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의 ‘학부모책’ 오현주씨
“자녀를 우등생으로 만들려면 매일 15분씩만 투자하세요.”서울시교육청의 학부모책으로 선정된 오현주(가운데)씨가 딸 연아(왼쪽), 연우양과 함께 밝게 웃고 있다.
오현주씨 제공
오현주씨 제공
초등학교 3학년 연우와 유치원생 연아를 키우는 학부모 오현주(44)씨가 말하는 자녀 공부 비법이다. 오씨는 서울시교육청이 이달부터 실시하는 ‘학부모책’ 프로그램의 학부모 가운데 한 명이다. 학부모책은 자녀 교육의 비법을 공유하고자 시행하는 ‘사람책’(휴먼북)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 학부모책을 신청하면 해당 학부모가 학교로 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는 것으로, 시교육청이 지난달 심사를 거쳐 10명을 선발했다.
학부모 중 ‘애들 좀 키워 봤다’는 이들이 많이 지원했지만 오씨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초등학생 교육법을 내세워 학부모책에 선정됐다. 두 딸을 키우면서 사교육 한번 안 시키고도 우등생을 만든 ‘엄친아(엄마랑 친한 아이) 복습노트’가 바로 그 비결이다.
오씨의 복습노트는 서울 시립 어린이도서관에서 배운 ‘자기주도학습법’ 강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복습노트를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복습노트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씨는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느냐고 따지듯이 물으면 안 된다”며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니’부터 시작해 ‘학교에서 뭘 배웠니’로 넘어가야 거부감이 없다는 뜻이다.
자녀에게 말을 시키는 것은 언뜻 보기엔 단순한 방법이지만 남에게 설명하는 기억이 오래간다는 ‘메타 인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복습노트를 만들면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다. 오씨가 복습노트에 ‘엄마랑 친한 아이’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씨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5분 동안 이야기하고 차츰 이야기 시간을 15분 정도까지 늘려 가라”며 “노트에 직접 쓰는 것은 이런 과정을 충분히 거친 뒤에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연우양도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이야기하는 시간이 5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오씨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매일 40분을 넘기고 있다.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학교 생활과 관련한 내용을 70%쯤, 학습에 대한 내용을 30%쯤 하는 게 좋다. 그리고 실제로 노트에 쓰는 것은 자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오씨는 “엄친아 복습노트를 하면 학습과 인성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며 “많은 사람에게 이 방법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12-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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