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교사 83% “정치적 편향 집필” 학계 “독립기구로 검정 강화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교사 83% “정치적 편향 집필” 학계 “독립기구로 검정 강화를”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5-10-18 23:14
수정 2015-10-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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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료 종합 분석해 보니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싸고 이념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갈등의 반복을 종식할 중립적인 기구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역대 정권에서 국사 교과서 논쟁이 반복돼 온 주된 이유가 역사적 사실 자체보다는 정치적 이념이나 이해관계인 경우가 많아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일선 중·고교 역사 교사 5명 중 4명이 집필이 정치에 좌우된다고 생각할 만큼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인식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학계 연구를 종합하면 그동안 역사적 사실보다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이념 논쟁이 한국사 교과서 갈등의 발단인 경우가 많았다. 연세대 행정대학원 정학준씨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갈등 구조 분석’(2014) 논문에서 2002~2013년 사례를 분석한 데 따르면 2002년 교과서 갈등은 김대중 정부를 이전 정부와 다르게 치적만 기술해 미화했다는 언론 보도에서 비롯됐다. 이전 정부인 김영삼 정부를 ‘비리정부’로 규정하고 김대중 정부를 ‘개혁정부’로 기술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일어났다.

2004년에는 국정감사장에서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이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가 친북·좌파 편향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를 ‘매카시즘’으로 규정해 대응했다. 2008년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2년 뒤인 2010년 ‘한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가 거론되면서 ‘한국사 필수’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교육과정에 따른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기준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대한 개념 차이가 쟁점이 됐다.

국사 교과서의 갈등의 핵심이 정치적 사안이라는 인식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단국대 최정희 박사의 2013년 논문 ‘역사 교과서 집필 국가기준의 개선 방향 탐색’에서 집필기준의 정치적 편향성을 묻는 조사에 교사의 82.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미국 교사의 52.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조한경 전국역사교과서 모임 회장은 “교과서 발행체제를 검정으로 한다는 가정하에 독립된 기관을 둬 검정체제를 강화해야 정치권의 이념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완벽하게 배제된 독립기구가 검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검정을 별도로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10-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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