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부실급식 논란…영양교사-조리사 갈등도 원인

학교 부실급식 논란…영양교사-조리사 갈등도 원인

입력 2016-07-03 10:38
수정 2016-07-03 10: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신분 차이, 애매한 직무 규정…조리원 처우 개선 주장도

최근 대전 봉산초 부실급식 논란을 계기로 학교 내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갈등 구조, 조리사 또는 조리원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아직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봉산초의 경우 영양교사와 조리사, 조리원들이 오랜기간 갈등을 겪었고, 학부모들이 온라인에 사진을 올리며 촉발된 부실급식 논란 역시 결국은 그러한 갈등이 원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학교 급식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면서 급식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도 늘었지만 신분상의 차이, 애매한 직무 규정 등으로 인해 갈등의 소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 일은 비슷하지만 신분·관리 법령 달라

3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학교 급식이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된 이후 현재 초·중·고 전체 1만1천698개교(올해 2월 말 기준)가 100% 급식을 하고 있다.

급식이용 학생 수도 전체 초·중·고생 615만명 중 614만명에 달한다. 도시락을 싸오는 일부 학생 등을 제외하고 99.9%의 학생이 급식에 참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학교 급식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급식 인력은 직종별로 영양교사와 영양사, 조리사와 조리원으로 나뉘는데 2월 말 기준으로 영양교사와 영양사가 총 9천975명, 조리사가 1만228명, 조리원이 5만2천624명이다.

각 학교에는 보통 영양교사 또는 영양사 1명, 조리사 1명, 조리원 4∼8명 정도씩 배치돼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신분이 서로 다르고, 직무도 다소 애매하게 구분돼 있다는 데 있다.

우선 영양교사는 정식 교원 신분이며,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은 대부분 학교 회계직이라 불리는 비정규직이다.

직무의 경우 일반적으로 영양교사나 영양사가 식단 작성을 포함한 관리 업무를 하고, 조리사와 조리원들이 이에 맞춰 직접 조리를 담당하지만 법령상으로는 다소 모호하다.

영양교사와 조리사만 놓고 본다면, 영양교사는 교원이기 때문에 초중등교육법과 학교급식법, 즉 교육부 소관 법령에 따라 배치돼 직무를 수행한다.

학교급식법 시행령 제8조에는 ‘영양교사는 식단 작성, 식재료 선정 및 검수, 위생·안전 관리, 식생활 지도, 영양상담, 조리실 종사자 지도·감독 등을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조리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의 식품위생법에 따른 직종이다.

식품위생법 제51조는 ‘50인 이상 집단급식소에 조리사를 두어야 하며, 조리사는 식단 작성, 검식 및 배식 관리, 구매식품의 검수 및 관리, 위생 관리, 종업원에 대한 위생교육 등을 한다’고 돼 있다.

관리 법령은 다르지만 역할은 비슷하면서도 모호하게 구분 지어져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조리사 단체 등이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학교급식법 시행령에도 조리사 직무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 교육부도 한때 이를 검토했으나 교원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영양교사회 회장인 김진숙 교사(서울 양목초)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잘하고 있지만 (봉산초 등 일부 학교의 경우) 영양교사와 조리사 간 소통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조리원 처우도 문제…“월 130만원에 격무 시달려”

조리사, 특히 조리원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도 결과적으로 급식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조리원들의 월 급여는 1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인 이들은 정규직에게 자동 적용되는 기본급 3% 인상에서도 제외되는 데다, 방학 중에는 일이 없어 임금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학교 직원 위계 구조상 최하위에 있다 보니 인격적인 대우를 못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학생이나 다른 직원들로부터 ‘아줌마’ 등으로 불리며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20대의 젊은 영양교사 또는 영양사가 자신이 관리·감독권을 지녔다는 이유로 40∼50대의 조리원들에게 함부로 대해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이윤재 정책국장은 “상당수 조리원이 인격적으로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몸이 아파도 대체 근로자를 찾기 어려워 병원에도 가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상여금 지급 등의 처우 개선과 함께 조리원 수를 늘려 급식실 전반의 노동 강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3∼24일 이틀간 파업을 벌여 서울, 제주 등을 중심으로 급식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울지역 비정규직노조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단식농성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입시위주 교육 개선을 내세워 야간 자율학습 폐지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교육계 일각에서는 급식 문제도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야자’를 하게 되면 학교에서 석식까지 공급해야 해 조리원들의 업무 부담 가중, 초과 수당 지급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측은 “급식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를 낮춰주고 처우 개선과 근무환경 개선 노력을 병행한다면 급식의 질 향상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