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은 성과 집착… 학교는 취업률 뻥튀기

교육당국은 성과 집착… 학교는 취업률 뻥튀기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5-05-26 00:16
수정 2015-05-2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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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평가 지표 반영 부작용

특성화고 현장실습의 부작용은 학생과 교사는 물론 사업주까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률이 특성화고 평가의 주요 지표에 포함돼 있어 정작 일선 교육 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시도교육청 평가지표 가운데 ‘능력중심 사회기반 구축’ 부문(10점 만점)에 반영되는 특성화고 취업률 점수는 4점이다. 취업률이 2.5점, 취업률 향상도가 1.5점이다. 취업률 위주의 정량적인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부적합 업체에 학생을 보내거나 취업률을 부풀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선임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 노동기본권 교육 여부 등은 평가하지 않다 보니 학교로서는 열악한 업체에 취업한 실습생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지난달 공개한 ‘산업인력 양성 교육시책 추진실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20.5%에 이르는 특성화고 학생이 전공과 무관한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교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산업재해 다발사업장으로 고시된 업체나 상습적인 임금체불 업체에도 학생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소재 특성화고에 다니는 딸을 둔 학부모 강모씨는 학교 측이 보낸 추천취업처를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 ‘기숙사 제공, 연봉 3000만원’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업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딸이 추천받은 업체는 반도체 세척액을 만드는 고위험 사업장이었다. 강씨는 “어떻게든 취업률만 올리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선 학교가 취업률에 목을 매는 이유는 취업률이 정부 지원비를 배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특성화고에 근무하는 권모 교사는 “취업률이 4월 1일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그만두고 싶다는 학생들에게도 어떻게든 버텨 보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남 소재 특성화고에 근무하는 이모 교사는 “농촌에 있는 학교에서는 이장에게 도장을 받아 영농업종사자로 취업률을 올리기도 하고, 학교장이 아는 사업장에 재직증명서만 떼 달라고 해 취업률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 결과에서도 특성화고 졸업 취업자로 나타난 1만 1731명 중 4581명은 실제 소득이 없지만 재직증명서 제출만으로 취업이 인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률에만 매달리다 보니 고용의 질은 뒷전이다. 정진후 의원실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 기준 취업률은 2013년 28.2%에서 2014년 29.2%로 1.0%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고용보험 미가입자 기준 취업률은 9.6%에서 15.7%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지만 당국은 수시 감독과 일부 지원 말고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용어 클릭]

■특성화고등학교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 및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 또는 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말한다. 2012년 이후 모든 전문계고가 특성화고로 통합됐으며 현재 공업계열 199곳, 농업계열 42곳, 상업계열 192곳, 가사계열 31곳, 수해계열 8곳에 31만 7000명이 재학 중이다.
2015-05-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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