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슐츠 전 美 국무장관 100세 별세
소련과 INF 협상 주도… 군비경쟁 종식88올림픽 안전 개최 중·소련 협조 구해
인류화합 큰 기여… 서울평화상 수상
1986년 ‘전두환 정권 양심수 석방’ 압력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에게 요청받기도
6일(현지시간) 별세한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이 2003년 인터뷰를 하던 모습.
팰로앨토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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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뉴욕에서 출생한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경제학·국제학을 공부한 뒤 2차 세계대전 기간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 생활을 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와 시카고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벡텔그룹 대표를 지내는 등 정부 기관과 재계, 학계 등에서도 성공한 인사로 평가된다.
슐츠는 62세이던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의해 국무장관으로 발탁돼 1989년까지 7년간 재임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무장관으로 최장수를 기록했다. 앞서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도 노동장관과 재무장관, 예산관리국장을 역임했다. AP에 따르면 그는 “1980년대의 대부분을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중동 평화 로드맵 구축에 보낸 인사”다. 1987년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협상을 주도하고 성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INF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협상으로 꼽힌다. 이 조약으로 두 나라는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면서 2019년 INF에서 탈퇴했다.
장관 재임 중이던 1985년 고인이 당시 로널드 레이건(왼쪽) 대통령, 조지 H W 부시(오른쪽) 부통령과 백악관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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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고인이 바라보고 있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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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7월 방한 때는 ‘3김(金)’을 동시에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중국, 소련 지도자들로부터 서울올림픽의 안전한 개최에 적극 협력할 것이란 다짐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1992년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지난 30여년간 대한민국이 이룩한 놀라운 업적은 유능하고 정력적인 국민에게 자유, 격동 그리고 지도력이 주어진다면 어떠한 일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잘 보여 주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운 전문기자 jj@seoul.co.kr
2021-02-09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