통신 연합뉴스
생애 최초로 2020 호주오픈 여자 테니스 단식 챔피언에 오른 소피아 케닌(미국)이 1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야라강변에 앉아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멜버른 신화통신 연합뉴스
“왜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은 건가요?”(기자)

“챔피언이 되고 싶으니까요. 세계에서 넘버원이 되고 싶어요.”(7살 소녀)

이 인터뷰 문답이 담긴 동영상은 지금 바로 유투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인터뷰 속 앳된 소녀의 소망이 실현될 것으로 믿은 사람은 당시 얼마나 됐을까. 그런데 이 소녀는 정말로 그로부터 15년 뒤 세계 챔피언이 됐다. 말이 씨가 된 것이다.

말의 위력을 입증한 그녀는 지난 1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첫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소피아 케닌(22·미국)이다.

케닌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4강에서 세계 1위 애슐리 바티(호주)를 물리쳤고 결승에서는 메이저대회에서 2차례 우승 경력의 가르비녜 무구루사(스페인)까지 제쳤다. 케닌은 챔피언이 된 뒤 “내 꿈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릴 때부터 세계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공공연히 밝혔으며 그 꿈이 이뤄지리라는 확신을 갖고 부단히 노력했음이 이 짧은 소감 안에 담겨 있는 듯 하다. 실제 7살 때 인터뷰에서 케닌은 얼마나 많이 테니스 연습을 하느냐는 질문에 “비 오는 날만 빼고는 매일 3시간씩 한다”고 답했다.

케닌이 이룬 꿈은 그녀의 가족 전체가 이룬 ‘아메리칸 드림’이기도 하다. 아버지이자 코치인 알렉산더 케닌은 1987년 당시 소련을 떠나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는 “진짜 세계를 경험하고 싶었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안겨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낮에는 영어와 컴퓨터를 배우고 밤에는 운전 일을 하면서 아이들의 꿈을 위해 매진했다.

어릴 적 러시아 이름인 ‘소냐’로 불리던 소피아 케닌은 199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지만 갓난 아기 때 미국으로 건너와 테니스를 배우며 주니어 시절부터 유망주로 성장했다. 케닌은 “어릴 때 테니스 라켓과 공이 유일한 장난감이었다”며 “그것만 갖고 놀아서인지 지금 공에 대한 반응 속도가 빠른 것 같다”고 했다.

키 170㎝로 큰 편이 아닌 그녀는 서브 역시 시속 160㎞ 초반대로 빠르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샷 구사와 ‘파이터 기질’로 상쇄하고 있다. 실제 그녀는 결승에서 6차례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아 5번 성공시켰을 만큼 고비에 강하다. 케닌은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도 “우승으로 이끈 건 내 안의 열정이나 믿음과 같은 투쟁심”이라며 “러시아 특유의 맹렬한 파이터 기질이 내게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20-02-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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