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종 자소서 사고파세요”… 대형 입시업체들 ‘위험한 중개’

[단독] “학종 자소서 사고파세요”… 대형 입시업체들 ‘위험한 중개’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7-08-08 22:32
수정 2017-08-0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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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입시업체들이 대학입시에 성공한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수험생에게 판매하는 이른바 ‘자소서 중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학종) 비중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에 편승해 입시업체가 학생들의 자소서를 돈벌이로 활용한다는 지적과 함께 학종의 본래 취지가 훼손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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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웨이중앙교육이 10일 선보이는 ‘자소서 클라우드’는 수험생들이 대입 합격생의 자기소개서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서비스다. 유웨이중앙교육 홈페이지
유웨이중앙교육이 10일 선보이는 ‘자소서 클라우드’는 수험생들이 대입 합격생의 자기소개서를 돈을 주고 구입하는 서비스다.
유웨이중앙교육 홈페이지
●진학사 이어 유웨이중앙교육도 가세

유웨이중앙교육은 대입 합격생의 실제 자소서를 수험생들에게 판매하는 ‘자소서 클라우드’를 10일부터 시작한다. 합격생이 자소서를 올리면 업체가 이를 검증해 수험생들에게 유료 서비스로 제공한다. 열람 비용 중 2500원은 자소서를 올린 학생에게 저작권료 명목으로 주고 나머지를 업체가 가져간다. 유웨이 측은 ‘자소서 하나만 올려도 수십만원을 벌 수 있다’는 화면을 내세우는 등 최근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업체 관계자는 8일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실제 자소서가 수험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면서 “최근 난립하는 고액 자소서 컨설팅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당 3000~5000원에 열람 가능

앞서 입시업체인 진학사도 대입에 합격한 학생들의 자소서를 중개하는 ‘자소서 월드’를 지난해 8월 개설했다. 대입 합격생들의 자소서를 진학사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수험생이 1건당 3000~5000원을 내고 열어볼 수 있도록 했다.

입시업계는 이런 움직임을 자소서를 활용한 새로운 대입 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컨설팅 비용을 받고 수험생에게 자소서 작성 방식을 알려주었다면, 이젠 ‘성공한 자소서’를 중개하는 셈이다. 특히 두 업체는 대입 원서접수를 대행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표절 걸리면 입시 망칠 수도”

입시업체의 이런 자소서 중개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서울지역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실제 자소서가 학종 준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의 이력이 담긴 자소서마저 돈벌이에 사용된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입학사정관은 “다른 학생의 자소서를 함부로 베끼다 표절유사도 검사에서 적발되면 자칫 입시를 망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종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도 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학생들이 실제 학교 활동보다 자소서 쓰는 ‘기술’만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은 뒤늦게 “문제 소지 파악”

업체들이 발 빠르게 자소서 중개업에 뛰어들자 교육 당국은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 대입제도과 측은 “입시업체가 학생의 자소서를 판매하는 일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7-08-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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