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조심·거리두기’ 靑의 속내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영남권 신공항 발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전날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받은 뒤 “결과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정부가 이날 신공항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지난 며칠간 청와대는 극도로 입조심을 해 왔다. 청와대 참모들은 기자들이 신공항 얘기를 물을 때마다 직답을 피한 채 “관련 부처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등 애써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밀양이 선정되면 부산·경남(PK) 민심이, 가덕도가 선정되면 대구·경북(TK)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눈치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공항 얘기가 나오자 한숨을 쉬며 “(후유증이) 걱정된다”는 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청와대가 프랑스 용역 조사팀이 입국한 바로 다음날인 21일 결과 발표를 결정한 것도 시간을 끌면 괜한 정치적 오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입조심·거리두기 기류는 결과 발표일인 이날도 이어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아침 기자들의 질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입을 닫았다. 발표가 나온 뒤에도 청와대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는 등 거리두기를 계속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만 했다.
결과적으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제3의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 주변에서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아무리 그래도 박 대통령의 출신지인 TK에 가까운 쪽, 즉 밀양으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그동안 우세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결과가 최악의 후유증을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은 편이라며 안도하는 눈치도 감지된다. 밀양이나 가덕도 중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결과가 나왔을 경우 탈락한 쪽에서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부 참모진 사이에서는 “이 결과가 차라리 낫다”는 반응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2016-06-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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