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유학반 → 생명과학대 → 의전원… 전형적 강남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꾸려진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2019.8.20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대학과 의전원 입시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입시 전문가와 교육계에서는 비리 여부를 떠나 “강남 학부모들이 추구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라고 입을 모았다.20일 교육계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따르면 조씨는 2007학년도 한영외고 입시에서 영어능력 및 교과능력 우수자를 뽑는 글로벌 인재전형이나 정원 외 2%(당시 7명) 이내로 선발하는 특례입학대상자 전형으로 한영외고에 입학해 유학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입시전문가 B씨는 “외고 유학반은 해외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대학 진학반보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학생수가 적어 내신을 따기 쉽다”고 말했다.
조씨가 외고를 졸업해 어문계열이 아닌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진학한 것은 외고가 ‘의대 준비반’, ‘이과반’을 운영하며 전략적으로 의대 진학을 지원하던 당시 상황과 맞물린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7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외고 졸업생의 의대 진학률은 4.9%에 이르는 등 의학과 자연, 공학계열 진학률이 23.0%나 됐다. 입시전문가 B씨는 “외고 유학반에서 의전원 지망생들의 1순위 코스로 꼽힌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입학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의전원 진학을 위해 전략적으로 유학반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한영외고 재학 중이던 2008년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의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거치며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이듬해 고려대의 ‘세계선도인재전형’에 합격했다. 외고와 자사고 등에서는 학부모들이 내로라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이 같은 방식으로 ‘스펙’을 쌓는 게 가능했던 셈이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특목고와 자사고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면서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9-08-2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