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수능에 수시 준비했던 학생들 정시 전략 고민
“자, 이제부터 성적표를 나눠줄 겁니다. 이름을 부르면 앞으로 나오세요.”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2일 오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한숨과 안도가 교차했다.
교사가 A4 용지에 인쇄된 성적표를 들고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으악”하는 탄식을 일제히 내뱉었다.
교사는 성적표를 나눠주면서 “고생했다”, “마음 편하게 먹어라”, “성적 잘 나왔다”, “낙담하지 말라”며 학생들에게 일일이 격려와 위로를 건넸다.
성적표를 손에 쥔 학생들은 대체로 수능 시험 다음날 가채점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등급 떨어졌어”라고 외치며 자리에 엎드려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 학생도 있었고,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와 “아싸”라고 외치며 기쁨을 만끽하는 학생도 있어 희비가 엇갈렸다.
성적표를 찍어 부모와 학원 강사에게 메신저로 전송하는 학생, 성적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실눈으로 등급만 확인하고 재빨리 가방에 집어넣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학교 박희우 은 “영어 등급이 가채점 때와 비교해 한 등급 떨어져 수시로 지원한 대학 중 한 학교의 등급 컷에 걸려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남은 시간 정시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군은 “국어B가 평상시보다는 2개 등급이, 가채점 결과보다는 1개 등급이 떨어졌다”며 “내일 학교에서 다 같이 정시 박람회를 가는데 어떤 전형이 유리한지 머리를 싸매고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서연 양은 “국어B에서 혹시 마킹 실수를 했을까 봐 정말 조마조마했다”면서 “그래도 국어를 포함한 전 과목 성적이 가채점 결과 그대로 나와 정말 안도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성적표를 받아든 서울 종로구 경복고 3학년 이과반 교실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머리를 밝게 염색하거나 파마를 한 학생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고, 새로 장만한 듯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만지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과 성적을 비교해본 뒤 한숨을 계속해서 내뱉었고, 1등급을 받은 과목이 있다는 친구에게 축하의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이 학교 김성호 군은 “수능이 너무 어려워서 가채점도 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더 낮게 나온 것 같아 큰 걱정”이라면서 “수시 준비 중이었는데 최저등급을 못 맞출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승연 군은 “영어가 굉장히 불안했는데 다행히 등급이 괜찮게 나왔다”면서 “수시 전형 중인 학교에 갈 수 있을 만한 성적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미나 서초고 3학년 부장교사는 “올해는 작년과 달리 수능에 변별력이 있어 정시 지원 지도가 수월할 것”이라며 “예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낙담하지 말고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정시 전형을 찾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