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교 서열화 문제 등 근본적 대책은 없어
교육부가 17일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쏠린다.작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기는 처음이다.
교육부는 애초 올해 4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으려고 했다가 세월호 참사 등이 발생하면서 발표시기를 미뤄왔다.
이번 대책은 일정 부분 사교육 확대를 막을 방안을 담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영어·수학 사교육 막자” 맞춤형 전략 =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사교육 수요가 높은 영어, 수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EBS 수능연계 영어 교재의 어휘가 교과과정 수준을 뛰어넘지 않도록 난이도를 낮추고 수학 교재의 종류와 문항 수를 줄이기로 했다.
이는 영어, 수학에 대한 사교육 부담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올해 2월 발표된 ‘2013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23만9천원으로 2012년보다 3천원(1.3%) 늘었다.
특히 작년에 국민이 부담한 사교육비의 65%를 영어(34%, 6조3천억원)와 수학(31%, 5조8천억원)이 차지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그동안 EBS 수능 교재의 많은 학습량과 문항 난도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교육부는 학원비 과열을 낮출 예방책도 제시했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를 금지하는 방안이 도입되면 최근 유아로까지 확대된 사교육 열풍을 막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학원비 ‘옥외가격 표시제’의 전면 시행은 학원들이 정확한 정보를 학부모, 학생에게 제공함으로써 경쟁적으로 가격 부풀리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영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심화연수 등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10명 정도의 소규모 ‘방과후학교’ 수업을 권장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은 사교육 확대를 억제할 구체적 조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 근본적 처방되기는 힘들 듯 = 사교육 경감 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교원단체와 시민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사교육의 근본적 원인인 대학 서열화와 대학 및 고교입시에 대한 손질 없이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대책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 서열, 학벌주의, 학력 간 임금격차 등을 사교육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인 조치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경감대책은 지엽적이고 그동안 나왔던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교육 현장에서 냉소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교서열 체제, 대학서열 체제를 해소하고 입시제도를 대입자격고사형태로 전환하는 등 사교육수요를 실질적으로 억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가 특수목적고 및 자립형 사립고 강화, 대학구조조정정책으로 고교와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는 방향이어서 사교육 경감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고입 전형을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에 맞게 출제하도록 개선하고 대학입시와 관련해 내년 3월까지 수능개선위원회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급학교 진학의 경쟁이 심한 교육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미흡한 조치라는 얘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는 “EBS 교재의 난이도 조정,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 금지 검토 등은 나쁘지 않은 정책이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입시제도 문제, 학교 서열화 등 사교육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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