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유치 정녕 가능합니까

잠깐,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유치 정녕 가능합니까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5-07-07 23:38
수정 2015-07-08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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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3년까지 2.5배 늘리겠다” 대학 운영난 해결 위한 대책으로 내놔

정부가 현재 8만 4000명 수준인 외국인 유학생을 8년 후인 2023년까지 2.5배인 약 2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7일 밝혔다. 학생 수 감소와 구조조정 부진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대학들의 운영난을 외국인 대거 유치로 해결해 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무작정 늘리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에 일선 대학들은 “비현실적”이라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보고했다. 단기 어학연수생까지 합해 2014년 기준 8만 4891명인 외국인 유학생을 2023년까지 20만명 수준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방안의 핵심은 외국인과 재외동포 유학생에게 특화된 맞춤형 교육과정 개설이다.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정보기술(IT), 조선, 원자력, 자동차 등의 특화산업과 보건, 미용, 자동차 정비 등의 전문 기술 관련 학과를 외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유학생 유치의 걸림돌인 한국어 수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전용 강의 등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현재 경희대, 한양대, 건국대 등 일부 대학이 실시하는 중국어·영어 등 유학생 전용 강의가 확대된다.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을 위해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 중 국제화 기반을 갖춘 대학의 유학생 유치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목표로 삼은 ‘20만명’의 산출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8년 이후의 증가율을 기반으로 산출한 결과”라고 말했으나 전반적인 국내외 사정과 여건을 감안했다기보다는 최종 목표치에 연간 증가율을 꿰맞춘 경향이 강하다는 게 교육부 안팎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통계들은 오히려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05년 2만 2526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학생은 ‘한류’ 열풍을 타고 꾸준히 늘어 2011년 8만 953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2년 8만 6878명, 2013년 8만 5923명, 2014년 8만 4891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 유학생이 2011년 5만 9317명에서 4만 8109명으로 무려 1만 1000여명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의 한 대학 국제협력센터장은 “중국인들의 한국 유학 열풍이 급격히 식은 뒤 다들 침체기라고 아우성인데 교육부만 반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위해 외국어 전용 강의를 개설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각 대학이 외국인 대상 강의를 할 수 있는 교원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학생 유치로 당장의 경영난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대학의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지적도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국제팀장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한국어 수업이란 점을 감안할 때 유학생 전용 강의는 언뜻 일리 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유학 오고 싶은 대학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방안은 없고 장황한 목표만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07-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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