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몽둥이 들자 ‘자율적으로’ 내린 대입전형료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몽둥이 들자 ‘자율적으로’ 내린 대입전형료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7-08-24 22:32
수정 2017-08-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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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197곳이 올해 대입전형료를 원래 계획보다 평균 7400원(15%)가량 내리기로 했습니다. 대학들은 지난 4월 올해 전형료 수납 계획을 비롯한 대학별 입학전형 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했습니다. 이후 전형료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급기야 인하계획까지 내놓게 됐습니다. 학생 1인당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을 넘어가는 전형료 인하 소식은 반가운 일입니다. 학생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참 찜찜합니다. 교육부와 대학들의 한심한 ‘수준’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단은 지난달 “대입전형료가 합리적이지 못하다면 올해 입시부터 바로잡았으면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교육부가 부랴부랴 몽둥이를 들었습니다. 대학에 ‘대학입학전형료 투명성 제고 추진계획’이란 공문을 보냈습니다. 인하율이 저조한 대학에 강도 높은 실태 조사와 한 해 500억원 규모 재정지원 사업인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입니다.

대학들은 볼멘소리를 내면서도 동참했습니다. 일단은 교육부의 제재가 무서웠을 겁니다. 여기에 변명의 근거가 없었던 게 결정타였습니다. 전형료를 그동안 어떻게 받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썼는지 어느 대학도 자신 있게 밝히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204곳의 4년제 대학이 거둬들인 전형료 수입은 모두 1516억원이나 됐습니다. 같은 전형이더라도 대학마다 받은 전형료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걷은 전형료는 대학별로 다르게 사용됐습니다. 교육부령인 ‘대학 입학전형 관련 수입지출의 항목 및 산정에 관한 규칙’에는 전형료 사용처를 수당, 홍보비, 인쇄비 등 12개 항목으로 규정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대학의 논리가 이렇게 허술한데도 그동안 교육부는 아무 조치도 안 했습니다.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그제야 대학들의 멱살을 잡은 겁니다. 대학들이 하나둘 전형료를 내리면서 교육부는 21일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전형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할 수 있던 일을 하지도 않더니, 윽박질러 얻어낸 것이 뻔히 보이는 데도 ‘자율’이라는 말을 쓰는 데 실소가 터졌습니다.

대입전형료에서 붙은 논란은 이제 입학금으로 옮겨갑니다. 입학금 역시 어떻게, 얼마나, 왜 걷는지 대학들은 설명을 못 하고 있습니다. 입학금뿐 아니라 등록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이 구체적인 명세를 자신 있게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대통령이 또다시 말하기 전에 교육부가, 대학이 먼저 좀 움직이길 바랍니다. “진작 좀 내리지…”라는 타박을 받기 전에요.

gjkim@seoul.co.kr

2017-08-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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