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서 머리카락·휴지·플라스틱…반찬 던지듯이 주기도

학교 급식서 머리카락·휴지·플라스틱…반찬 던지듯이 주기도

입력 2016-07-03 10:16
수정 2016-07-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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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대상 식재료로 만든 음식 납품하기도…교육부 “지도·감독 강화”

‘삼계탕에 닭이 없고 다리만…학생이 급식 안 먹는 이유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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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초등학교 급식사진에 네티즌 분노
황당한 초등학교 급식사진에 네티즌 분노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급식 사진들은 소량의 우동과 꼬치 한 개, 수박 한 조각, 단무지 한 조각이 달랑 올려져 있는 식판 등 어린이들을 위한 한 끼 식사로 보기 어려운 음식을 보여준다. 이들 급식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부실 불량급식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회 제공=연합뉴스
최근 강원도 한 고등학교 학생 A군은 교내에 ‘급식 문제점 및 불만 사항’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A군은 “같은 3천300∼3천500원 급식인데 다른 학교와 양적, 질적으로 차이가 심하다”며 “6월 9일 감자탕에는 뼈가 1개밖에 없었다. 삼계탕이라는 메뉴에는 닭이 없고 다리만…닭봉도 반찬으로 3개가 고작이다”고 적었다.

이어 “급식이란 적어도 학생이 먹고 배고프지 말아야 합니다. 급식이 매점 좋아하라고 주는 밥이 아니잖아요”라며 “학생이 밥을 안 먹으면 그 이유를 생각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소식을 접한 학교 측은 당혹스러워하며 다음 날 대자보를 떼고 학생회와 급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학교 관계자는 “과거 민간업체가 하던 것을 이어받아 직영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대부분 학생은 급식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유독 판단이 다른 학생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지금도 “급식 상태가 예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부실·불량한 학교 급식을 지적하는 학생, 학부모 불만이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 등이 SNS에 올린 급식 사진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이 받아든 식판에 담긴 음식이라고는 소량의 우동과 꼬치 한 개, 수박 한 조각, 단무지 한 조각이 전부였다. 한 끼 식사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온라인 공간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안쓰럽고 안타깝다”며 학교와 교육 당국을 성토하는 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봉산초 학부모가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 자체 조사결과 급식실 식탁, 배식대, 도마에서 기준치보다 수십 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5∼6학년 2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밥과 국, 반찬에서 머리카락, 휴지, 플라스틱 조각 등이 나왔다는 응답도 있었다.

비대위는 비위생적 불량급식 책임을 물어 대전시교육청에 관련자 징계 및 영양사·조리사 전원교체, 급식 질 향상과 위생 상태 개선 계획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불량급식 실태를 폭로한 지 1년 넘도록 교육 당국은 전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그사이 피해가 어린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파문이 일자 대전시교육청은 “봉산초 특별감사와 학부모·사회단체 등으로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며 “교육청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대전 동산초등학교에서 학생 70여명이 급식에 의한 식중독 의심 증세를 호소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지 못할 뿐 급식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는 학부모들도 많다.

인천 한 섬 지역 초·중·고 통합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2달 전 학교 급식 모니터링에 참여했다가 배식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조리 종사원들이 ‘잔반이 남지 않게 하라’는 지시에 따라 밥과 반찬을 터무니없이 적게 주는 것을 보고 항의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일부 급식 종사자들은 학부모 항의를 받으면 아이들에게 반찬을 던지듯이 주는 등 불친절하게 대한다”며 “교육청이 급식 종사자에게 별도 인성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초·중학교에 두 자녀가 다니는 학부모는 “첫째는 학교 급식을 좋아하지만 둘째는 크게 만족하지 않는다”며 “영양사 실력에 따라 학교 급식 맛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대구에서는 폐기 대상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장기간 일선 학교에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북에서도 최근 학교급식소와 업체를 점검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제조 일자를 표시하지 않은 제품을 보관한 16곳이 적발됐다.

교육 당국은 수년 전부터 각종 학교 급식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

부산시교육청은 2014년 11월부터 모든 학교가 당일 제공한 급식을 학교 홈페이지 ‘오늘의 식단’ 코너에 올리도록 했다.

학교 급식 질 향상을 위해 컨설팅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해마다 학생, 학부모 지적이 끊이지 않자 지도·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울산에서는 하반기부터 음식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평가단이 모든 학교를 돌며 식단을 점검한다. 또 직접 맛을 보고 우수 사례를 일선 학교에 전파한다.

교육부는 급식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학교가 있으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급식 운영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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