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 대 1… “입학, 로또 된 것 같아요”

40.5 대 1… “입학, 로또 된 것 같아요”

입력 2014-11-27 00:00
수정 2014-11-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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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학비 무료·우수한 교사진… 국립 서울교대부설초교 신입생 추첨 현장 가보니

“(서울교대)총장님께서 1순위 당첨자를 뽑겠습니다. 279번입니다.”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부설 초등학교 대강당에선 연신 탄식이 터져 나왔다. 당첨자는 강당 안에 없었다. 학부모 300여명이 모인 대강당 외에도 대기실 39곳에서 학부모 50여명이 추첨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번호가 적힌 공이 나올 때마다 학부모들은 마음을 졸였고 당첨된 이들은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방송실로 향했다.

서울사대 부설 초등학교와 함께 두 개뿐인 국립초교인 이곳은 학기당 등록금만 200여만원에 이르는 사립초교에 비해 교육 과정과 교사진이 전혀 뒤지지 않는 데다 학비도 무료여서 더 인기가 뜨겁다. ‘강남’에 있는 점도 과열경쟁을 부추겼다.

2015학년도 신입생 경쟁률은 40.5대1. 남녀 학생을 48명씩 뽑는데 3884명이 몰렸다. 역대 최고 경쟁률(40.9대1)이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사립초교 39곳의 평균 경쟁률은 2.4대1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곳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서울에 주소지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위장전입’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식을 벗어난 경쟁률이 빗나간 교육열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는 비판도 있다.

학교 측은 추첨 내내 ‘공정성’을 강조했다. 부피 70㎤가량인 원통 안에 추첨 공을 넣은 뒤 각 대기실 대표자들이 제비뽑기를 했다. 추첨자도 앞서 당첨된 학부모로 계속 바뀌었다. 그럼에도 당첨자들이 특정 번호대에 몰리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60대 남성은 “원통을 뒤집어 공을 섞어 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학교 측은 입회 경찰관에게 공을 섞어 달라고 부탁했다.

한바탕 전쟁이 끝나자 학부모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는 김모(41·여)씨는 “유난을 떠는 것 같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같은 줄에 앉아 있던 학부모가 당첨되는 모습에 부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며 “이 학교에 당첨되는 건 정말 로또와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직장에 간 아내 대신 추첨에 온 김모(42)씨는 “다른 사립초교에 합격해 부담은 없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며 “웬만한 전문직 맞벌이 예비 학부모들은 한번쯤 고민을 했거나 지원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첨이 됐는데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학부모도 있었다. 주부 고모(41·문래동)씨는 “기쁘기는 한데 사립처럼 스쿨버스가 있는 게 아니어서 이사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학교 인근 집값이 너무 비싸 상의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홍모(38·공무원)씨는 “경쟁률이 심해 설마 될까 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다”면서 “금호동에 살지만 지하철이 잘 뚫린 만큼 아이가 집에서 등하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명문 초등학교와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등이 명문대를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다 보니 빗나간 과열 경쟁이 발생한 것”이라며 “공립 초등학교의 질을 하루빨리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11-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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