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에 표 날아갈라”… 文·安, 사드 배치 ‘진전된 입장’ 선회

“北風에 표 날아갈라”… 文·安, 사드 배치 ‘진전된 입장’ 선회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17-04-11 22:34
수정 2017-04-1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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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기’ 대선주자들 셈법

안보관 공격에 다각 대응 나선 文
“北 핵 도발 계속땐 사드 불가피”
‘국민투표 검토 → 배치’ 주장 安
“사드 반대 당론 수정 요구할 것”
文, 비상회의 정의당 외 모두 거부
조기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북풍’(北風)이 이슈로 급부상했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이슈에 가려 북풍이 비켜갈 것으로 당초 예상됐었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4월 한반도 위기설이 증폭된 11일 대선 후보들은 ‘안보 공론장’에 강제 소환됐다.

2012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에 휘말려 곤혹을 치른 적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가장 다각적으로 대응했다. 보수 진영의 ‘안보 불안 후보’ 낙인 프레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해 국회의장과 5당 대표 및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5+5 안보비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그간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다소 모호하게 대처하던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도 한층 명확해진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문 후보는 북핵 고도화가 전제될 경우를 상정한 뒤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기존과 달라진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러나 북한이 북핵을 동결한 가운데 완전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면 사드 배치 결정을 잠정적으로 보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문재인 캠프 수석대변인은 “북한에 무모한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게 메시지에 담긴 첫 번째 의미”라면서 “미국에도 한반도 긴장을 불러일으킬 조치나, 우리와 협의 없이 일방적인 선제타격을 해서는 안 된다는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긴 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보수·중도 표심을 공략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문 후보보다 앞서 ‘사드 배치 불가피론’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었다. 앞서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지난해 10월 8일 한·미 국방장관이 서명한) 국가 간 사드 배치 합의를 깨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까지 안 후보는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 대상”이라거나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했었다.

문 후보가 선수를 치며 제안한 ‘5+5 안보비상회의’는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 전부에서 거부당했다.

이날 경기 파주 임진각을 방문해 ‘보수대통합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안보 위기 국면을 백분 활용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문 후보의 제안은 안보정치쇼”라고 일축했다. 홍 후보는 “안보위기와 혼란을 가져온 장본인은 호남 1중대장 문재인, 호남 2중대장 안철수”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이제껏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한 문 후보가 무슨 자격으로 후보들을 모으는지 굉장히 오만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마저 “안그래도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대선 후보가 호들갑 떨면 안 된다”며 차별화를 꾀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7-04-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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