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마비에 밥 대신 빵으로…일부 학교는 단축수업

급식실 마비에 밥 대신 빵으로…일부 학교는 단축수업

입력 2017-06-29 15:40
수정 2017-06-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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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볶음밥 도시락도 등장…“파업 이해돼” vs “아이들 볼모로 잡나”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시·도교육청 인근서 파업행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29일 이틀 일정으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일선 학교에서는 급식이 빵과 우유로 대체되는 등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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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급식 대신 지급된 빵과 우유 등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2017. 6. 29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9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급식 대신 지급된 빵과 우유 등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2017. 6. 29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경기도 수원의 A초등학교는 급식실 조리실무사 4명 중 2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아 급식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급히 빵과 우유, 간식을 주문했다.

총파업이 아니었다면 현미 찹쌀밥, 낙지 수제비, 치즈불닭, 배추 겉절이 등의 메뉴로 점심 식단이 짜일 예정이었지만 이날은 초코소라빵, 사과 주스, 꿀떡, 자두를 대체식으로 준비했다.

A초등학교 영양사는 “조리실무사 두 분 만으로 300명이 넘는 학생의 급식을 준비하기 어려워 부득이하게 빵 등으로 대체한 것”이라며 “대체식이지만 학생들이 배고파하지 않도록 평소 급식 열량과 동일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보기 어려웠던 도시락이 교실에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급식실 종사자 7명 중 6명이 파업에 참가한 광주광역시 B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의 절반이 넘는 350여 명이 도시락을 싸왔다.

간단한 김밥이나 볶음밥 등이 대부분이었고, 평소 도시락을 사용하지 않아 반찬 통에 급하게 싸온 흔적이 엿보였다.

대전 샘머리초등학교 6학년생 학부모는 “여름이라서 혹시 음식물이 변질될까 봐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가져 왔다”며 “한 번도 도시락을 준비한 적이 없어서 어려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볶음밥과 과일을 간단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개인 도시락을 준비하기 쉽지 않은 한부모 가구나 맞벌이 가정 등을 중심으로 교육청과 학교에 항의도 잇따랐다.

인천 가좌고 관계자는 “학부모로부터 ‘인근 학교는 급식하는데 왜 우리 학교만 도시락을 싸느냐’는 민원이 제기돼 현 상황을 안내해드렸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아예 단축수업을 했다.

이날 4교시 수업만 하기로 한 인천 청라고 관계자는 “조리종사원 7명 중 6명이 파업에 참여했는데 내일부터 1학기 2회 고사를 치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단축수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크고 작은 불편에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일부는 불만을 제기했다.

급식 대신 빵으로 점심을 때운 초등학교 6학년 성모군은 “기대했던 급식이 나오지 않아 실망했는데 급식실 아주머니들께서 근무여건이 힘들어 파업에 참여하는 사실을 알고는 한편으로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혼자 아이 둘을 키운다는 학부모 C씨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을 나가야 하는데 두 아이의 도시락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는데도 아이들 점심을 볼모로 하는 파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전 10시 기준 1만2천518개 국공립 초·중·고 가운데 28.5%인 3천294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1만4천991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파업 참여 학교 중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1천929곳이다. 이 중 515곳은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도록 각 가정에 사전 통보했으며, 1천149곳은 빵·우유 급식을 결정했다. 또 159곳은 단축수업을 하고 114곳은 현장학습·학예회 등으로 대체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지부별로 각 시·도교육청 인근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경기도교육청 인근 도로에서는 경기지부 조합원 7천여명(주최 측 추산·경찰추산 4천여명)이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근속수당 인상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자유한국당 경기도당∼만석공원 약 3.5㎞ 구간을 행진한 뒤 해산했다.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한 조합원 600여명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은 40∼50대 엄마들”이라며 “엄마들이 투쟁하는 건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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