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평 수준이면 23%가 1등급…전문가 “영어 대학별고사 부활할 수도””풍선효과 등으로 사교육비 경감 효과 기대 못 미칠 듯”
현재 고교 1학년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2018학년도부터 영어가 절대평가 9등급제로 바뀌면 ‘변별력 없는 과목’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입시전문가들이 전망했다.9등급제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원점수 100점 만점에 1등급은 100∼90점, 2등급은 89∼80점으로 10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진다. 4문제까지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일 대성학력개발연구소에 따르면 2018학년도 수능 영어가 2015학년도 수능의 난이도로 출제될 경우 상위 16%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수능 응시자 60만명 중 9만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더 쉬웠던 2016학년도 9월 모의평가 영어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된다면 상위 23%까지 약 14만명이 1등급이 된다.
현행 상대평가 9등급제의 경우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23%까지 3등급이다. 지금 3등급 이상의 수준이면 2018학년도부터는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2등급인 80점 이상이 2015학년도 수능 기준으로 상위 32.2%, 올해 9월 모의평가 기준으로 상위 42.0%다. 3명중 1명은 1등급이나 2등급을 받게되는 셈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영어는 1등급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의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면 수시에서 학생부와 논술 위주의 선발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시에서 수능은 최저학력 기준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변화가 덜하겠지만, 정시에서 영어는 절대평가 9등급만 있기 때문에 반영 비율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목별로는 수학의 비중이 특히 높아지고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의 중요도가 확대될 전망이다.
유웨이중앙교육은 대학들이 절대평가 등급에 자체점수를 부여하거나 별도의 영어시험을 보는 등 입시전형에서 영어 반영 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대학들이 논술고사에 영어 지문을 출제하거나 영어 심층면접을 확대, 영어특기자 전형 부활, 내신 영어 가중치 부여 등으로 수능 영어를 대체하려 할 것”이라며 “대학별 고사의 확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어 절대평가 방식 도입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기대이지만, 영어 과목에서 줄인 사교육비가 수학 등 다른 과목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만기 이사는 “고등부 영어 사교육 시장은 위축되겠지만, 영어는 중학교에서 끝내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수학에 집중하려는 학부모들의 생각 탓에 중학교 영어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도 “영어를 빨리 마스터하려고 하는 조기교육 현상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의 편성이 자유로운 일부 고교에서는 영어 교육과정을 현재보다 현저하게 축소하고 수학이나 국어 시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 비중 축소로 외고나 국제고에 대한 선호도는 어느 정도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