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101개 신설, 거미줄 GTX, 트램… ‘공수표’ 수십조 남발

지하철역 101개 신설, 거미줄 GTX, 트램… ‘공수표’ 수십조 남발

입력 2020-04-07 22:22
수정 2020-04-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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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정당 총선공약 분석<하>

민주·통합 인천·경기 출마자 전수조사
60명이 GTX 신설·연장·노선변경 장담
국토부도 검토 중인 D노선 연장 못 박고
지하경전철·통일로지하철 개통도 주장
“실현 가능성도 낮은데… 무책임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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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여야 후보들은 4·15 총선 정책 공약으로 지하철역과 경전철 신설 등 대규모 교통공약을 쏟아 냈다. 특히 인천·경기 지역에 출마한 주요 정당 후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연장하거나 역을 새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광역 교통망 확충을 원하는 수도권 표심을 노린 공약이지만 대부분 ‘공수표’로 끝날 가능성이 큰 무책임한 약속이란 비판이 나온다.

●내년 착공 앞둔 GTX-C 노선 관련만 22명

7일 총 72개 의석이 걸린 인천과 경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교통공약을 서울신문이 전수조사한 결과 60명의 후보가 GTX 관련 공약을 내놨다. 이 중 대부분은 현재 확정된 A, B, C 노선을 자신의 지역구까지 연장하거나 노선 중간에 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이었다. 특히 2021년 착공을 앞둔 GTX-C(덕정~수원) 노선의 변경을 약속한 경우가 많았다. GTX-C 관련 공약을 낸 후보는 경기에서만 22명에 달했다.

안양동안을 민주당 이재정 후보와 통합당 심재철 후보는 GTX-C 인덕원역을 신설하겠다고 공히 공약했다. 동두천·연천의 민주당 서동욱, 통합당 김성원 후보도 입을 모아 GTX-C 노선을 동두천·연천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평택갑, 평택을, 가평, 안산 등 이 노선의 종점·기점 인근에 위치한 지역구 후보들은 어김없이 노선 연장 공약을 냈다.

국토교통부에서 검토 단계에 있는 GTX-D를 지역구로 끌어오겠다는 약속도 쏟아졌다. 인천 서을의 민주당 신동근, 통합당 박종진 후보는 이 노선을 인천 서구까지 끌어오겠다고 약속했다. 중·강화·옹진의 민주당 조택상 후보는 이를 강화도까지 연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무리하게 추진 땐 국가교통망 왜곡 우려

광역철도망 구축은 국가 단위의 장기 계획인 데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 역 신설과 노선 연장이 쉽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 인프라를 깐다는 의미이기는 하다”면서도 “교통 인프라 공약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유권자들이 이를 얼마나 진실되게 받아들일까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GTX 외에 지역 개발 ‘단골 공약’인 지하철역 신설도 빠지지 않았다. 경기·인천 주요 정당 후보들이 신설을 약속한 지하철역 수는 총 101개다. 역 하나에 최소 100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역사를 짓는 데만 10조원이 넘게 든다. 트램(노면전차) 공약도 반복됐다. 성남 트램, 부천 트램, 고양 트램, 화성 동탄 트램 등 인천·경기에서만 16명의 후보가 트램 공약을 냈다. 경기 부천을에 출마한 통합당 서영석 후보는 상동역부터 신중동역을 잇는 트램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의정부 지하 경전철, 통일로지하철 등 아예 새로운 노선을 만들겠다는 후보도 있었다.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통합당 이경환 후보는 고양 삼송에서 신원역까지 이어지는 통일로지하철(가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후보들의 교통공약 남발은 전체 공약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유권자들에게도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특히 당선된 실세 의원이 무리하게 노선 변경이나 역 신설을 강조할 경우 국가 교통망 확충 계획을 왜곡할 우려도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2040 국토개발계획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작은 공약”이라며 “이런 공약을 가지고 ‘내가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서울·평양올림픽 유치” “수도권 규제 개혁”

여야의 권역별 공약 경쟁도 ‘메가 이벤트 유치’나 지역 개발 등에 쏠려 있었다. 민주당은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2030년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 개최 등 국제 행사 유치를 약속했다. 통합당은 수도권 전체 민심을 잡고자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 개혁을 앞세웠다.

49석이 걸린 서울에서 민주당은 미세먼지 걱정 없는 도시, 서울형 대기질 개선을 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 화폐 브랜드 ‘제로페이’ 가맹점 추가 확보와 결제 시스템 개선도 주요 공약이다. 통합당은 주차 전쟁을 끝내겠다며 공원·학교·도로 등 공공시설 지하공간을 개발해 주차장을 확보한다고 공약했다.

부·울·경에서 민주당은 교통망 확충으로 1시간대 생활권 구축을, 통합당은 부산 전역에 차도와 인도 분리 구조물을 설치하는 ‘우리 아이 보행 안심 프로젝트’를 약속했다. 대구에서는 민주당이 ‘청년특별시’, 통합당이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공약을 전면 배치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20-04-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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