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 3일째 본관 점거…총장 요청으로 경찰 병력 1600명 투입

이화여대 학생 3일째 본관 점거…총장 요청으로 경찰 병력 1600명 투입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7-31 00:02
수정 2016-07-3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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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시간 갇혀 있던 교수·교직원 5명 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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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본관 진입해 학생 연행하는 경찰
이화여대 본관 진입해 학생 연행하는 경찰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 진입한 경찰이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을 연행하고 있다. 2016.7.30 [이화여대 학생 제공=연합뉴스]
이화여대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기로 하자 학생들이 대학 본관을 사흘째 점거하며 농성을 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이 과정에서 학교측 요청으로 경찰 병력이 투입돼 농성중인 학생들을 밖으로 끌어냈고, 46시간 정도 갇혀있던 교수와 교직원 5명이 풀려났다. 일부 학생들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가운데 학생 100여명은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 건물에서는 28일 오후 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점거농성이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시간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400여명의 학생이 본관 1층과 계단을 점거 했으며, 현재 100여명이 점거농성 중이다.

농성은 28일 오후 2시에 열린 대학평의원회 회의에서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폐기하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에 페인트를 칠하고 계란을 던지며 학교 측에 반대 의사를 표하던 농성 참여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성 학생들은 28일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 평의원 2명을 포함해 교수 4명과 교직원 1명 등 5명이 46시간가량 갇혀 있었다.

경찰은 30일 정오께 학교 측 요청을 받고 본관 안으로 들어가 농성중인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밖으로 끌어냈고, 갇혀 있던 교수·교직원 5명을 모두 데리고 나왔고,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최경희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15분께 경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학교로 출동해 안에 있는 교수와 교직원을 데리고 나와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앞서 학교 측은 지난 28일 최 총장 명의로 경찰에 출동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경찰이 학내 갈등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자 이날 전화로 재차 출동을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학교 안팎에 21개 중대(1천6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본관 진입 과정에서 경찰과 학생들간 몸싸움이 있었고, 찰과상 등 부상을 입은 학생들도 있었다.

최근들어 대학 학내 사태에 경찰 병력이 투입된 경우는 드문 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수사에 들어갈 경우 농성 학생들에게 감금 혐의나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학내 문제인 만큼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농성 학생들은 최경희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측과 학생들간 주장과 요구조건이 엇갈려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양측간 대화에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사태를 대학당국의 국책사업 수주를 둘러싼 건설적인 의견수렴의 본질을 넘어 변질된 집단행동으로 판단하고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는 5월 교육부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할 대학을 두 번째로 모집할 때 신청해 이달 초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선정됐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고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라이프대학 정원은 150여명이며 2017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갑작스럽게 단과대 신설 소식을 접한 상당수 학생은 기존 학생과 신입생의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미래라이프대학 학생들도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이화여대에는 평생학습자를 위한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을 1984년부터 운영 중인 점을 지적하며 이번 단과대학 사업을 비판하기도 한다.

총학생회 측은 “60명의 정원 조정이 조건이었던 1차 선정 때에는 신청하지 않았다가 이 조건이 빠진 2차 선정 때에야 신청한 점, 교육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사업이라는 점은 학교가 ‘돈벌이’를 위해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부합할뿐더러 다른 대학에도 고졸 직장인을 위한 전형이 이미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등에는 이미 고졸 재직자 입학전형이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없었다”라면서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입학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양질의 교육과정을 준비해 ‘이화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성 학생들은 이날 오후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측이 평화시위 중인 학생들을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끌어냈다”며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계획이 폐기될 때까지 본관에서 오늘 밤은 물론 계속해서 농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최 총장이 임기 내 수많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학생 의견 수렴없이 독단행동을 했다”면서 “학내에 1천600여명의 경찰이 들어오는 것을 방치하고 본관 학생들을 무력으로 끌어내도록 했다”며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탄핵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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