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문사회 정원 2천500명↓ 공학 4천429명↑
지난해 말부터 대학가의 큰 화두였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 사업 지원 대상이 3일 총 21개교로 확정됨에 따라 당장 2017학년도 부터 대학가의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전망이다.프라임 사업은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토대로 사회와 산업 수요에 맞춰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일종의 대학구조개혁 사업이다.
그동안 대학구조개혁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양적구조개혁이었다면 프라임 사업은 사회 수요를 반영해 학사 구조를 바꾸는 질적 구조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결과, 2013년 기준 대졸 취업자의 전공 일치 취업률은 50.3% 수준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4년제 대학의 사회계열에서는 21만7천명의 인력 초과공급이 예상되는 반면, 공학계열은 초과수요가 21만5천명에 이르는 등 ‘인력 미스매치’가 예상된다.
프라임 사업은 이런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취업·진로 중심 학과로 대학을 전면 개편하는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 유형과 신기술·융합전공 등 창조경제 분야와 미래 유망 산업 중로 학과를 개편하는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유형으로 대학을 선정해 지원한다.
다만 대학의 총 정원은 그대로 두되 사회적 수요가 많은 전공의 정원은 늘리고 수요가 적은 전공은 그만큼 정원을 줄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선정된 21개 대학은 대부분 인문·사회계열이나 예술계열 학과의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중심으로 정원을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
대형 유형에 선정된 9개 대학 중 인문사회계 정원을 늘리겠다는 곳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등에 126명을 늘리겠다는 순천향대가 유일하고 소형 유형 대학 12곳 중에는 한 곳도 없다. 소형 유형 대학 중에서는 성신여대가 예체능 계열에서 ‘뷰티산업학과’를 육성할 계획이다.
경쟁 과열 속 대부분 대학이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보다 정원 조정 규모를 늘리면서 조정 규모는 더욱 커졌다. 특히 건국대는 500명 이상을 정원 이동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이번 사업에 선정된 대학 21곳에서는 인문사회계열에서 2천500명의 정원이 줄어든 반면 공학계열에서는 4천429명이 늘어난다.
탈락 대학들도 정원 조정을 할 의무는 없지만 이미 학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학사 구조 개편을 합의한 상황인 만큼 원래 계획한 대로 정원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원 조정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대학들은 주로 바이오나 융·복합, 미래형 자동차, 지능형 로봇, 미래 에너지 등 유망 산업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했다.
이를 통해 선정된 대학들은 취업률을 2015년 대비해 2023년까지 평균 약 7.7% 포인트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프라임 사업이 대학가의 관심을 끈 것은 지원 금액의 규모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에만 2천12억원이 지원되는 등 3년간 6천억원 이상이 21개 대학에 지원된다.
당초 대형 유형 중 1개 대학에는 한 해 300억원이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심사 결과 9개 학교에 한 해 평균 1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권역별 소형 유형으로 선정된 대학 12곳은 연평균 50억원을 받는다.
소수 대학에 우선 지원을 집중한 뒤 이들의 모델이 다른 대학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로서는 상당한 금액인 만큼 대학들은 공들여 사업 참여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선정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도 지적됐다.
일부 학교에서는 사업 참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학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학과 정원을 조정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면서 학내 갈등을 겪었다.
아무래도 취업에 유리한 학과 쪽으로 정원이 늘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이나 예술계열 학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래 예측이 어긋날 경우 현재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4∼5년 뒤에 오히려 해당 분야에서 인력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백성기 프라임사업평가위원장은 “미래 수요의 예측은 사실 힘든 문제”라면서 “그러나 대학이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사회가 예측하는 것에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에는 합의가 이뤄졌고 융합과학분야가 중요하게 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들이 준비가 안돼 있는 만큼 기존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융합하는 분야가 많이 제안됐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칙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는지, 교수와 직원, 학생 등 참여 주체의 합의가 이뤄졌는지도 중요한 심사 기준의 하나였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원 조정을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사회와 산업 수요가 많은 쪽으로 정원이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