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항 검토과정 문제점
이번 수능 세계지리 출제 오류 사태를 키운 것은 교육부의 고집 탓이었다는 지적이 높다. 하지만 수능 문항을 출제하고 이를 검토하는 과정이나, 이의 제기 뒤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이런 맹점을 없애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31일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문제는 대학교수 및 고교 교사들로 구성된 300여명의 출제진과 교사 위주의 검토진 200명 등 모두 500여명에 의해 만들어진다. 출제와 검토에는 모두 3주 정도 소요된다.
출제진은 보안 장소에 격리된 채 문항을 만들고 이후 과목 간 검토, 계열 간 검토, 영역 간 교체 검토 등을 거친다. 검토진은 1·2차에 걸쳐 또다시 별도로 검토하고 연석회의를 통해 최종 검토를 마친다. 평가원 측은 “출제 후 모두 여섯 차례 검토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토위원들이 대부분 교사인 까닭에 출제진인 대학교수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가 됐던 세계지리 문제를 직접 검토했던 모 교사는 “이번 오류는 출제진도 검토진도 모두 놓쳤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검토위원들이 오류를 지적해도 ‘교수가 만든 문제를 교사가 왜 문제 제기하느냐’며 뭉개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수능 출제는 대학교수에게 큰 영예”라며 “문제 출제에 오류가 있다고 제기하는 일은 그런 영예를 한꺼번에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인데, 바닥이 좁은 이곳에서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세종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11-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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