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뜨거운 감자’ 처리 전망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국민 소통창구를 열었다. 메뉴 중 하나인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는 22일 현재 270건이 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대부분이 교육 이슈다. 교육 현안은 청원 글 중 많은 동의를 받은 상위 10개 중 7개를 차지했다. 상위 청원 3개는 8~9월 중 가닥이 잡힐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 여부 ▲초·중등 교원의 증원 등에 관한 글로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들이다.임용 준비생이라고 밝힌 청원자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은 나흘 만에 4800여명의 지지를 얻어 ‘베스트 청원’이 됐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정시 전형을 확대해 달라’는 글은 두 번째로 많은 3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또 ‘영어전문강사, 스포츠전문강사의 무기계약직 혹은 비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2900여명이 동참했다. ‘중등 교과교사 선발 인원을 늘려 달라’는 글도 1100여명이 지지했다. 청와대 측은 “일정 수준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는 부처 장관이나 대통령 수석비서관 등 가장 책임 있는 당국자가 답변을 하겠다”고 했다.
●靑 “일정 수준 추천 땐 당국자 답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사흘 만에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지시하며 ‘교육 개혁’에 속도를 붙이는 듯했지만 대부분의 교육 현안은 국정교과서 문제와는 달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각자 불만이 많다. 현 정부의 국정 지지도가 고공행진 중이지만 교육 현안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자칫 정권에 깊은 상처를 낼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 장관이 늦게 임명돼 아직 인수인계 중이긴 하지만 새 정부가 공약한 교육 정책 중 이행되지 않은 게 많다”면서 “교육 정책을 선거 때 양념처럼 활용하고 집권 뒤에는 후순위로 미뤄 왔던 전임 정권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들의 최대 관심 이슈는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 여부다. 기간제 교사들은 일반 교사와 같은 일을 하고, 상시지속 형태로 장기간 근무했다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직 교사와 임용시험 준비생의 생각은 다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 대변인은 “기간제 교사가 정규직이 되면 임용시험을 통해 교사를 뽑아 온 시스템이 흔들리고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교총은 50만명 청원운동을 벌이며 전면적인 반대 움직임에 나섰다.
올해 전국의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전년보다 40.2% 급감하면서 ‘바늘구멍’ 앞에 서게 된 교대생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자는 “초등 교원은 교육 과정과 내용을 통합적으로 교육해야 하기에 영어 전문 강사 등을 정교사로 전환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달 심의·의결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는 전환 대상에 기간제 교사와 강사는 제외됐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와 영어·스포츠 강사 등 5000여명의 신분 변환 여부를 논의 중으로 이달 말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 “교과교사 선발 인원 3500명 수준으로 늘려 달라”
초·중 교사 선발 늘리기
임용절벽에 맞닥뜨린 중등교원 임용 준비생들은 채용 정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한다. 지난해 전국 중등 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10.7대1로 초등 임용시험보다 약 10배 이상 높다. 교직이수나 교육대학원을 통한 교원자격증이 남발된 데다가 정부 역시 선발 인원을 줄여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일 사전 예고된 올해 공립 중등교사 선발 인원은 3033명으로, 지난해 대비 492명 줄었다.
중등 임용시험 준비생들은 올해 교과교사 선발 인원을 최소 작년 수준으로 회복시켜 줄 것, 학급당 학생 수 등 교육환경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이들 역시 초등 임용시험 준비생들과 마찬가지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은 임용시험을 거쳐 교사가 되려는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선발의 문이 더욱더 좁아질 것이라는 이유다. 급기야 중등교사 임용시험준비생 모임인 ‘전국 중등예비교사들의 외침’은 지난 18일 기간제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막고자 교총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 “학생부 전형 불공정…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
수능 절대평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를 두고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고교에 따라 차이가 있는 내신이나 비교과를 주로 따지는 학생부 종합전형 모두 불공정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대로 수험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고 이를 숫자로 매기는 수능은 수험생의 실력이 그대로 확인되기 때문에 대입 전형 가운데 가장 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상대평가제인 현 수능은 학교나 부모의 배경과 상관없이 노력한 수험생들에게 점수가 돌아가는 ‘기회의 사다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10일 2개의 안을 내놓고, 이번 달 안에 1개의 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1안(일부 과목 절대평가)은 현재 절대평가인 영어, 한국사 외에 새로 도입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4과목에만 절대평가로 치르는 내용, 2안(전 과목 절대평가)은 여기에 국어, 수학, 탐구과목 1개까지 모두 7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4차례에 걸쳐 지역 공청회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1안이 거의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다만 1안이 선택되더라도 수능 절대평가가 문 대통령 공약인 만큼 전 과목 절대평가가 이미 예고됐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7-08-23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