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득과 실
EU·호주 등도 잇달아 제재 동참인도적 지원·남측정보 유입 끊겨
北미사일 도발·5차핵실험 감행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 닫힌 남북 관계
개성공단 폐쇄 1년을 하루 앞둔 9일, 개성으로 향하는 길목인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 입·출경 게이트 신호등에 통행 불가를 뜻하는 ‘엑스’(X) 표시가 켜진 채 차단봉이 내려져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지난해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 결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을 감행했지만 안보리의 결의안 논의는 중·러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갔다. 이에 정부가 독자 대북 제재 차원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며 제재 의지를 강조하자 안보리 논의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결국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결의 2270호 도출로 이어졌다. 이후 안보리는 물론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이 잇달아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남북 교류·협력 역시 전면 중단됐고 남북 관계는 2000년 6·15공동선언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지난해 여름 함경북도에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으나 정부는 제재를 이유로 ‘인도적 지원’마저 거부했다. 개성공단 중단 이후 대북 지원은 유진벨재단의 결핵약 지원 등이 전부다.
강력한 제재 카드를 너무 일찍 꺼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개성공단 중단은 사실상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제재 조치다. 그럼에도 북한은 지난해 중·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으며 9월에는 5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이후 우리 정부가 내놓은 독자 제재 조치는 기존 제재를 강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만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다고 해도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제재 카드가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중단으로 남한 정보가 대량으로 유입되는 경로가 끊긴 점도 아쉽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지급된 물자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등 개성공단이 북한에서 남한의 발전상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7-02-10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